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결국 콘텐츠, 기술과 만나면 훨씬 더 좋아질 것
단순한 데이터 축적을 넘어, AI가 이해하고 조합하는 구조 전환돼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사진=조성진 기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데이터의 양 자체보다 이를 얼마나 의미 있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마이데이터 사업 역시 AI 기술과 결합돼야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 ‘AI 네이티브 뱅크’ 선포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8일 여의도 페어먼트호텔에서 열린 ‘2026 프레스톡’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은 단순히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잘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데이터는 결국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것이 인공지능(AI) 기술과 잘 만나게 되면 그 이후에는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마이데이터 사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카카오뱅크의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지”라는 본보 질의에 내놓은 답변이다.
윤 대표는 결국 데이터 경쟁력의 핵심은 보유량이 아니라 활용 가능성에 있다고 봤다. 단순한 데이터 축적을 넘어, AI가 이해하고 조합하고 호출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돼야 금융 데이터와 마이데이터의 가치도 비로소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데이터 자체로는 가치가 적다고 생각한다”며 “수많은 데이터가 있어도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해내지 못하면 데이터 자체는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가 AI를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느낀 어려움은 모델 자체도 있었지만, 카카오뱅크가 보유한 데이터조차 학습시키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었다”며 “우리 데이터인데도 AI가 학습하기 쉽지 않은 구조의 데이터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제미나이와 GPT도 앱 온리(only)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웹 생태계에 존재하는 데이터 중심으로 학습하고 있다”며 “결국 학습 대상이 되는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이런 점에서 마이데이터 사업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이데이터 역시 이용자에게 필요한 상태의 데이터가 그때그때 적절하게 조합되고, 호출되고, 가공돼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사진=조성진 기자]
윤호영 대표는 “모든 기능을 한 앱에 담아내는 슈퍼앱 전략은 오히려 복잡한 메뉴와 UX를 낳고 있다”며 “고객에게 가장 직관적이고 친숙한 방식은 대화이고, 복잡한 메뉴를 찾을 필요 없이 AI가 요청의 의도를 파악해 가장 필요한 기능을 제안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금융 서비스가 고객이 직접 찾아 써야 하는 도구였다면, AI 시대의 금융은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비서가 될 것”이라며 “고객조차 인식하지 못한 복잡한 금융 문제를 AI가 먼저 찾아내 해결해 주는 것이 카카오뱅크가 지향하는 미래”라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이미 대화형 금융 서비스의 기반을 쌓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 최초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도입했고, 주요 상품 가입 과정에도 대화형 UI를 적용해왔다”며 “카카오톡 기반 상담봇과 AI 상담 시스템은 전체 고객 상담의 70%를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 AI를 검색과 계산, 이체, 자산관리, 결제, 투자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예를 들어 지난 1년간 결제 내역을 분석해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영역을 제시하고, 고객 상황과 관심사에 맞춰 투자 정보를 먼저 제안하는 식의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고객이 일일이 찾지 않아도 혜택을 챙기고 소비를 점검해 주는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선보일 결제 홈에도 이런 기능이 담긴다. 그는 “카드 이용 내역과 캐시백 혜택, 결제 예정 금액 등 흩어진 결제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금융 가이드를 제공하겠다”며 “말 그대로 AI가 관리해 주는 소비 경험을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강점으로 2700만명 고객 기반과 데이터 경쟁력을 꼽았다. 그는 “카카오뱅크가 보유한 대규모 고객 기반과 모바일 금융 데이터, 금융에 특화된 자체 역량은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완성하는 핵심 자산”이라며 “이는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카카오뱅크만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뱅크의 다음 미래는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고 새 금융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고객에게 최적화된 금융을 가장 쉽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은행으로 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식 혁신, 태국·인니로 확장…동남아 디지털금융 공략
뿐나맛 위찟끌루왕싸 태국 뱅크X CEO는 카카오뱅크와 위뱅크의 혁신을 바탕으로 AI 기반 디지털은행을 구축해 태국 금융을 더 단순하고 친숙하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위찟끌루왕싸 CEO는 “태국 은행들은 아직 사람들의 문제를 푸는 데 충분히 잘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록적인 이익을 내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혁신적인 디지털은행이 나올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고 디지털은행을 조사한 결과 카카오뱅크와 위뱅크가 상위권에 있었다”며 “카카오뱅크와의 논의를 통해 한국에서 검증된 혁신이 태국 소비자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뱅크가 한국 고객에게 제공해온 상품과 서비스는 태국 시장에도 잘 적용될 수 있다”며 “특히 저축을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드는 방식은 태국 소비자에게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뱅크X는 카카오뱅크, 위뱅크와 함께 태국중앙은행에 인가를 신청했고, 최종 3개 사업자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위찟끌루왕싸 CEO는 “우리는 개인형 AI 머니 어시스턴트를 갖춘 일상금융 은행이 되려 한다”며 “고객을 이해하고 금융 여정을 함께하는 은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소득이 들어오는 고객에게 월 단위 상환을 강요하는 대신 일 단위 상환 구조를 제안하는 식의 맞춤형 금융이 필요하다”며 “고객별 현금 흐름에 맞는 대출과 저축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또 “금융에도 구글맵 같은 길잡이가 필요하다”며 “뱅크X는 고객의 금융생활을 자동화하고 더 빠르고 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티고르 시아한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CEO. [사진=조성진 기자]
티고르 시아한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CEO는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디지털금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시아한 CEO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저축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자동저축 상품을 내놨다”며 “매일 소액이 자동으로 쌓이도록 해 고객이 자연스럽게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뱅크와 협업한 ‘럭키 포켓’ 상품은 매일 앱에 들어와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라며 “출시 몇 달 만에 약 70만명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시아한 CEO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성장 여력도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대출 대비 GDP 비율은 약 34%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디지털은행 전체 시장점유율도 아직 1%가 채 되지 않아 앞으로 커질 여지가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슈퍼뱅크는 그랩 생태계와 카카오뱅크의 상품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의 승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70%가 넘는 인구가 충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어 기회가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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