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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취재수첩] 실거주 압박에 씨 마르는 전·월세 시장

내년 결혼을 앞두고 서울에서 신혼집을 구하는 정모씨는 최근 도봉구의 한 아파트 전세 매물을 보기 위해 처음 만난 예비 세입자 5명과 함께 집을 찾았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도 임대 물건은 단 하나뿐이어서다.

[취재수첩] 실거주 압박에 씨 마르는 전·월세 시장

내년 결혼을 앞두고 서울에서 신혼집을 구하는 정모씨는 최근 도봉구의 한 아파트 전세 매물을 보기 위해 처음 만난 예비 세입자 5명과 함께 집을 찾았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도 임대 물건은 단 하나뿐이어서다. 정씨는 “조금만 망설이면 다른 사람이 계약을 가져가고, 서둘러 계약하려고 하면 집주인이 호가를 1000만원씩 올린다”며 “전세 구하기가 전쟁”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빠르게 증폭되고 있다. 전셋값과 월세가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매물 자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회초년생과 서민 수요가 몰리는 서울 외곽과 인접 경기 지역에서는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0건’인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급 감소가 전세시장 불안의 1차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정책 부작용이 겹치며 시장을 더 옥죄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신규 매수 주택에 최소 2년의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임대 물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전·월세 시장을 흔드는 변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임대 물건이 줄어든 상황에서 ‘실거주 압박’을 한층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1가구 1주택자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이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양도소득세 역시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장기 보유에 따른 공제 혜택을 사실상 받기 어렵다.

세제 변화의 파장은 즉각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집주인이 실거주로 전환하면서 세입자의 재계약 요청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거주가 어려운 다주택자는 임대료 인상으로 세 부담을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월세 시장의 불안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공급 확대 카드를 서두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관계 장관들을 소집해 주택 공급 대책을 점검했다. 정부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다만 공급 대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다. 신규 주택을 착공하더라도 입주까지는 아파트 기준 3~5년, 빌라는 1년가량 걸린다. 전문가들은 임대 물량을 즉각 줄이는 세제 개편에 대한 보완 없이 공급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당국은 실거주 유도 중심의 과세가 오히려 세입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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