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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노트] ETF 400조 시대…과열된 마케팅에 흔들리는 투자자 신뢰

신한자산운용 역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에서 SK하이닉스 비중이 40% 수준이라고 홍보했으나, 이는 SK스퀘어를 통한 간접 노출 구조였다. 두 회사 모두 투자자 오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사과문을...

[취재노트] ETF 400조 시대…과열된 마케팅에 흔들리는 투자자 신뢰

[뉴스웍스=김아현 기자] '1억원을 넣으면 월 150만원씩 따박따박'

한 자산운용사의 만기 채권 ETF(상장지수펀드) 광고 문구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듯 하지만, ETF 상품의 본질을 고려하면 과장된 표현이다. ETF 투자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장광고가 시장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ETF 시장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ETF 순자산 총액은 최근 4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월 300조원을 넘긴 이후 100여일 만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의 이면이다. 투자 수요가 급증하자 운용사들은 경쟁적으로 상품 출시와 마케팅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과장광고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다.

하나자산운용은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 광고에 '스페이스X 편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제 스페이스X 주식은 직접 편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에서 SK하이닉스 비중이 40% 수준이라고 홍보했으나, 이는 SK스퀘어를 통한 간접 노출 구조였다. 두 회사 모두 투자자 오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 같은 문제는 업계 전반의 구조적 경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운용사 간 이른바 상품 '베끼기' 관행이 만연해 있다. 한 운용사가 특정 테마 상품을 출시하면 유사한 구조의 상품이 줄줄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우주·항공, 반도체, 조선 등 테마에서 비슷한 ETF가 반복적으로 출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품 간 차별성이 희미해질수록 경쟁의 초점은 마케팅으로 옮겨간다. 운용사들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익률을 강조하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앞세우게 된다. 상품의 본질적 경쟁력보다 '보여주기식' 요소가 부각되는 구조다.

그러나 실제와 다르거나 과장된 상품 설명은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릴 수밖에 없다. 향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과도한 경쟁은 결국 업계 스스로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수수료 인하 경쟁과 무리한 마케팅 비용 집행은 수익성을 훼손하고, 이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상품 운용을 어렵게 만든다. 일부 ETF의 조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결국 '베끼기' 관행과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맞물리면서 ETF 시장은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숙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투자자 신뢰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할 시점이다. 운용사들은 단기 자금 유입을 노린 홍보 경쟁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상품 기획과 운용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신뢰를 쌓는 것이 장기적인 시장 발전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ETF 400조 시대는 단순한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와 질적 성장이 갖춰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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