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폰 사진=트럼프 모바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이름을 내건 스마트폰이 수차례 출시 지연 끝에 실제 고객 배송 단계에 들어갔다. 미국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그룹의 이름을 사용한 통신·스마트폰 브랜드 ‘트럼프 모바일’은 첫 스마트폰인 ‘T1폰’을 이번 주부터 선주문 고객에게 발송하기 시작했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는 팻 오브라이언 트럼프 모바일 최고경영자(CEO)가 USA투데이에 선주문 물량 배송 계획을 확인했으며, 모든 선주문 제품이 앞으로 수 주 안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모바일도 소셜미디어와 보도자료를 통해 T1폰 배송이 이번 주 시작된다고 밝혔다.
T1폰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모바일 출범과 함께 공개된 금색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당초 지난해 8월 출시가 예고됐지만 이후 일정이 여러 차례 밀렸다. 출시 지연이 반복되면서 미국 현지에서는 제품이 실제로 출하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다. 더버지는 T1폰이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PTCRB 인증을 받고 구글 플레이 인증 기기 목록에도 추가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신제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트럼프 모바일의 요금제와 제품명, 가격 정책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성을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이다. 트럼프 모바일은 월 47.45달러 요금제를 ‘47 플랜’으로 소개하고,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이자 제47대 대통령이라는 점을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사업 구조도 일반적인 스마트폰 제조사와 다르다. 트럼프그룹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난해 6월 발표문에는 트럼프 모바일이 미국 내 주요 통신사 3곳과 협력해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T1폰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돼 있다. 동시에 해당 제품과 서비스가 트럼프그룹 또는 그 계열사·관계자가 직접 설계·개발·제조·유통·판매하는 것은 아니며, T1 모바일 LLC가 ‘트럼프’ 이름과 상표를 제한적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는 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미국의 대표적 이해충돌 금지 조항인 18 U.S.C. §208은 행정부 공무원이 자신의 재정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관여하는 것을 제한한다. 그러나 같은 법의 정의 조항인 18 U.S.C. §202는 해당 조항들에서 말하는 ‘공무원’ 또는 ‘직원’ 범위에 대통령과 부통령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즉 일반 행정부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이해충돌 규정이 대통령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구조다.
다만 “가능하다”는 말이 “논란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 등 공직자가 외국 정부나 미국 연방·주정부로부터 별도의 이익을 받는 것을 제한하는 보수조항이 있다. 미 의회도서관 헌법 해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업 보유와 관련해 외국 또는 주정부 관계자가 트럼프 소유 호텔을 이용하며 비용을 지불한 사안이 과거 보수조항 소송의 쟁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모바일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하거나 통신 요금제에 가입하는 행위 자체를 곧바로 헌법상 금지된 이익 제공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통신업은 연방 규제와 밀접한 산업이다. 주파수, 통신망 이용, 소비자 보호, 국가안보, 통신사 정책 등이 행정부와 규제기관의 영향권에 놓인다. 대통령 일가의 이름을 단 브랜드가 이 분야에 진입할 경우, 소비 행위와 정치적 지지, 규제 산업의 이해관계가 한데 뒤섞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은 불가피하다.
T1폰 자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제품이라기보다 정치 브랜드 기반의 틈새 상품에 가깝다. 회사가 공개한 사양은 6.78인치 화면, 지문인식, AI 얼굴 인식 잠금 해제, 5000만 화소급 카메라 구성 등을 내세운다. 가격은 프로모션 기준 499달러이며, 구매자는 100달러의 환불 가능 보증금을 내고 대기 명단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주문한다.
초기 홍보 문구를 둘러싼 논란도 남아 있다. 트럼프그룹의 지난해 발표문에는 T1폰이 “미국에서 설계되고 만들어졌다”는 취지의 표현이 담겼다. 그러나 더버지는 트럼프 모바일이 이후 ‘미국산’ 주장을 거둬들였고, 오브라이언 CEO가 초기 물량에 대해 “미국에서 조립됐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더버지는 또 어떤 부품이 실제로 미국에서 제조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기능, 카메라, 반도체, 운영체제 생태계로 경쟁하는 시장에서 트럼프 모바일은 ‘미국 우선’과 ‘트럼프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마트폰이 정치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비재가 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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