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20일 인도 1위 철강사 JSW스틸과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이희근 포스코 사장, 자얀트 아차리야(Jayant Acharya) JSW스틸 사장, 사잔 진달(Sajjan Jindal) JSW그룹 회장. 사진=포스코
[이코리아]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신흥시장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중 갈등 장기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른 인도를 중심으로 생산·연구개발(R&D) 거점 확대와 대규모 투자 움직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순방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들이 대거 동행하며 현지 협력 확대에 힘을 실었다.
◇포스코, 22년 숙원 인도 제철소 ‘본궤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프로젝트다. 포스코는 인도 최대 철강사 JSW스틸과 각각 50% 지분으로 2031년까지 오디샤주에 조강 6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20일(현지시간) 인도 현지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과 사잔 진달 JSW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희근 포스코 사장, 자얀트 아차리야 JSW스틸 사장 등 양사 주요 최고 경영진이 참석했다. 양사는 2024년 10월 MOU, 2025년 7월 HOA를 거쳐 이번 최종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건설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
신설 일관제철소는 고로 기반의 고부가가치 고급강 생산이 가능한 제선-제강-열연-냉연/도금공정으로 구성된다. 부지는 철광석 광산과 인접해 있고 효율적인 물류·전력·인프라 활용이 가능한 오디샤주 내 부지를 확보했으며, 착공 후 48개월의 건설 기간을 거쳐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는 포스코의 저탄소 조업 기술 및 스마트팩토리 역량을 결합하고, JSW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전력의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이번 합작투자를 통해 포스코의 혁신적인 철강 기술력과 JSW그룹의 강력한 현지 경쟁력을 결합하여, 미래가치 창출은 물론 양국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오랜 숙원 사업인 인도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는 2004년부터 4차례에 걸쳐 상공정 진출을 모색했지만, 합작사 물색, 부지 확보 어려움 등의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전기강판 공장, 자동차용강판 공장 등 하공정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특히 JSW그룹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21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인도가 가파르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성장 시장이기도 해서 그 부분에 주목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스코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저탄소 조업 기술 역량이 있고 JSW는 인도 현지에서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와 역량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도는 GDP 성장, 도시화와 인구 증가, 제조업 확대에 힘입어 철강 소비 증가율이 최근 수년간 10%를 상회하는 고성장 시장으로, 소득증가와 소비구조 고급화에 따른 자동차·가전용 고급강 시장 확대로 고부가가치 강재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지분 투자 및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와의 협력 등 '완결형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며, 국내에서는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는 한편, AI와 로봇기술 융합을 통한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는 장인화 회장이 2026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창출한 수익을 기반으로 국내 탈탄소 전환 투자를 실행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현대차·LG 등 인도 R&D센터 및 생산 거점 확대
전자·자동차 업계도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공장에서 최신 폴더블폰 생산을 이어가며 현지 협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와의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첸나이·아난타푸르 공장에 이어 푸네 공장까지 가동하며 연간 15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인도는 낮은 자동차 보급률로 성장 여력이 큰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로의 수출 거점 역할도 수행한다.
LG전자는 인도 법인 상장을 통해 ‘현지 완결형 사업 체계’를 구축하며 생산·기술·서비스를 통합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조선·에너지 분야에서도 투자 확대 움직임이 이어진다. HD현대는 인도 타밀나두주에 신규 조선소 설립을 검토 중이며, 베트남 등지에서도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다.
LS전선은 베트남을 해상풍력 및 유럽 수출의 거점으로 삼고 추가 생산기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이 단순 신흥시장을 넘어 공급망 재편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글로벌 사우스, 한국 기업에 새로운 시장이자 주도권 확보 기회"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이번 글로벌 사우스 전략에 대해 두 가지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표는 “우리 기업 입장에선 우선,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미중 중심의 수출 의존도에서 인도, 글로벌 사우스 쪽에 수출 교두보를 확보하는 의미가 하나 있고, 두 번째는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도/베트남 방문을 보면 우리나라가 '조력자'에서 '주도자' 중심으로 포지셔닝이 바뀐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이 글로벌 사우스 시대에는 주도권을 좀 가질 수 있는 쪽으로 포지션이 바뀌면서 조건을 확보하면 기업들이 이익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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