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9.9% → 2025년 82.3%
고학력 여성과 경쟁·제조업 축소·AI 확산 ‘삼중’
한은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경로 복원 시급”
서울 시내 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관계자가 구직 관련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경제DB
우리나라 청년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지난 25년간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경기 요인을 넘어 세대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14일 발표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에 따르면 25~34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로 7.6%포인트 하락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현재는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연령대의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세대 전반에 걸친 ‘코호트 효과’로 나타났다. 1981~95년생 남성은 20대뿐 아니라 30대 후반까지도 이전 세대보다 낮은 경제활동 참가 성향을 보였으며, 아직 40대 구간에서는 회복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과거처럼 연령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던 경로가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은 ‘쉬었음’과 ‘취업 준비’ 상태 증가에서 주로 나타났다. 교육이나 육아 등 전통적인 비경제활동 사유의 영향은 제한적이었고 특히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이 취업자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시장 이탈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진입 지연 또는 포기’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먼저 청년층 내부의 경쟁구조 변화를 꼽았다.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대표적이다. 1991~95년생 4년제 이상 학력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 확률은 기준 세대 대비 15.7%포인트 하락한 반면, 여성은 10.1%포인트 상승했다.
고학력 인력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2000년에는 고학력 경제활동 인구에서 여성 비중이 남성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2025년에는 98% 수준까지 올라 사실상 1대 1 구조에 근접했다. 전문직과 사무직에서도 여성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청년층 내 경쟁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산업구조 변화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 중·저숙련 일자리가 축소되고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해당 부문에 집중돼 있던 초대졸 이하 남성의 고용 기회가 감소했다. 특히 전문대 이하 학력 남성에서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고령층 고용 증가와 인공지능(AI) 확산까지 겹치며 청년층의 진입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고령층 취업 증가가 주로 관리직·전문직 등 고학력 일자리에서 나타나는 가운데 AI는 반복적인 사무직 중심의 신입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최근 4년간 감소한 청년층 일자리의 대부분이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변화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평가도 함께 제시됐다.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노동 공급의 다양화를 의미하며 장기적으로는 인력 배분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은은 청년층, 특히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주요국 대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노동시장 진입 경로 복원이다.
한은은 “정규직 고용 보호의 경직성을 완화해 신규 채용을 확대하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강화해야 한다”며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기술 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