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글로벌 태양광 모듈 산업이 ‘공급과잉’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터널의 출구는 산업이 기대했던 회복의 빛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2026년 태양광 모듈 시장은 단순한 수급 논리를 넘어서 복합적 경쟁 환경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gettyimage]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은 2026년을 태양광 모듈 산업의 변동성이 큰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은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기보다 기존의 경쟁 질서가 흔들리고 새로운 기준이 형성되는 전환기에 가깝다는 예측이다.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고 있으며 기술 경쟁은 새로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제조기업들을 위축시켰던 공급과잉 구조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여기에 정책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2026년 태양광 모듈 시장은 단순한 수급 논리를 넘어선 복합적 경쟁 환경으로 재편되고 있다.
본지가 지난 3월 5일부터 20일까지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 태양광 모듈 시장 전망 설문조사’ 결과, 현재 글로벌 태양광 모듈 시장이 구조적 공급과잉 국면 속에서도 가격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적 전환기’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공급과잉 완화 기대 속 여전한 수급 불균형 우려
지난 몇 년간 공급과잉이라는 몸살을 앓았던 태양광 모듈 시장,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이어졌다. 올해는 노력의 결실을 볼 수 있을까? 업계는 이에 대해 ‘공급과잉이 완화되는 국면(41.1%)’이라고 응답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12.9%)’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이어졌으며, ‘수급 균형에 근접할 것’이라는 시각도 10.7%를 차지했다. 공급과잉이라는 몸살을 극복하고, 글로벌 태양광 모듈 산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긍정적인 답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과잉이라는 몸살을 쉬이 떨쳐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무려 35.3%가 ‘여전히 심각한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과반수가 넘는 응답자(54%)가 완화 혹은 개선 방향을 예측하고 있다. 업계 내 분위기가 ‘최악은 지났다’는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전히 3분의 1이 넘는 응답자가 심각한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만큼, 긍정적 기대가 확신으로 굳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감산 유도 정책, 주요 제조기업들의 생산량 조정 움직임이 실질적인 수급 균형으로 이어질지가 올해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에 참여한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체감상 시장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결국 가격 경쟁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개선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모듈 가격 상승은 ‘현실’… 수많은 변수에 추가 상승 우려도
공급과잉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는 별개로, 올해 모듈 단가는 상승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 있다. ‘5~10% 상승’이 37.9%로 가장 많았고, ‘10% 이상 상승’을 전망한 응답이 34.7%로 그 뒤를 이었다. ‘3~5% 상승’이라는 응답도 22.6%에 달해 사실상 응답자의 95% 이상이 단가 상승을 예상했다.
이처럼 단가 상승에 대한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된 배경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응답자들이 꼽은 2026년 모듈 가격 변동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은(Ag) 가격 상승이 38.3%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태양광 모듈의 핵심 소재인 은은 전기차·AI 데이터센터·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동향이 태양광 모듈의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의견이다.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생산을 잘하는 것보다 원가를 얼마나 통제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특히 은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많이 꼽힌 원인은 ‘중국 수출 세액환급 축소(31%)’였다. 이어 환율(8.9%), 폴리실리콘 가격 반등(7.3%), 수요 회복(7.3%), 재고 조정(4.4%), 중동발 전쟁으로 인한 유류비 및 운송비 상승(2.8%) 등이 복합적으로 단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단가 상승의 속도와 폭이 발전 사업자들의 수익성 계산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 모듈 단가 상승은 발전소 ROI(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직결되는 만큼, 고효율 제품을 통한 설치 면적당 발전량 극대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외부적 요인으로 단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환경에서 제조기업들이 주목하는 기술개발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제조기업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여전히 업계는 ‘고효율 기술개발(60.5%)’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이어 발전단가(LCOE) 개선이 12.1%, 은(Ag) 사용량 절감이 10.5%, 시스템 비용(BOS) 절감이 8.9%, 제품 내구성 및 신뢰성이 8.1%로 뒤를 이었다.
모듈 단가가 상승 국면에 있고 원자재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동일한 설치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고효율 기술에 니즈가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은 사용량 절감’에 대한 관심도 주목할 만하다. 은이 모듈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력이 향후 제조사간 원가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여전한 중국 중심 공급망… “글로벌 생산 구조 변화 제한적” 전망
모듈 가격의 상승은 제조기업들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를 줄 전망이다. 고출력·고효율 모듈 개발에 초점을 맞췄던 제조기업들의 기술개발 경쟁은 앞으로는 가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2026년 태양광 모듈 기술 경쟁 전망은?’이라는 질문에 31.5%가 ‘기술 차별성보다 가격 경쟁 지속’을 예상했다. 뒤 이어 ‘기술 고도화’가 23.4%, ‘탠덤 등 차세대 기술 부상’이 21.8%를 기록했다. ‘HJT 상용화’는 12.1%, ‘BC (Back Contact) 계열 확대’는 11.3%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업계의 시선이 두 갈래로 분산돼 있음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탑콘(TOPCon) 기반의 점진적 효율 개선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다른 한쪽에서는 BC와 탠덤을 중심으로 한 기술 세대교체를 예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탑콘 중심의 점진적 개선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본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BC 계열이 시장을 이끌고, 장기적으로는 탠덤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기술 세대교체를 전망했다.
또한, 고효율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업계 내부에서는 기술 경쟁의 방향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도 감지된다. 시장조사 참여자 중 한 명은 “고효율도 중요하지만 결국 투자자는 가격을 본다. 비싼 고효율 제품은 선택받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의 핵심 변수 중 하나인 생산 거점 변화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9.5%가 ‘중국 중심을 유지하되 일부 해외 생산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한 중국 중심 유지’는 33.9%로 집계됐다. 이 두 응답을 합치면 73.4%로, 대다수 응답자가 중국의 제조 헤게모니가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 외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는 13.7%, ‘북미·유럽 현지 생산 확대’는 5.6%, ‘지역별 생산 거점 분산’은 7.3%에 머물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의 넷제로산업법(NZIA)이 현지 생산을 유인하는 정책적 모멘텀을 만들고 있으나, 실질적인 공급 구조 전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 영향력 변화에 대한 질문에서는 더욱 직접적인 응답이 나왔다.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이 42.7%로 가장 높았고, ‘일부 약화되지만 여전히 지배적’이라는 응답이 35.5%, ‘현재 수준 유지’가 20.2%를 차지했다. 결국 응답자의 98% 이상이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각국 정부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 시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원가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중국 제조사들의 시장 지배력은 상당 기간 흔들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판단이 숫자로 드러났다.
한 응답자는 “현 구조에서는 시장이 커질수록 중국 업체만 이익을 보는 구조”라며,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장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던 2026년 태양광 모듈 시장의 키워드는 ‘불확실성 속의 방향 탐색’이다. 공급과잉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가격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로 다른 방향의 변수들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 환경에서 2026년은 단순한 회복의 해가 아닌, 태양광 산업의 경쟁 방식 자체가 재정의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026년은 발전사업자에게는 수익성을 지키는 제품 선택의 안목이, 제조기업에게는 기술과 신뢰를 동시에 증명하는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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