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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통신 맥락읽기] '30년 KT맨' 전면 세웠지만 '뒷문 인사' 그림자 여전

내부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AI 분야만큼은 외부 전문가를 수혈한 것입니다. 또 AI R&D를 전담하는 'AX미래기술원'을 별도로 신설해 KT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독립 조직으로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원장은 외부 영입으로...

[통신 맥락읽기] '30년 KT맨' 전면 세웠지만 '뒷문 인사' 그림자 여전

'AX 1등' 선언한 박윤영, KT 대개조 시작

임원 30% 날리고 부문 7개→5개로 축소

CR실장에 '민주당 선대위 공보특보' 영입

'오너 없는 KT' 정치 외풍 문제 해결 아직

KT 박윤영 대표(왼쪽 첫번째)가 주요 네트워크 인프라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KT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KT는 언제나 '복잡한 회사'였습니다. SK텔레콤 뒤에는 최태원 회장이, LG유플러스 뒤에는 구광모 회장이 있지만 KT엔 그런 대주주가 없습니다. 민영화된 공기업, 소유 분산 구조의 통신 공룡. 그래서 KT는 번번이 '정치의 계절'마다 흔들렸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대표가 바뀌고 대표가 바뀌면 조직이 흔들렸습니다. 이 고질적 순환이 또 한번 돌아온 2026년 봄, KT는 이번만큼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장에서 새 수장이 공식 선임됐습니다. 박윤영(이하 박 대표). 1992년 한국통신(KT 전신)으로 입사해 34년을 KT에서 보낸 정통 'KT맨'입니다. 임기는 2029년 3월까지 약 3년. KT가 외부 수혈을 끝내고 내부 출신 체제로 돌아선 순간이었습니다.

◇재무통 지우고 기술통 세운다

=박 대표의 전임자는 김영섭 전 대표였습니다. 재무·전략 전문가로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약 3개월에 가까운 경영 공백이 이어지면서 KT 내부의 불안감은 커졌고 이사회는 결국 내부 출신 카드를 꺼냈습니다.

박 대표는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한 기술통입니다. 기업사업부문장, 미래사업개발단장, 컨버전스연구소장 등 ICT·B2B 분야를 두루 거쳤습니다. 업계에서는 "재무통이었던 전 체제에서 소외됐던 현장 기술 인력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문 7개→5개, 임원 30% 줄여…"군살 빼야 뛴다"

=박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메스를 들었습니다. 기존 7개 부문 체제를 커스터머·엔터프라이즈·AX사업·IT·네트워크 등 5개 부문으로 통폐합했습니다. 임원급 조직은 약 30% 줄였고 부문장급은 전원 교체하는 고강도 쇄신을 택했습니다.

인적 구성도 눈길을 끕니다. 커스터머부문장은 B2C 전문가 박현진 부사장(밀리의서재 대표 출신)이, 네트워크부문장은 통신 인프라 전문가 김영인 부사장이 맡았습니다. 여성 임원인 옥경화 부사장은 IT부문장으로 선임되며 'IT부문장 최초 여성'이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새로 신설된 AX사업부문장에는 삼정KPMG 컨설팅 대표 출신인 박상원 전무를 외부에서 영입했습니다. 내부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AI 분야만큼은 외부 전문가를 수혈한 것입니다.

또 AI R&D를 전담하는 'AX미래기술원'을 별도로 신설해 KT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독립 조직으로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원장은 외부 영입으로 충원할 예정입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AI도 산다"…보안·네트워크 정비

=박 대표의 구상 중심엔 '기본기 회복'이 있습니다. 화려한 AI 서비스 이전에 통신 인프라부터 제대로 잡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개편에서 보안 거버넌스 강화가 주요 과제로 포함됐습니다. 기존에 IT와 네트워크로 분산돼 있던 보안 기능을 '정보보안실'로 통합하고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를 중심으로 새로운 보안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신임 CISO로는 금융결제원 출신 보안 전문가 이상운 전무를 영입했습니다. 해킹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입니다.

지역 조직도 효율화됩니다. 기존 7개 광역본부 체제를 수도권강북·수도권강남·동부·서부 4개 권역으로 통합하고 본사 각 부문이 권역 조직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본사-현장 간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계열사도 'KT맨'으로 채워진다

=본사만의 변화가 아닙니다. 계열사 인사도 연쇄적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KTis 신임 대표로는 양율모 전 KT 홍보실장(전무)이 내정돼 지난 1일부터 출근 중입니다. 1967년생으로 대우건설·팬택을 거쳐 2015년 KT에 합류한 뒤 홍보실장을 지냈으며 박 대표 공모 과정에서 언론 홍보를 지원한 인연도 있습니다.

KT알파 대표에는 SK스토아 전 사장 출신인 박정민 씨가 내정됐습니다. 커머스 경쟁사 출신을 영입한 이번 계열사 인사에서 유일한 외부 영입 사례입니다. 전반적으로 KT 내부 출신 위주로 채워지면서 '본사 중심 통합 전략'을 계열사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뚜렷이 읽힙니다.

◇스카이라이프 '사흘 천하'…자회사에선 통제가 앞섰다

=문제는 자회사였습니다. KT 자회사 스카이라이프에서는 전례 없는 인사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된 조일 전 부사장이 취임 사흘 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했고 HCN의 원흥재 대표도 임기 연장 직후 나란히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불과 하루 뒤 KT는 지정용 전 KTcs 대표를 스카이라이프 새 대표이사 내정자로 일방 통보했습니다.

속도도 내용도 이례적이었습니다. 지정용 내정자는 바로 전날 KTcs 대표이사 연임이 확정되며 주주 앞에서 책임 경영을 공언한 인물이었습니다. 24시간 만에 다른 회사 수장으로 이동하게 된 셈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시나리오에 따라 인사가 진행됐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며 "이사회와 주주총회라는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한 채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규정했습니다. 노조는 KT에 자회사 경영 간섭 중단과 자율 경영 보장, 밀실 인사 관행 청산과 투명한 사장 선임 절차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낙하산은 막았지만 뒷문은 열려

=본사 인사에서도 불편한 시선은 존재합니다. 이번에도 박 대표 선임 과정에서 "친민주당 계열 인사의 입김이 닿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KT는 차기 CR실장에 한형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를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공보 업무를 맡은 그는 파라다이스 전략지원 상무, 강원랜드 부사장을 거쳤고 이재명 정부 출범 과정에서는 더불어민주당 6·3 선거대책위원회 공보특보를 맡아 현 정권과의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홍보실장에는 한겨레신문 출신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과 한국기자협회 회장(2020년)을 역임한 김동훈 전 회장이 외부 영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T는 CR실·홍보실·SCM실 등 스태프 조직을 CEO 직속으로 재편해 전문성과 리스크 대응 역량을 높인다는 방침이지만 두 인물의 이력은 '현 정권 코드 인사'라는 해석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KT 안팎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해킹 사태와 전임 체제의 윤석열 정부 유착 의혹으로 훼손된 대외 이미지를 회복하고 AICT 전환 과정에서 정책 접점을 넓히려는 포석이라는 분석과 함께 정치권 줄세우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사외이사 중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최양희, 전 환경부 차관 윤종수 등 관료 출신이 포진해 있어 '관피아' 논란의 불씨도 여전합니다.

◇'AX 1등' 선언…이제 증명할 시간

=박 대표는 주총 후 "통신 본연의 경쟁력인 단단한 본질을 다지는 것이 고객 신뢰 회복과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산업 특화 AX 역량을 극대화하는 선순환을 구축하고 1등 AX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약 3개월의 경영 공백에 마침표를 찍은 KT가 본사 슬림화, 자회사 통제 강화, 현 정권 인사 배치라는 세 장의 카드를 동시에 꺼냈습니다. 박윤영 체제가 내세운 쇄신의 무게는 실적이 증명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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