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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진 칼럼] 李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진짜 이유

‘위대한 커뮤니케이터(소통자)’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에 매일 백악관에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여론조사 보고서’를 찾았다고 한다. 그렇게 재임 8년 동안 여론조사에 각별히 신경을 쏟은 덕분일까?

[최진 칼럼] 李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진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대한 커뮤니케이터(소통자)’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에 매일 백악관에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여론조사 보고서’를 찾았다고 한다. 그렇게 재임 8년 동안 여론조사에 각별히 신경을 쏟은 덕분일까? 레이건 전 대통령은 2004년 93세로 세상을 떠난 다음 해에 디스커버리 채널과 아메리카온라인(AOL)이 미국인 24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을 제치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국가 지도자의 지지율은 단순히 국정 평가를 넘어 국정 운영 스타일과 주요 이슈에 대한 종합 평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관심을 가져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 매일 출근해서 가장 먼저 받는 보고는 뭘까? 이 대통령은 여론조사 수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그 수치에 담겨 있는 민심 변화에 대해서는 일희일비해야 한다. 요즘 지지율 낙폭을 보면 보통 빨간불이 아니다. 청와대는 비장한 각오로 지지율 하락의 진짜 원인을 파악해 긴급 대응에 나서야 한다. 집권 2년차 초입에 나타나고 있는 ‘나쁜 모멘텀 현상’을 하루속히 ‘좋은 모멘텀 현상’으로 바꿔 놓지 않으면 코앞에 닥친 검찰 개혁과 민생 경제 성과, 외교 안보 정책 등 다방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5주 동안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불과 한 달 하고 열흘 남짓 동안 60%대에서 50%대를 거쳐 40%대로 순식간에 떨어진 탓에 실제로는 10%포인트(P) 가량 하락했지만, 국민이 느끼는 지지율 하락 체감 효과는 20%포인트 이상일 수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때 나타나는 가장 무서운 현상은 여권의 원심력 작동이다. 그동안 대통령 주변에서 충실하게 일했거나 충성을 다짐했던 사람들이 빠르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 대통령을 호위해야 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보수 논객이면서도 이 대통령을 지지해 왔던 조갑제 씨도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의 갈등을 겨냥해 “명청 갈등은 총선 공천권을 향한 밥그릇 싸움”이라며 “MB(이명박)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몰락할 위험이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야말로 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전략’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카드라고 제안했다. 만약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앞으로도 계속 떨어지거나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이런 반발 도미노 현상은 더 가속될 것이다.

특히 8·17 전당대회가 과열되면 정 전 대표를 위시한 ‘친청계’의 공세적 행보가 위험 수위를 넘을 수도 있다. 동시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 입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어떤 험한 말이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

◆ 李·청와대, 국정 지지율 왜 떨어졌는지 정확히 진단해야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정 지지율이 언제부터 왜 떨어지기 시작했는지부터 정확히 자가 진단해야 한다. 하락이 본격화된 시점은 6·3 지방선거 직후이자 취임 1주년이 막 지난 때였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을 기해 국민의 ‘허니문 효과’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부터 국민은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뭔가 잘 해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을 접는 대신 그동안 잘 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평가 마인드’와 이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재촉감’을 동시에 보여줄 것이라 본다. 이런 맥락에서 국정 지지율 하락 요인은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6·3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중도층 이탈이고, 두번째는 선관위 사태에서 나타난 2030 세대의 이탈이며, 세번째는 민주당 당권 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지지층 이탈 현상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거주하는 중도층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윤어게인’ 세력과 거리를 뒀고, 4선 서울시장 관록을 지닌 오세훈 서울시장을 당선시킴으로써,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빨간 경고등을 켰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신속한 반응은커녕 성찰 없는 승패 논란만 이어지자 중도층은 2차로 이탈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선관위의 총체적 부실 선거 사태가 터져 온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지만,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대응 속도는 느렸다. 이에 정의감에 불탄 순수한 청년들과 최근 보수 성향이 두드러진 2030 세대들이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송파구 잠실에 있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집회 현장에 가보면 여느 보수 집회보다 확실히 젊은 층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설상가상’ 상태에서 숨가쁘게 전개된 민주당 당권 투쟁 양상은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지지층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빠르고 심하게 추락할 때는 어김없이 여권 핵심부의 권력 투쟁 때였다.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국민은 불안감을 갖게 되고, 지지층은 실망감을 갖게 돼 국정 지지율 하락이 빠르게 진행된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현상은 수도권과 호남, 중도층과 2030 젊은 층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60% 안팎 높은 지지율을 떠받들고 있던 중도층이 대거 이탈한 것이 가장 치명적인 원인이었다. 중도층은 대개 수도권에 많고, 2030세대와 여성, 자영업자들이 중심축이며, 정치보다는 민생 경제를 선호한다. 이러한 원인 분석에 대해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동의하는 것일까? 아니면 야당 탓이나 남 탓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제 이 대통령이 단시일에 지지도를 올리는 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는 역대 대통령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돼 왔고 앞으로도 적용될 수 있는 국정 지지율 제고 및 국정 운영의 성공을 위한 3가지 법칙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자기 탓 마인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원인은 여당도 야당도 아닌 바로 대통령 자기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5일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1:0으로 패배한 것도 이 대통령이 ‘내 탓’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확고한 자기 성찰 자세를 갖춰야 한다. 한국이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갔듯이 그 반대 현상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국가적인 일이 일어나면 무의식 중에 국가 지도자와도 연결시키려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

요즘 정청래 전 대표가 과도하게 당권 행보를 하면서 여권 전체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도 사실은 이 대통령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효과적인 전략을 찾을 수 있다. 요즘처럼 대중의 생각, 즉 국민 여론이 중요한 시대에는 대통령의 권력보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정청래는 절대 안 되는 이유’를 강력하게 설파하기보다 ‘김민석이 꼭 필요한 이유’를 가슴에 와닿게 설득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게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전략이고, 메시지 전략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데이비드 엑셀로드라는 정치 심리 전문가와 존 페브로라는 연설문 전문가 2명을 통해 2차례 대선에서 역전승을 거뒀고 재임 8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어떤 권력의 무기보다 대중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 거기에 맞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말해준다.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대통령의 메시지와 ‘PI(President Identity) 전략’과 같은 국정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깊이 깨달아야 한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연합뉴스

◆ 참모진 역량 중요…李, 일 풀리지 않으면 참모들 살펴봐야

여기서 간결하지만 강하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청와대 참모진의 역량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돕는 대통령 참모진의 역할과 능력,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대통령 비서실은 대통령 비서들의 집합소가 아니다. 국정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고도 남을 만큼 ‘프로 중의 프로’ 집단이어야 한다. 대통령 개인기만이 아니라 유능한 참모들의 도움이 뒷받침될 때, 지지율 하락 문제도 정 전 대표의 당권 연임 문제도, 국민의힘의 거친 공격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절대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청와대 참모들을 살펴보기를 바란다.

두 번째 지지율 제고 방법은 정치적 접근이 아니라 경제적 접근을 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정치적 이슈를 정치적 해법으로 해결하려고 할수록 정치적 함정에 빠진다. 설령 정치적 이슈를 정치적으로 해결했다고 해도 민생 경제나 외교 안보 등 다른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슈를 경제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면, 정치적인 이슈는 저절로 해결된다.

부동산 정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국민 다수로부터 호응받는다면 ‘명청 갈등’ 같은 정치적 이슈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여론이 흘러간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밤을 새워 가며 부동산 문제와 청년 일자리, 노인 복지를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면 지지율은 빠르게 올라가고 정치적 이슈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요즘 이 대통령은 본의든 아니든 민주당의 당권 투쟁의 한복판에 뛰어든 듯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다음달 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하는 것도 국민의 눈에 통합과 화합의 노력으로 비쳐질지, 또 다른 친명-친문 갈등의 연장선으로 볼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청와대 오찬 이후에도 정 전 대표가 당권 연임에 나선다면, 친명-친청 대립은 더 커지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정치 늪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와 민생 경제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쳐 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 대통령이 정치적 난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생 경제에 올인해 성과를 내는 것이 중도층의 마음을 단기간에 되돌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표출됐던 부동산 정책과 2030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가시적인 정책과 성과물들이 나올 때가 됐다. 이 대통령은 중도층의 3대 축인 2030 청년과 여성, 자영업자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고, 앞으로 할 것인지를 매우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제시하기를 바란다. 중도층을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세 번째 지지율 위기 돌파 방법은 지도자의 속도전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서울시장 선거 패배, 선관위 사태, 민주당 당권 투쟁의 3대 악재 상황이 20일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자고로 위기 속에서 차분함과 신중함은 대중들의 분노를 가중시킬 뿐이다. 이 대통령은 특유의 사이다 스타일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선관위 부실 선거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국회 국정조사에 맡기고 지켜보는 모습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해체 수준의 개혁을 단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선관위가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섣불리 나서기는 쉽지 않은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국민의 눈으로 볼 때는 답답하게 보일 것이다.

요즘 이 대통령에게는 ‘레이건 리더십’보다는 ‘케네디 리더십’이나 ‘클린턴 리더십’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대통령은 개인적 리스크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국가적 리스크를 극복하고 돌파함으로써 높은 지지율 속에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펼칠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것은 내 탓이오’라고 생각하고, 2030을 비롯한 중도층을 위해 민생 경제에 올인하는 모습으로 속도감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 대통령이 며칠 전 언급했던 ‘속도 행정’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초고속 속도전’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국정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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