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블루시그널의 엔지니어가 작업 중인 모습. 사진=함성곤 기자
"창업한 지 10년이 넘으면 정부에서는 더 이상 스타트업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종 지원 사업에서도 자연스럽게 제외될 수밖에 없죠."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백승태 블루시그널 대표는 정부의 AI 기업 지원 정책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15년 설립돼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블루시그널은 AI 기술을 교통에 접목한 국내 초기 AI 기업 중 하나다.
전국 도로 교통 빅데이터를 5분 단위로 수집·정제해 교통량과 흐름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신호등·CCTV·관제시스템과 연동하는 솔루션을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와 두바이, 태국 등에서 해외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창업 계기는 단순한 불편함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 두 번째 사업을 마치고 귀국한 백 대표는 교차로에서 차가 한 대도 없는데 신호가 바뀌지 않는 장면을 보며 문제의식을 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과정은 험난했다. AI 기업은 기술 개발에 1~2년, 데이터 축적에 또 2~3년이 걸리며 시간과의 싸움이 잦은데, 그 기간 동안 매출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전국 도로 교통 빅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블루시그널은 5년간 100억 건 이상의 데이터를 쌓고 나서야 의미 있는 AI 예측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창업 11년 차, 이제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랐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라서’다. 백 대표는 "10년이 넘었다고 지원이 전혀 필요 없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초기 기업에는 초기에 맞는 지원이, 우리처럼 중견 단계로 넘어가는 기업에는 또 다른 성격의 지원이 필요한데 현행 체계는 그 중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GPU 인프라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블루시그널은 현재 GPU 서버 4대를 포함해 총 8대의 서버를 자체 운영 중이다. 이를 클라우드로 돌렸다면 월 수백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는 "GPU 서버 1대에 천 만원 단위로 드는데, 매출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이 이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다"며 "AI 기업에게 GPU는 제조업의 공장과 같다. 공장 설립을 지원하듯 GPU 인프라를 직접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AI 생태계 성장을 위해 그가 꼽는 과제는 세 가지다. 공공데이터의 ‘AI-Ready’ 형태 개방, 지방 AI 기업에 대한 맞춤형 인력 지원, 그리고 공공기관의 개념증명(PoC) 사업 확대와 이를 공식 레퍼런스로 인정하는 제도 마련이다.
그는 "기술력은 있지만 첫 레퍼런스를 못 만들어서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며 "지금 필요한 건 완전히 초기 스타트업에 맞는 지원이 아니라, 더 큰 경쟁 무대로 나갈 수 있게 판을 넓혀주는 지원"이라고 말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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