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사진=각사
4대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내는 동시에 역대급 규모의 사회 기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나금융이 소외지역 어르신을 찾아가는 이동형 금융 버스를 운영하고 사회혁신기업 인턴십으로 고용 취약계층을 연결하는가 하면, 우리금융은 개인신용대출에 금리 상한선을 긋고 장애인 고용사업장을 영업점 안에 들였다. KB금융은 제2금융권 차주를 은행으로 끌어들이는 대환 전용 상품을 내놨고, 신한금융은 이자로 원금을 자동 상환하는 선순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압박과 평가 시스템이라는 냉정한 현실이 있다.
지난 18일 하나금융그룹은 사회혁신기업과 고용 취약계층을 연결하는 2026 하나 파워 온 혁신기업 인턴십’ 행사를 개최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2022년부터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기업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19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하나금융은 전년 대비 지원 규모와 혜택을 확대해 250개 사회혁신기업에 3개월간 230만원의 급여를 지원하고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 시 2개월 급여를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앞서 하나금융은 3월부터 고령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금융 서비스 '하나 행복드림 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외환 역량을 살려 인천시와 손잡고 외국인 주민의 자립을 돕는 '인천 외국인 컬처뱅크'도 열었다. 사회혁신기업과 연계한 고용취약계층 인턴십 프로그램, 소외지역 어르신 건강검진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1월에는 햇살론 이용 고객에게 대출 잔액의 2%를 매달 돌려주는 캐시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200만원을 연 12.5% 금리로 빌린 고객 기준으로 월 2만원, 체감 금리 2%포인트 인하 효과다.
우리금융 또한 올들어 상생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리 상한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개인신용대출을 1년 이상 이용한 고객이 재약정할 때 연 7% 금리 상한을 적용 중이다. 기존 최고금리가 12%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대 5%포인트 인하 효과다. 1분기에만 약 3만5000명이 이자 감면 혜택을 받았다. 영업점 공간을 발달장애인 고용사업장 굿윌스토어에 제공하는 사업도 확대 중이다. 이달 중에는 모바일 앱 '우리WON뱅킹' 안에 포용금융 플랫폼 '36.5℃'를 구축해 전 계열사 포용금융 상품을 한 화면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KB금융 또한 제2금융권·대부업 차주를 은행권으로 대환하는 'KB국민도약대출'을 출시하고 새희망홀씨·신용대출 채무조정 상품의 최고금리를 3.5%포인트 인하했다. 신한금융은 그룹미소금융재단에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하고, 고객이 납부한 이자 일부로 원금을 자동 상환하는 '새희망홀씨 선순환 포용금융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앞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2030년까지 5년간 총 70조4000억원의 포용금융을 공급하기로 올해 초 약속했다. 지주별로는 KB금융 17조원, 신한금융 15조원, 하나금융 16조원, 우리금융 7조원, NH농협금융 15조4000억원이다. 4대 금융만 보면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 전망치(약 19조7000억원)의 51.7%에 달하는 10조2000억원을 올 한 해 포용금융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그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1분기 석 달 만에 5조6700억원을 집행해 연 목표의 42.9%를 채웠다. 작정하고 달려드는 모습이다.
이 모든 움직임의 이면에는 정부의 촘촘한 유인 구조가 있다는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를 도입하고 하반기부터 은행의 상생금융 노력을 수치로 평가하는 지수를 적용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는 인허가·검사 등 감독 행정과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기관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공공성 강화를 주문하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용등급 체계를 정면 비판하는 상황에서 하나금융·메리츠증권에는 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 상록수 장기연체채권은 대통령 SNS 한 줄에 하루 만에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포용금융이 과거에는 사회공헌이었다면 이제는 수익성·건전성과 함께 관리하는 상시적 경영 과제다. 선의 차원이 아닌 업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귀뜸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