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벨기에·중국 계약도 이행 중단
국내 가스요금 인상 우려...LNG 외 헬륨, 콘덴세이트 등도 공급 차질 가능성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카타르에너지가 한국을 포함한 4개 국가와 맺은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이달 초 이란의 공격으로 파괴된 라스라판의 생산시설 복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카타르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로, 연간 900만 톤 이상을 수입해왔다. 이 때문에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이 국내 산업계와 일반 가정의 가스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타르 라스라판의 액화천연가스 생산 시설. /연합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과 이탈리아, 벨기에, 중국과의 LNG 장기 공급 계약 이행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불가항력은 계약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사건으로 인해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책임을 면제해주는 조항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달 4일 라스라판 생산 허브가 이란의 공격받은 이후 전체 LNG 생산에 대해 단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이후 지난 18일 이란의 추가 미사일 공격으로 생산시설 복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불가항력 범위를 장기 계약으로 확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공격으로 카타르에너지 LNG 생산 라인 14기 중 2기와 가스액화연료(GTL) 시설 2곳 중 1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손상을 입은 LNG 트레인 S6의 경우 한국가스공사, EDFT, 중국 쉘에 대한 공급을 담당하는 시설이다. 트레인 S4는 이탈리아 에디슨과 벨기에 EDFT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카타르에너지의 사드 알카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피격으로 회사의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으며 이를 복구하려면 3∼5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카타르에서 수입하는 LNG 규모는 연간 900만~1000만 톤 정도이며 장기계약 물량은 연간 610만 톤에 달한다. 한국가스공사는 LNG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카타르 의존도가 20% 미만이라고 설명하지만, 불가항력 선언으로 향후 수년 치 물량을 수입하지 못할 경우 산업계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의 가스요금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LNG 외에도 콘덴세이트, LPG, 헬륨 등 부산물 수출도 감소할 수 있어 석유화학·첨단산업 전반에 수급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로이터는 “이 같은 감소는 인도의 식당에서 쓰이는 LPG부터 헬륨을 사용하는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까지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은 2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카타르 라스라판 LNG 설비의 불가항력 선언으로 부산물인 헬륨의 공급에도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헬륨은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 냉각, 화학기상증착(CVD) 캐리어 가스, 진공 누설 검사,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광학계 냉각 등에 쓰이는 핵심 공정가스다.
이 증권사의 이동욱 연구원은 "이란의 드론 및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LNG 출하에 불가항력이 선언되면서 헬륨 생산 역시 전면 중단됐다"면서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차질까지 겹치면서 헬륨 현물 가격은 불과 2주 만에 70~100%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헬륨 공급 쇼크가 단순한 산업가스 가격 상승을 넘어 첨단 반도체 및 AI 인프라 구축의 병목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