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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편집인칼럼] 중동전쟁 '휴전'… 상처투성이 정유사

최근 통계만 봐도 수출 효자상품으로 반도체에 이어 2위에 올랐을 정도다. 나머지 매출 30%도 대부분 석유화학, 윤활유, 기타 산업체 용도를 제외하면 정부가 기름값 잡겠다고 난리친 주유소 판매는 10~15% 수준에...

[편집인칼럼] 중동전쟁 '휴전'… 상처투성이 정유사

[뉴시안= 최정엽 편집국장] 이란 폭격 90분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군사 공격을 2주간 중단하겠다는 발표로 국제유가가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 12.49% 급락한 배럴당 98.84달러(전일 기준 배럴당 13.57달러 하락. 환율 1500원 기준 2만원 수준)에 마감 됐다. 우리나라 원유수입 상당량을 차지하는 중동산 Dubai(두바이유) 역시 큰 폭의 하락이 예상된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카자흐스탄 등을 찾아 원유와 나프타 확보에 나선 정부의 움직임은 뒷북으로 남게 됐다. 또 주유소업계가 쏘아 올린 '사후정산·전량구매·카드결제' 등 '갑을' 논쟁 역시 없던 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의 '폭리' 프레임도 언제였냐는 듯 잊혀질게 분명하다. 결국 40여일의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정부의 고유가 대책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됐다. 사실상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의 설움이 또다시 반복되고 곧 잊히는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이번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고유가는 많은 상처를 남겼다.

특히 국내 안정적인 공급을 책임져 온 정유사의 경우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격려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 도입으로, 제조 원가보다 싸게 팔면서 천문학적인 손실이 예고되고 있지만, '폭리의 주범', 주유소와의 갑을관계 논란 등 부정적인 요인만 부각됐다.

게다가 휴전 소식으로 국제유가가 WTI 기준 배럴당 14달러 가까지 떨어지면서 국내로 운송되는 내내 가치가 떨어지는 재고평가 손실이 예상된다. 자칫 100원에 산 원료가 도입 후 정제과정에 투입될 때 반값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대기업 프레임'에 갖힌 정유사들은 정부의 그 어떤 지원도 바랄 수 없다. 정부가 정유사 손실분을 보전해 준다고 했지만, 찔끔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지속적인 유가 하락시기 내내 닥칠 재고평가 손실은 고스란히 정유사가 떠 안아야 한다.

원유 도입 계약 관련 내용은 대외비 인만큼 확인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휴전 이전 정유사가 안정적인 국내 설비 가동을 위해 도입한 물량은 최소 7700만 배럴로 예측된다. 비전문가의 추측이지만 정유사 설비 특성상 어느 정도 배경지식만 있으면 유추는 가능하다.

일단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와 관계사인 SK인천석유화학의 정제능력은 각각 일일 84만배럴, 37만5000배럴로 121만5000배럴이다. GS칼텍스는 일일 80만배럴, 에쓰오일(S-OIL) 66만9000배럴 등 총 320만4000배럴이다. 최소 200만배럴을 실을 수 있는 유조선이 2일에 3척 이상 들어와야 한다. 추산해 보면 이미 4월과 5월 공장 가동을 위해 이미 계약했거나 선적한 물량은 SK에너지 2700만~3000만배럴, GS칼텍스 2000만배럴 이상, 에쓰-오일 약 1700만배럴, HD현대오일뱅크 1200~1400만배럴 수준이 최소 공장 가동을 위한 사전 확보 물량이다. 휴전 발표전 대략 7000만 배럴 수준의 계약이 이뤄졌다면...하루에만 1조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휴전 이후 주식시장 대부분이 상승 바람을 타는 데 반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주식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 역시 향후 유가 하락시기 재고평가 손실 확대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만 에쓰-오일의 경우 운 좋게 CDU(원유정제시설)에 대한 정기보수를 실시하면서 어부지리 수익 개선이 예측된다. 공장을 멈춰야 이익이 발생하는 아이러니다.

상투 잡고 구입한 원유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및 석유재품 재고 합계가 5000만배럴에 달하는 만큼, 현재 국내에 묶여 있는 물량에 대한 손실도 배럴당 10달러 하락 기준 5억달러(한화 약 7500억원)에 달한다. 결국 고유가 시기였던 3월 등 1분기 재고평가 이익은 하루새 날리고, 앞으로 재고평가 손실만 눈덩이 처럼 늘어가는 악몽이 연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손실 보장을 약속하고 도입한 '석유 최고가'에 따른 손실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정부 제시 2차 최고가는 휘발유, 경유, 등유 각각 1934원, 1923원, 1530원이다. 하지만 실제 국제시장에서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포함하면 대략 2500원, 3200원, 2500원으로 전해진다. 각각의 차액은 ℓ당 각각 566원, 1277원, 970원. 이를 각각 연간 수요량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휘발유는 12억5862만ℓ, 경유는 19억8730만ℓ, 등유는 1억3784만ℓ다. 월 손식액이 각각 7000억, 2조5000억, 1200억 등 총 3조3000억 정도로 전해진다. 정부가 대기업 정유사를 대상으로 내놓을 손실 보전액이 궁금해 진다.

국내 정유사의 주력 시장은 해외다. 전체 매출의 70%가 미국은 물론, 호주 등지로 보내 외화를 벌어온다. 최근 통계만 봐도 수출 효자상품으로 반도체에 이어 2위에 올랐을 정도다. 나머지 매출 30%도 대부분 석유화학, 윤활유, 기타 산업체 용도를 제외하면 정부가 기름값 잡겠다고 난리친 주유소 판매는 10~15% 수준에 그친다.

이번 휴전으로 그동안 정유사에 씌워 졌던 '폭리', '갑질논란'은 곧 해소되겠지만, 남은 상처는 크다. 정부 비축유를 최대한 빨리 풀었다면, 수출물량을 더 늘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또 수십년 동안 정부, 주유소업계와 함께 만드러 온 '투명한 내수가격 산정 시스템'에 대한 정권의 부정과 왜곡된 인식 확산, 여전한 주유소협회의 '약자 코스프레'에 놀아난 '국회의 빗나간 공격', '명확한 보상안 없는 최고가격제'로 인한 수익성 악화 및 주주이익 침해(향후 배임죄 등 소송 우려), 정권과 국회의 무분별한 보여주기식 소집에 따른 업무 방해... 셀 수도 없을 정도다.

휴전에 이어 종전까지 이어진다면 앞으로 국제유가는 하락시기를 맞게된다. 이 시기 정유업계는 빙하기를 겪게된다. 재고평가 손실을 세금으로 달라는 건 불가능해 보이지만, 정부가 약속한 손실보전이 어떤 형식과 규모로 이어질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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