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지역사회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통합은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군공항 이전, 무안공항 정상화, AI산업 육성, 국립의대 설립, 달빛철도 등 광주·전남의 미래를 좌우할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통합시대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는 사이,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 현안들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쌓여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안은 상생의 디딤돌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사안은 갈등을 키우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본보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통합시대 지역 현안을 다시 묻는다. 통합의 기대와 과제를 함께 짚으며, 주요 현안들이 광주·전남 공동 번영의 발판이 될지, 새로운 충돌의 불씨가 될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AI 주요 인프라들. 광주 첨단 AI집적단지(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순), AI컴퓨팅센터 조감도, 신안 풍력발전소, 해남 솔라시도 전경.
광주와 전남이 인공지능(AI)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며 외형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광주는 국가 AI데이터센터와 집적단지 구축을 기반으로 실증 중심 단계로 넘어가고 있고, 전남은 대형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기반을 앞세워 산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인프라 확대가 지역 기업 성장과 청년 일자리, 인재 정착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린다.
광주는 이미 AI 산업의 기반을 일정 수준 갖춘 상태다. 첨단3지구 AI집적단지에는 국가AI데이터센터와 실증장비, 창업공간이 들어서며 연구·개발·창업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데이터 처리와 실증, 기업 입주와 지원이 동시에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면서 광주는 ‘AI 기반 도시’라는 구호를 현실화하는 단계까지는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의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이를 실제 산업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AI 2단계 사업인 AX 실증밸리를 중심으로 모빌리티와 에너지 분야 AI 전환이 추진되고 있고, AI 실증도시 구상을 통해 교통·복지·환경·행정 등 도시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정책도 병행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은 광주 AI 정책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심 전역에서 자율주행차 200대를 활용한 실증이 추진될 예정이어서 일반도로와 주택가, 도심 환경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정책 준비 과정도 진행되고 있다. 일부 구간이 아닌 도시 전역에서 실증한다는 점은 전국 최초여서 의미가 크다.
AI를 넘어 반도체까지 산업 범위를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기반의 컴퓨팅센터와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의 AI컴퓨팅센터 구축 작업이 진행 중인데 이어 실증과 검증, 첨단 패키징과 반도체 공정 인프라 구축이 함께 추진되면서 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에서 벗어나 하드웨어와 제조까지 포함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인재 양성 체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사관학교를 중심으로 한 실무형 교육과 GIST 기반 연구 인력 양성, 반도체 설계 교육까지 이어지면서 교육의 층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AI영재학교 설립까지 추진되면서 중등교육 단계부터 전문 인력 양성까지 이어지게 된다. 다만 인재가 지역에 남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시가 함께 설립한 지역 대표 AI 교육기관인 인공지능사관학교의 수료생들의 다수는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1~5기 취·창업자 가운데 광주에 정착한 비율은 47%에 그친 반면 수도권 등 타지역으로 유출된 비율은 53%로 나타나면서 지역 인재를 키운다는 취지에 부합하려면 일자리 확충과 함께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가 떠오른다. 지역에서 인재를 키워도 일자리와 기업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기업의 체감도 높지 않다. 광주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광주인자위)가 발표한 ‘2025년 광주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 실태조사·연구’ 결과에서 광주지역 제조업 현장에서는 AI를 실제 활용하는 비율은 6.3%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으로 전환 계획이 없는 기업도 79.7%로 조사됐다.
초기 투자 부담과 전문 인력 부족, 데이터 활용 기반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I 인프라가 구축됐더라도 이를 활용할 산업 기반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남은 광주와 다른 방식으로 AI 산업을 키우고 있다. 광주가 도심 실증과 인재 양성 중심이라면, 전남은 대형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기반을 앞세워 산업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남 솔라시도를 중심으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이 추진되고 있고, 장성과 강진 등지에서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조성이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전남은 에너지와 AI를 결합한 산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전력 생산과 저장, 공급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에너지 특화 AI 인프라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AX 전환과 농업·수산업 분야 적용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과 연계한 데이터센터 유치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해남과 장성 일대가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전남 전역을 잇는 분산형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구상도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단일 거점이 아닌 여러 지역에 기능을 나누는 방식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이후형 광주인자위 사무처장은 “실태조사 결과 지역 제조업체들의 AI 기술 도입이나 활용이 저조해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생산·품질 분야에서는 잠재적 관심이 확인된 만큼 관련 훈련과정 개설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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