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클릭으로 작동해왔다.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고, 결과 목록을 훑고, 파란 링크를 누르는 행위. 1990년대 웹이 등장한 이래 사용자가 정보를 얻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구글은 그 클릭 위에 제국을 쌓았다. 광고는 클릭에 붙었고, 미디어는 클릭을 팔았고, 스타트업은 클릭을 끌어오기 위해 마케팅 예산을 쏟아부었다. 검색 엔진 최적화(SEO)라는 산업 전체가 사실은 클릭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기술이었다.
그런데 지금, 구글이 스스로 그 클릭을 걷어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26’을 지켜보며 내내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는 무대에 올라 “에이전트가 복잡한 업무를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시대”를 선언했다. 그 말이 함의하는 방향은 하나다. 인터넷이 지난 30년간 사용자에게 요구해온 능동적 행위들을 AI가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구글이 발표한 것들을 나열해보면 그 방향이 선명해진다. ‘제미나이 스파크(Gemini Spark)’는 사용자가 앱을 열지 않아도 구글 클라우드 가상 머신에서 24시간 알아서 일한다. 받은편지함을 모니터링하고, 문서를 취합하고, 보고서를 완성한다.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을 AI가 먼저 처리한다. ‘닥스 라이브(Docs Live)’는 타이핑 없이 음성만으로 문서를 만든다. 새로 개편되는 검색은 결과 페이지 안에 에이전트를 내장해,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해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지 않아도 업무를 완수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 변화는 수치로 이미 진행 중이다. 현재 구글 검색의 58.5%는 단 한 번의 클릭도 없이 세션이 종료된다. 구글 I/O 2026은 이 흐름을 가속화하겠다는 공식 선언이었다.
여기서 불편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클릭이 줄면 광고 수익도 줄어야 한다. 그런데 구글의 현실은 반대다. AI 오버뷰가 확산된 이후에도 구글의 광고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구글은 이를 AI 답변 안에 광고를 직접 내장하는 새로운 수익 구조로의 전환 덕분으로 설명한다. 클릭을 걷어내면서 클릭 수익의 구조는 유지하는 셈이다. 해외 언론이 이번 발표를 “검색 순위만으로 온라인 가시성이 결정되던 시대의 종언”이라고 분석한 것도 이 맥락이다. 그 종언이 구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구글은 클릭률 하락을 사용자 만족의 증거로 해석한다. AI가 결과 페이지 안에서 답을 해결해주니 굳이 다른 페이지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진보가 지속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AI 답변은 어딘가에서 정보를 가져온다. 기사를 쓴 기자, 리포트를 작성한 연구자, 후기를 남긴 사용자가 있어야 AI가 인용할 원본이 존재한다. 사용자가 원본 콘텐츠 생산자에게 트래픽으로 기여하지 않는 구조가 굳어지면, 원본을 만드는 유인 자체가 사라진다. 구글이 스스로 걷어내는 클릭이 결국 자신의 토대이기도 하다는 아이러니다.
한국은 맥락이 조금 다르다. 네이버가 검색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지만, 구글의 에이전틱 전환은 플랫폼 간 경계보다 어떤 에이전트가 더 신뢰할 수 있는 소스를 더 많이 보유하느냐를 경쟁의 축으로 바꾼다. 이번 발표에서 카카오가 구글의 AI 워터마킹 기술 신스아이디(SynthID) 채택을 공식 발표한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AI 생성 콘텐츠의 진위를 판별하는 기술 표준을 누가 쥐느냐가 곧 에이전트 시대의 신뢰 인프라를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합류는 그 표준 싸움에 한국 플랫폼이 어느 진영으로 편입됐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클릭을 전제로 설계된 모든 비즈니스가 지금 가장 불편한 질문 앞에 서 있다. 트래픽으로 수익을 올리는 미디어, 검색 노출로 고객을 끌어오는 커머스, SEO에 마케팅 예산을 집중해온 스타트업 모두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이 전환이 모두에게 위기인 것은 아니다. 에이전트는 데이터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제미나이 스파크가 강력한 이유는 지메일, 캘린더, 드라이브라는 데이터 기반이 있어서다. 뒤집어 보면 구글이 내려오지 못하는 영역, 즉 특정 산업의 도메인 데이터와 검증된 전문성을 가진 곳이 새로운 생태계의 거점이 된다. 범용 플랫폼이 복제할 수 없는 버티컬 데이터를 가진 스타트업, 에이전트가 인용할 만한 깊이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가 오히려 유리해지는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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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요한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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