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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트럼프 레드카펫 깔았지만…시진핑은 “대만 독립 반대하라” 압박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국빈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연설문을 든 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바라보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국빈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연설문을 든 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바라보고 있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미가 관세 휴전 2개월 연장, 인공지능(AI) 연락 채널 신설 등 ‘쉬운 합의’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박 3일간 말 그대로 레드카펫을 깔아주며 시 주석을 환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대만 독립에 반대하라”는 시 주석의 요구였다.

26일(현지 시간) 미중 정부는 공동 합의문 없이 각각 팩트시트, 8대 합의 사항이라는 형태로 정상회담 성과를 발표했다. 양국은 올 5월 베이징 정상회담 때 합의한 무역·투자위원회를 가동하고 당시 합의한 300억 달러(약 40조 8000억 원)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안을 확정했다. 백악관은 관세가 인하되는 미국의 수출 품목으로 농산물, 해산물, 원목 및 목재 제품, 화장품, 의료기기를 제시했고 중국의 수출품으로는 소형 가전제품, 장난감, 어린이용 카시트 등과 같은 소비재를 적시했다.

AI와 관련해서도 양측은 AI의 위험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미중 AI 대화’를 창설하고 첫 회의를 11월에 개최하기로 했다. 또한 AI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한 소통 채널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2월로 예정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내용도 문서에 담았다. 이 외에 공식 발표 자료에는 없었지만 이달 23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11월 10일 종료되는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양국은 고율 관세 부과 시점도 내년 1월 10일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등이 최소 6개월에서 1년을 예상했던 전망에 비하면 초라한 성과다.

그나마도 핵심 현안에 대한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으며 온도 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란에 대해 양측은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으며 어떤 나라도 국제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며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희토류와 관련해 백악관은 “미중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적정한 수준의 공급량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발표에서는 희토류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AI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새 규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현 상태 그대로 두고 싶다”고 말했지만 시 주석은 “(AI는) 인간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선두를 달릴 때는 서로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법”이라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무역 분야 합의에서도 미국은 관세가 인하될 품목을 줄줄이 열거하고 “무역위원회가 농업 부문 비관세장벽 해소에 중점을 둔 실무 그룹을 출범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측 발표에서 관세 인하 품목, 비관세장벽 실무 그룹 등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백악관은 “중국이 2027년과 2028년에 미국산 석탄을 최소 1000만 톤 이상 수입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중국 발표에서는 관련 내용이 쏙 빠졌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국빈 만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도널드 트럼프(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미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 AMD CEO와 남편 다니엘 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부인 로리 황, 팀 쿡 애플 CEO, 펑리위안 여사가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백악관은 미중 정상이 AI라는 용어 대신 ‘슈퍼지능(SI)’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AI로 표기했다. 백악관은 양측이 러시아와 북한 등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반면 중국 측 발표에서는 이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내용도 없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외에 130명 이상이 참석한 24일 백악관 국빈 만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기업인이 총출동했지만 20여 명이 참석한 중국 측 인사 대부분은 관료였을 뿐 CEO는 없었다.

특히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써왔는데 “대만 독립에 ‘반대’하라”고 압박을 가한 셈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만 관련 표현을 변경하라고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중국과 2차 대전에서 동맹국으로 함께 싸웠다”는 대목도 발표 자료에 포함했다. 미·중이 일본을 상대로 함께 싸운 역사를 부각해온 중국의 목소리가 담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회담을 갖고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했다”며 “미일 양국은 중국 관련 현안과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혀 미일 관계의 긴밀함을 강조했다.

2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멜라니아 여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워싱턴DC에 있는 국립문서기록원을 방문한 뒤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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