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가운데) 재정경제부 제1차관이 20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정부 내 기류가 유예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코인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데다 지금의 과세 체계가 6년 전에 만들어져 손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1일 “코인 과세에 대한 입장이 결정된 것은 없으며 조세소위에서의 논의 과정을 봐야 한다”면서도 “1100만에 달하는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코인 시장은 올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상화폐 일평균 거래금액은 약 3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5%나 급감했다. 손실 이월공제도 없는 상황에서 과세가 이뤄질 경우 투자자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앞서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 역시 과세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유예 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과세 원칙이 시장에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과세 인프라와 시장 규율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충분한 과세 인프라와 규율 체계가 갖춰져야 과세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미국은 2029년에 가상화폐 거래정보 자동교환체계(CARF)에 가입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또한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재경부가 과세 유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경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코인을 기타소득으로 보는데 최근에 손실 이월공제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한국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어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과세에 따른 대규모 투자자 반발 가능성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증시 하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부동산 세제 강화에 따른 불만까지 높아진 상태에서 가상화폐에까지 세금을 물리면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저조한 점도 투자자들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 가능 계정은 1117만 5000개에 달한다. 재경부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과세 유예에 긍정적인 분위기였다”며 “정부 역시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과세 유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가상화폐 투자자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세 시점을 2029년 1월로 2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청년의 자산 형성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과세 유예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만큼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도 앞서 유예 법안이 발의됐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16일 과세 시점을 2029년으로 연기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12명과 조국혁신당 의원 1명도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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