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헌재 교수 "생산 차질보다 고객 신뢰 훼손부터 살펴야"
한국 AI 투자, 반도체·인프라 하드웨어 쏠림 한계도 지적
삼성전자 노조 파업을 두고 생산 차질보다 고객 신뢰 훼손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학계 분석이 나왔다. AI 반도체 경쟁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길어질 경우 단기 손실을 넘어 글로벌 고객사의 공급망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 파업을 두고 생산 차질보다 고객 신뢰 훼손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학계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길어질 경우 단기 손실을 넘어 글로벌 고객사의 공급망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AI 반도체 경쟁 속 고객 신뢰가 더 무거워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파급 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송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뿐 아니라 고객 이탈, 투자 지연, 협력사 피해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고 봤다.
송 교수는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면 손실이 1분당 수십억 원, 하루 기준 1조 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감소 폭이 최대 1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다만 송 교수가 더 주목한 것은 당장 손익으로 드러나는 피해가 아니다. 그는 파업 비용을 생산 중단과 매출 감소처럼 바로 드러나는 비용, 고객 신뢰 하락과 투자 지연처럼 나중에 나타나는 비용으로 나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납기와 품질 안정성이 중요한 산업인 만큼 한 번 거래선이 흔들리면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공급 안정성이 더 큰 변수로 떠올랐다. 엔비디아와 빅테크 기업들은 고성능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민감하게 반응한다.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추격을 이어가야 하는 시점에 파업 리스크가 반복되면 글로벌 고객사들이 다른 공급처를 함께 살펴볼 가능성도 커진다.
송 교수는 이번 갈등의 배경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불신을 짚었다. 그는 성과 보상 기준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객관적인 경영지표에 따라 보상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부 검증과 중재 절차를 두는 방식도 노사 갈등을 줄이는 해법으로 거론했다.
■ 내부 갈등 넘어 공급망 리스크로 번진 파업 우려
삼성전자로서는 노사 갈등을 내부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시장 경쟁도 그만큼 거세졌다. HBM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앞서 있고,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 생산 차질이 반복될 경우 실적보다 먼저 고객사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보고 있지만,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 전체를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21일 발간한 '글로벌 AI 투자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 과제'에 따르면 높은 수익과 시장 지배력이 몰리는 곳은 기반모델과 응용 플랫폼인데, 한국은 반도체와 인프라에 투자가 쏠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합산 세계 점유율은 약 80%이고, 두 회사의 반도체 설비투자 합계는 약 70조 원에 이른다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존재감은 크지만, 하드웨어 중심 전략만으로는 AI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늘경제 홍선효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