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수아 기자] 국제 카카오 가격이 2년여 만에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초콜릿 원가 부담에 시달려 온 국내 제과업계에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국제 코코아 시세는 2023년부터 상승을 거듭하며 톤당 2500달러 안팎에서 안정적이던 가격이 2024년 12월 중순 사상 최고인 1만2931달러까지 치솟았다. 코코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엘니뇨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이 일어나고 병충해가 확산된 것이 주원인이었다. 서아프리카 주요 생산지의 작황 회복 기대를 반영해 국제 코코아 가격은 2025년 12월 고점 대비 약 70% 하락했다. 이를 반영해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는 2025~2026년 중간 수확 시즌 생산자 가격을 kg당 약 2.16달러로 결정하며 주 수확 대비 절반 이하로 낮췄다.
국제 카카오 가격이 2년만에 하락세로 접어들며 원가 부탐에 시달려온 국내 제과 업계에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쉬]
이 같은 원재료 환경 변화가 반갑게 느껴지는 기업이 있다면 롯데 웰푸드가 대표적일 것이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 중 유일하게 카카오빈을 직접 가공해 카카오매스를 만드는 롯데웰푸드는 카카오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4조216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095억원으로 30.3%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1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 성장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난 전형적인 원가 압박 구조였다.
롯데웰푸드는 출혈을 막기 위해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45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올해도 같은 조건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롯데웰푸드 윤종상 매니저)는 “희망퇴직 등 경영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체질 개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성장 카테고리 집중 육성, 핵심 브랜드 경쟁력 회복, 프리미엄·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함께 메가 브랜드 육성,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경남 양산공장의 BTC라인(카카오매스 생산라인) 공정 효율화 및 생산능력 제고를 위해 지난해 9월 약 150억원을 투자해 신규 설비를 설치했으며, 약 4개월의 안정화 기간을 거쳐 지난 2월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매스 생산능력은 시간당 1톤에서 2.5톤으로 기존 대비 150% 증가했다. 증설한 설비가 하락세를 탄 카카오 원료와 맞물린다면 원가 개선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원가 안정화, 인도 사업 확장, 국내 효율성 제고를 꼽았다. “카카오 가격 급등 장기화로 2024년부터 실적이 부진했지만, 2025년 2월 국내 가격 인상 및 올해 해외 주요 지역 가격 인상 효과와 카카오 시세 하향 안정화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인도 법인이 중장기 성장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조 연구원은 “인도 법인 매출이 지난 5년간 연평균 23% 성장했고, 올해도 12.4% 성장이 전망된다”며 빙과 2공장 생산 안정화, 빼빼로 생산기지 구축, 7월 초코파이 4번째 라인 가동 등 설비 확대가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수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해외 고성장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국내 원가 부담에 따른 수익성 변동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낙관론에는 단서가 따른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카카오 가격이 많이 하락하였으나 실제 원재료 투입에는 3~6개월 정도 시차가 있어 당장 실적에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유·유제품 부담도 변수로 남아 있다. 원재료 구입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유제품은 전년도에 이어 원재료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최근 중동 전쟁 등 국제 정세 영향으로 수입 원재료와 포장재 등 부자재 시세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는 인건비 인상, 유틸리티 비용 증가 등 복합적인 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전사 기준 올해 영업이익률(OPM)은 4~6%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품 가격 정책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롯데웰푸드 측은 “B2B 식용유의 경우 정부의 가격 인하 방침에 동참하기로 했고, 제과·빙과·양산빵 등에서도 내부적으로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원재료 가격이 안정된 효과가 아니라 고물가 상황에서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실적의 핵심 변수로는 환율 변동성이나 원재료 부담 완화 추이와 같은 거시적 환경이 주요하며, 국내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매출 신장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코아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물류비 상승과 공급망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초콜릿·제과 제품 가격이 실제로 인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업계에 지배적이다. 카카오 가격 안정이 일시적 조정인지 구조적 안정화인지에 따라 롯데웰푸드의 실적 회복 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조직 슬림화와 설비 투자로 내부 체질 개선을 이뤄온 만큼, 원재료 환경이 우호적으로 돌아선다면 하반기 수익성 개선의 가시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시각이 업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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