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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콘솔' 르네상스, 착시인가 실체인가…숫자 뒤에 가려진 민낯

사진=AI로 생성한 이미지 글로벌 콘솔 시장이 2026년 311억 8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전환 실험은 기대와 다른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수출 성장률 15.1%로 전 플랫폼 최고치를...

'콘솔' 르네상스, 착시인가 실체인가…숫자 뒤에 가려진 민낯

콘솔 시장 311억 달러로 커지는데 웃지 못하는 韓 게임사

수출 15% 뛰고 시장 성장…과실은 AAA 타이틀 몇 개 독식

콘솔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AI로 생성한 이미지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글로벌 콘솔 시장이 2026년 311억 8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전환 실험은 기대와 다른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수출 성장률 15.1%로 전 플랫폼 최고치를 기록하며 '콘솔 르네상스'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이지만 성장의 과실은 극소수 AAA 대형 타이틀에 집중되고 있다.

모바일 정체를 돌파하려 콘솔로 방향을 튼 일부 게임사는 각각 전략 전면 재설계와 수익성 훼손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시장이 커진다는 사실과 그 안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임을 한국 대형 게임사들이 몸소 증명하고 있다.

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콘솔 게임 매출 성장률은 4.8%로 모바일·PC를 포함한 전체 플랫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수출 성장률도 15.1%로 역시 전 플랫폼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네스터는 2026년 글로벌 게임 콘솔 시장 규모가 311억 8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숫자만 보면 콘솔 시대가 열리는 듯하다. 그러나 이 성장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업계 안팎에서는 통계 전체를 끌어올리는 것이 사실상 극소수 AAA급 대형 타이틀이며 시장 저변이 넓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과, 한국 게임사가 그 성장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전체 매출의 5%…'성장률 1위'의 이면

=게임백서 기준 국내 게임산업 전체 매출은 23조 8000억원이다. 이 중 모바일이 59.0%, PC가 25.2%를 차지하는 반면 콘솔 비중은 5.0%에 머문다. 성장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 곧 시장 주류로의 편입을 뜻하지 않는 셈이다.

팬데믹 이후 전체 게임 이용률이 하락하는 흐름 속에서 PC·콘솔 확장이 트렌드로 부상한 배경도 주목해야 한다. 모바일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자 국내 게임사들이 활로를 찾아 콘솔로 방향을 튼 측면이 크다. 콘솔 진출이 시장의 구조적 성장에 대한 확신에서 출발했다기보다 모바일의 대체재를 찾는 과정에서 선택한 경로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서머너즈 워' 하나로 버틴 컴투스…혹독한 확장 대가

=컴투스는 이 구조적 한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정확히는 콘솔 전환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모바일 흥행 IP를 멀티플랫폼으로 옮기려 시도한 회사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2014년 출시된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는 글로벌 장기 흥행작이 되며 컴투스의 캐시카우로 1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속작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은 2023년 전 세계 출시 54일 만에 연 매출 목표의 절반인 500억원을 달성하며 IP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성과는 정통 콘솔 타이틀의 흥행이 아니라 검증된 모바일 IP를 멀티플랫폼으로 옮긴 확장의 결과에 가깝다.

컴투스는 동시에 게임 단일 매출 구조의 한계를 넘기 위해 영상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를 인수하며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 확장에 나섰다. 결과는 냉혹했다. 2021년 인수 이후 위지윅스튜디오의 적자가 장기화되며 컴투스 연결 실적에 고스란히 부담이 전가됐고 2025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서머너즈 워라는 초대형 성공작을 보유하고도 그 다음 스텝에서 발목이 잡힌 것이다. 컴투스는 결국 콘솔 대작으로 체급을 키운 회사라기보다 IP 하나로 버티며 확장을 모색해 온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엔씨소프트, 가장 큰 베팅…가장 뼈아픈 수업

=엔씨소프트는 한국 대형 게임사 중 콘솔 전환을 가장 공개적으로 선언한 곳이다. 그 핵심 프로젝트가 THRONE AND LIBERTY(TL)다. 엔씨와 아마존게임즈는 2024년 10월 북미·유럽·오세아니아·일본 등에서 스팀·콘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5년 10월에는 한국·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권역 PS5·Xbox 서비스까지 확장했다. TL은 한국 MMORPG 회사가 콘솔 글로벌 문법에 본격 진입한 가장 상징적인 실험이었다.

그러나 TL 전후로 이어진 성적표는 냉혹했다. '블레이드 앤 소울2'와 '호연'이 잇달아 흥행 부진 또는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고 "시장 트렌드를 놓쳤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블레이드 앤 소울2' 출시 직후의 주가 급락은 기대작 중심 성장 모델의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으로 업계에서 회자된다.

더 주목할 것은 엔씨 스스로 내린 진단이다. 엔씨소프트는 2026년 경영전략에서 기존 MMORPG 편중을 벗어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대작 개발 의존도와 특정 지역 매출 집중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레거시 IP와 신규 IP, 모바일 캐주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콘솔·대작 중심 전략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패는 매출 부진으로 끝나지 않았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콘솔 도전은 흥행 부진을 넘어 퇴사·서비스 종료·개발팀 해체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진 사례가 잇따랐다.

크래프톤은 데드 스페이스의 핵심 개발자 글렌 스코필드가 이끈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를 앞세워 AAA급 SF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북미 콘솔 시장 공략의 핵심 카드로 내밀었다. 판매 목표는 500만장 수준이었으나 실제 판매는 200만장 안팎에 그친 것으로 평가됐다. 글렌 스코필드 전 대표는 개발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고 이후 프로젝트 리더가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넥슨은 국민 IP 카트라이더를 풀 크로스플랫폼으로 재구성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 글로벌 시장을 노렸다. 그러나 기존 유저층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2025년 10월 서비스 종료가 확정됐다. 넥슨 산하 개발사 니트로스튜디오는 이 프로젝트에 사실상 묶여 있다가 서비스 종료와 함께 파산까지 거론될 만큼 큰 충격을 입었다.

라인게임즈는 닌텐도 스위치용 콘솔 타이틀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출시했지만 완성도 논란을 넘지 못했다. 개발을 맡은 레그스튜디오는 출시 3주 만에 콘솔 개발팀 해체가 결정됐고 IP 운영은 모바일 개발사 쪽으로 통합됐다. 향수 IP의 콘솔 복귀가 흥행으로 직결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콘솔 프로젝트가 오히려 조직 재편의 계기가 된 경우다.

◇시장은 커지고 한국 게임사의 숙제는 남았다

=결국 두 개의 사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글로벌 콘솔 시장은 2026년 311억 8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며 국내 콘솔 수출 성장률도 15.1%로 구조적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그 성장의 상당 부분이 극소수 대형 타이틀에 집중돼 있고 한국 게임사가 그 안에서 경쟁력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는 증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성장하는 시장에 깃발을 꽂는 것과, 그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 사이에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콘솔 이용자들은 과금 구조와 서비스 설계에 민감한데 모바일 문법에 익숙한 국내 개발사들이 그 눈높이를 맞추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콘솔 진출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전략은 흔들린다"며 "어떤 이용자를 잡을 것인지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국 게임사가 콘솔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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