플랫폼이 일상을 점령한 상황에서 골목상권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는 소상공인 정책을 단순 복지가 아닌 유통구조를 재편하는 산업정책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입법과 행정, 그리고 민간 사례를 들어 유통 생태계의 실핏줄인 골목이 어떻게 자생적인 경제 인프라와 문화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해법을 제시한다.죽어가던 골목상권을 살려 '가고 싶은 거리'로 변신시킨 곳이 있다. 인천 중구 개항로 일대를 중심으로 오래된 건물과 공간에 새로운 콘텐츠를 입혀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은 '개항로 프로젝트'다.2018년 개항로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이 일대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밀려난 낙후된 도시였다. 그러나 프로젝트 시작 후 약 9년 동안 70곳 이상의 상점이 들어선 '핫플'이 됐다. 언뜻 보기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사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역 내 뜻 맞는 이들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민간 주도 프로젝트다. 는 지난 11일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를 만나 플랫폼 시대에 골목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해법을 들었다.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가 지난 11일 블로터와 만나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하는 시대에서 골목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해법을 제안했다. /사진=이창길 대표 제공시간을 먹고 자란 지역 노포만의 색깔, 플랫폼 시대의 오리지널리티쿠팡을 비롯한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특색 있는 골목상권은 여전히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웬만한 것들은 모두 카피할 수 있는 시대지만,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비유하자면 화학 작용을 이용해 1990년산 와인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고 그게 더 저렴할지라도, 사람들은 제품에 담긴 서사와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오리지널을 택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이어 "50년 이상 그 지역에서 시간을 먹고 자란 노포 및 어르신들과 협업하며 카피하기 어려운 개항로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며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쉽게 복제할 수 있는 세상이 되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오랜 시간 쌓인 스토리와 고유한 특색을 갖춘 지역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이 대표가 꼽는 지역 특색의 결정체가 바로 '개항로 맥주'와 '개항로 서체'다. 그는 지역 노포 어르신들과 협업해 '올드 앤 뉴(Old & New)'의 조화를 일궈냈다.이 대표는 "인천에서만 판매하는 '개항로 맥주'는 60년 넘게 목간판을 써온 어르신께 제호를 부탁해 디자인했다"며 "이 글씨가 큰 반향을 일으켜 서체 전문 기업 윤디자인에서 '개항로 서체'로 제작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유통 유혹도 많았지만, 이 맥주를 오직 인천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지역 주민들의 자산이자 자부심이 되기에 판매처를 지역 내로 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성공적인 협업의 비결로는 '라포(Rapport·신뢰관계) 형성'을 꼽았다. 그는 "젊은 세대는 온라인 평판 등을 통해 신뢰를 확인하지만, 어르신들은 직접 겪으며 쌓이는 긴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신다"며 "'개항로 이웃사람'이라는 주제로 8년째 40명 이상의 지역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사진전을 열며 깊은 유대감을 쌓아왔다"고 말했다.민간이 주도하고 행정은 거드는 골목 생태계…"창업 교육도 변해야"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의 기획력 못지않게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도 중요하다. 이 대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보다 '소상공인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현재 대한민국 2030 세대는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라며 "이들이 단순히 보호받는 대상이 아니라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창업 교육에 대해 "수억 원이 들어가는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의 전통적인 교육은 유튜브 내용을 답습하는 수준"이라며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오프라인 교육 방식부터 혁파해야 젊은 인재들이 창업 생태계로 모여들 것"이라고 지적했다.공간 기획과 브랜딩은 온전히 민간에 맡기고, 행정은 법과 제도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영국에서의 유학 시절 경험을 언급하며 "도시 재생을 먼저 겪은 나라들도 정부가 기획에 깊숙이 관여했을 때는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며 "행정은 법과 제도를 만들되 기획은 현장의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행정이 제 역할을 한 좋은 사례로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를 꼽았다. 그는 "어르신들은 종이 화폐가 편하고 젊은 층은 카드 적립이 유용해 현장에서 매우 잘 작동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2018년부터 현재까지 9년째 개항로 프로젝트를 통해 70여개의 점포가 들어선 인천 개항로 모습/사진=이창길 대표 제공"차기 로컬크리에이터, '자기다움'으로 승부 봐야"마지막으로 제2, 제3의 개항로를 꿈꾸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 그는 '자기다움'을 주문했다. 이 대표 역시 개항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고, 뜻이 맞는 동료들과 크루를 이뤄 프로젝트를 끌고 나갔기 때문이다.그는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아는 것이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비로소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크루가 되고, 팀이 되고, 그 지역의 상권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뜻이 맞는 이들이 모이면 힘든 일도 극복할 수 있고,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업으로 풀어내야만 자신만의 컬러가 분명해지고 비로소 대형 플랫폼들에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시대 골목경제]③이창길 대표 "소상공인만의 색깔이 곧 경쟁력...
이어 "50년 이상 그 지역에서 시간을 먹고 자란 노포 및 어르신들과 협업하며 카피하기 어려운 개항로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며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쉽게 복제할 수 있는 세상이 되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오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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