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 한성숙 국무총리(왼쪽), 임광현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 제미나이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나의 숨구멍”,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한 지휘 감독 포기는 탄핵 사유”.
요즘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혼자의 생각일까. 청와대 참모들과의 조율을 거친 것일까. 다시 말해 청와대의 국정운영 시스템은 정상 작동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이나 미국 같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이라는 단어 속에는 특정 대통령 개인과 참모진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하면 이 대통령 개인과 청와대 참모진을 합한 집단적 개념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하고,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참모진의 역할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 이 대통령의 튀는 발언과 잦은 SNS 소통 때문에 말이 많다. 이 대통령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5개 이상씩 게시물을 올려 온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듯 “혈세로 호사를 누리면서 민생예산을 깎으면 안 된다”고 말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이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5선의 박지원 의원도 최근에는 “제발 잠 좀 주무시라”며 온라인 소통 자제를 공개적으로 요청했겠는가. 박 의원은 임광현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은 휴식이 필요하니 심기 관리를 잘 하라”고 각별히 당부했다는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참모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봤는지, 나름대로 “아니 되옵니다”라고 직언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는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꽤 오래 전인 지난 2월 당시 이규연 홍보수석이 내놨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 작성과 관련해 청와대 메시지 관리팀과 상의해서 올리는 경우와 상의 없이 직접 올리는 경우는 절반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청와대 참모들이 이 대통령의 엑스 메시지를 줄이도록 건의했고, 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줄였다고 한다. 그러나 게시물을 줄여도 국정지지율과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사실 청와대 참모들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노(NO)’라고 직언을 하는 것에 그치고 최종 판단은 대통령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다만, ‘노’라고 말할 때 그 이유와 근거와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며 설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정보와 풍부한 정치 경험을 가진 대통령에게 어설픈 직언이나 제언은 별 효과도 없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의 실세였던 이원종 정무수석은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직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본인은 “산전수전 겪은 백전노장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때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완벽한 대안 제시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청와대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이 대통령이 온갖 논란 속에서도 어느 순간 정국의 중심 인물이 됐고, 그의 발언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과점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한달 동안 37건의 글을 올렸지만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엑스에 총 132건의 글을 올리면서 온 국민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강성 발언들이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국정의 중심 인물로 떠올라 있었지만, 지난달 들어 이 대통령이 어느 틈에 그들을 능가하며 국정을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를 갖게 된 것이다.
李대통령, SNS 줄인 후 국정운영 효과 없다고 본 듯
여기에는 야당 시절부터 큰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이 대통령 특유의 대세주도형(Event-making type) 리더십이 재가동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엑스 게시물도 줄이고 원래 본인 스타일과 달리 ‘점잖은 스타일’로 국정을 운영해 봤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고 보고 다시 본래 스타일로 되돌아온 것이다. 비유하자면, 건강에 좋다고 해서 별로 내키지 않는 우유를 먹던 사람이 원래 좋아하던 사이다를 먹기 시작한 셈이다. 이런 심오한 부분까지 청와대 참모들은 미처 간파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청와대 참모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공개 국무회의와 김지용 중수청장을 비롯한 수사기관장들의 국무회의 참석 문제를 둘러싼 논란일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2일 “중수청에 대한 지휘 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탄핵 사유”라며 스스로 ‘탄핵’이라는 용어까지 언급, 중수청의 국무회의 배석을 강조했다. 이 부분도 청와대 참모들보다 이 대통령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이 유념해야 할 것은 기존의 국정운영 시스템과 기존의 관행에 따라 이 대통령의 최근 국정운영 방식을 판단하고 조언을 할 경우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점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시각으로 보면, 일국의 대통령이 제미나이에게 국사(國事)를 물어보고 지방의 초등학교 운동회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공 채우기 놀이를 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도 최근에야 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한 듯하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22일 브리핑을 열어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은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라고 분명히 말했다. 성 수석 외에 다른 참모들도 ‘청와대 관계자’라는 익명으로 이 대통령의 최근 행동을 옹호하고 나섰다.
최근 정치권의 핵폭탄급 이슈인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만 해도 기존의 관행으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이 대통령은 기존의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비롯해 기존의 대국민 소통 방식, 기존의 국무회의 방식, 기존의 기자회견 방식, 기존의 수사기관장 관리 방식 등을 몽땅 바꿔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정운영을 하며 유지해 왔던 기존의 우회 돌파, 측면 돌파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야당 시절부터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정면 돌파 방식으로 국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발이나 국정지지율 하락 위험은 충분히 감수하고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혀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2일 전북 익산 왕궁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을 체육한마당에서 학생들과 볼풀공 채우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사기관장들 국무회의 참석, ‘권력집중’ 아닌 ‘권력해체’일 수도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수사기관장들을 참석시키는 것을 보고 ‘권력 집중’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권력 해체’라고 보는 게 더 맞을지 모른다. 78년 만에 검찰을 해체한 것도 그렇고, 공소청장과 검찰 못지않은 권력을 지닌 경찰청 수장을 지금껏 대행체제로 놔둔 것도 그렇다. 이 대통령이 수사기관들을 서둘러 장악하고 싶었다면 법무부 장관을 지금껏 공석으로 놔둘 리가 없다. 어찌 보면 권력 집중과 권력 해체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듯한 것은 과거 노무현 정부와 김영삼 정부를 연상케 한다.
다만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는 진보적인 정치형 참모들이 많았고,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에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지닌 정책형 참모들이 꽤 있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어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는 정치가형 참모와 정책가형 참모, 관료형 참모들이 고루 배치돼 국정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는 임종석 초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진보 성향이 강한 참모들이 유난히 많았고, 그들이 국정의 주류를 차지했다는 점이 부동산 정책 실패와 정권 재창출 실패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역대 정부의 청와대 가운데 참모들의 역량과 내부 시스템이 가장 취약했던 시절 중 하나는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겨간 이후 대국민 소통은 더욱 부실했고, 김건희 여사의 인맥이 청와대 요로에 배치돼 있었다는 소문과 보도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의 청와대는 어떤가. 얼마 전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강훈식 전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대신 국세청장 출신인 임광현 비서실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1969년생으로 행정고시 관료 출신 실무형인 그가 오케스트라 집단과도 같은 참모 조직을 잘 지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역할과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전히 답보상태인 국정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하고, 대통령의 왕성한 대외 활동과 파격적인 행보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 임광현 비서실장의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은 크게 3가지다.
청와대가 나서서 당정청이 긴밀하고 효율적으로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 권력의 ‘빅3’라고 할 수 있는 집권당 대표-국무총리-청와대 비서실장이 혼연일체가 돼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정책적 성과를 내도록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요즘 김민석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한성숙 총리의 존재감이 적고, 임광현 비서실장의 역할을 잘 모르겠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청와대가 주축이 돼 빅3가 정치 이슈가 아닌 정책 이슈에 올인하도록 강력한 국정운영의 중심축을 형성해야 한다. 특히 한 총리는 국토교통부장관, 국방부 장관 등 주요 부처의 장관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관리하면서 내각이 합심해 성과를 내도록 독려해야 한다. 한 총리가 좀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내각을 통합해 나가면 대통령으로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게 된다. 아무튼 지금 임광현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에게 절실한 것은 수동적인 지시 이행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보좌 역할이다.
역대 정권 안정적 국정운영 뒤에는 성공적인 靑 참모진이 역할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 뒤에는 어김없이 성공적인 청와대 참모들의 보좌 시스템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것이 '정책-정무-홍보' 라인의 콤비네이션이다. 요즘 청와대는 독립적이고 수평적 지휘체계이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형태로 운영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고 악재들이 쏟아져 나올 때는 이 3각 라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동 전략을 수립하면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지금 이 대통령에게 가장 요긴한 것은 메시지 관리팀이다. 미국 대통령들과 백악관이 가장 중시하는 것도 대변인과 메시지팀 등 홍보 라인이다. 요즘 같은 감성시대에는 정치도, 경제도, 민생도, 부동산도, 2030 전략도 다 메시지로 연결되고 해결된다. 이 대통령이 SNS 소통을 얼마나 자주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말하느냐가 문제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힘든 고비 때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대를 이루는 메시지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최근 프랑스 사태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장단점을 잘 분석해 보기 바란다. 좋은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리처드 뉴스타트 하바드대 교수는 모든 대통령들이 가진 힘의 원천으로 ‘설득력’과 ‘공신력’, ‘직업적 명성’을 제시했다. 국민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고, 그 대중적 명성을 통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인 것 같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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