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대용신탁이 단순한 상속 수단을 넘어 생전 자산관리와 치매 대비, 가족 맞춤형 자산 승계까지 아우르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액자산가 중심의 상품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은퇴를 앞둔 60대를 비롯해 다양한 가족 형태의 일반 고객들도 상담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선화(사진)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컨설턴트는 유언대용신탁과 후견지원신탁 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PB(프라이빗뱅커) 경험을 바탕으로 생전 자산관리와 상속 설계 컨설팅을 수행하며 다양한 고객의 자산 승계 전략을 설계한다.
“누구에게 얼마보다 ‘어떻게’ 남길지가 중요”
최근 유언대용신탁 상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고객층 확대다. 과거에는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상속세 절감이나 재산 분배에 관심이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재산 규모와 관계없이 자신의 뜻을 남기기 위해 신탁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60대를 중심으로 상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김 컨설턴트는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 이후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상속을 직접 경험하거나 치매와 가족 간 분쟁 사례를 접하면서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 형태도 다양해졌다. 재혼가정과 1인 가구, 자녀가 없는 부부, 장애가 있는 가족을 둔 가정,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를 둔 고객 등 각자의 상황에 맞는 자산 승계를 원하는 상담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김 차장은 “과거에는 ‘누구에게 얼마를 남길 것’인가가 관심이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치매 대비·생전 자산관리까지, 고객 맞춤 설계”
최근 유언대용신탁 계약은 사후 상속보다 생전 자산관리 기능을 함께 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 컨설턴트는 “건강이 악화돼 스스로 금융거래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미리 신뢰할 수 있는 대리인을 지정하고, 본인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자산을 관리하거나 인출하도록 설계하는 계약이 늘고 있다”며 “고령화와 함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치매머니’에 대비하려는 수요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설계 방식도 고객의 가족관계와 삶의 목적에 따라 한층 세분화되고 있다. 배우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매달 생활비를 지급하도록 하거나, 자녀에게는 일정 시점에 맞춰 자산을 승계하도록 설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장애가 있는 가족의 생활비를 장기간 지원하거나, 1인 가구가 생전 자산관리와 사후 승계를 함께 준비하는 계약, 공익법인에 기부 의사를 반영하는 계약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신탁 대상 자산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예금 중심의 계약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부동산과 주식, 펀드 등 다양한 자산을 하나의 신탁으로 통합 관리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생전에는 여러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후에는 계약자가 계획한 방식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최근 유언대용신탁의 특징이다. 김 컨설턴트는 “유언대용신탁은 단순히 재산을 이전하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고객의 자산과 삶의 가치관을 함께 반영하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겨질 가족의 삶까지 준비”
실제 상담에서는 상속보다 남겨질 가족의 생활 안정을 고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김 컨설턴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소개한 고객은 치매를 앓는 배우자를 돌보던 70대 부부였다. 폐암 진단을 받은 남편의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의 병이 아니라 배우자의 생활이었다.
김 컨설턴트는 상담을 통해 금융자산은 배우자에게 매월 생활비와 요양비가 지급되도록 설계하고, 부동산은 자녀에게 승계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치매로 배우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활비는 안정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김 차장은 “유언대용신탁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재산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혹시 모를 상황에서도 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라며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을 남기는 계약이 아니라 남겨질 가족의 삶까지 함께 준비하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정지원의 머니 트레이스(Money Trace)’는 금융권 자산관리 전문가를 통해 자산관리 트렌드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상속과 증여, 투자, 절세 등 자산관리 현장의 변화와 고객들의 고민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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