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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천자칼럼] AI 반려로봇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GTC 2026’의 기조연설 현장. 유럽 인공지능(AI) 산업 전략을 설명하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연설을 마무리하며 무대에 올린 것은 오리 로봇 네 마리였다.

[천자칼럼] AI 반려로봇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GTC 2026’의 기조연설 현장. 유럽 인공지능(AI) 산업 전략을 설명하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연설을 마무리하며 무대에 올린 것은 오리 로봇 네 마리였다. AI 로봇 마이크로덕은 젠슨 황 CEO 지시에 따라 새끼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걷고, 앉았다 일어나 재주까지 넘었다. 부리를 움직이며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성인 남성 손 크기(25㎝)만 한 마이크로덕은 AI 플랫폼 기업인 허깅스페이스 산하 폴렌로보틱스가 개발한 오픈소스 기반 로봇이다. 반려견에게 특정 동작을 훈련시키듯, 사용자가 로봇에 행동을 학습시키고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노련한 사업가인 젠슨 황 CEO가 이 로봇을 무대에 올린 건 엔비디아의 소형 AI 플랫폼 ‘RTX 스파크’를 홍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AI 학습이 화면에 머물지 않고 로봇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피지컬 AI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의도야 어떻든 마이크로덕이 보여준 잠재력은 주목할 만하다. 로봇을 직접 키우고 가르치는 시대로의 진화다. 대당 399달러인 가격도 화제다. 기업의 AI 연구·학습용 장비를 넘어 일반 소비자도 AI 반려로봇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40대 이상 세대의 기억에 남아 있는 반려로봇의 시초는 1999년 등장한 일본 소니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다. 불과 16MB 메모리스틱에 담긴 데이터에 의존해 움직이는 수준이었지만, 소유자에겐 장난감 이상의 존재였다. 일본에선 2006년 단종된 뒤 부품 부족으로 수리가 어려워지자 주인들이 사찰에 모여 합동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즐거움만큼 상당한 수고도 따른다. 이런 이유로 선뜻 키우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로봇이 살아 있는 생명체와의 교감을 온전히 대신할 순 없다. 그렇지만 AI가 사용자와 로봇 간 상호작용을 발전시킨다면 일상의 벗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AI 반려로봇이 고독함을 덜어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존재로 성장하는 사회가 머지않은 것 같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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