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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처음엔 말도 못 걸더니…1박 2일 뒤 "할아버지 또 만나요"

아이들이 한 글자씩 눌러 쓴 손편지 곁에는 직접 만든 형형색색 향낭주머니가 놓였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어르신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1박 2일을 함께 지낸 뒤 건넨 마음이었다.

처음엔 말도 못 걸더니…1박 2일 뒤 "할아버지 또 만나요"

의성 아동·어르신 세대동행 프로그램

아이들 손편지·향낭주머니로 작별 인사

▲ 성지역 아동과 어르신들이 지난 5~6일 경북 영주 산림치유원에서 열린 ‘1·3세대 행복동행 소통프로그램’에서 함께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봉양온누리마을학교 제공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세요.”

아이들이 한 글자씩 눌러 쓴 손편지 곁에는 직접 만든 형형색색 향낭주머니가 놓였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어르신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1박 2일을 함께 지낸 뒤 건넨 마음이었다.

의성지역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한 공간에서 먹고 놀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다가간 세대 동행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봉양온누리마을학교에 따르면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각 분회장·사무장과 구세군도리원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은 지난 5~6일 경북 영주 산림치유원에서 ‘1·3세대 행복동행 소통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단순 체험 행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가 1박 2일 동안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자리였다.

▲ 의성지역 아동과 어르신들이 지난 5~6일 경북 영주 산림치유원에서 열린 ‘1·3세대 행복동행 소통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양온누리마을학교 제공

주최 측에 당시 상황을 추가로 확인한 결과 첫 만남의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다. 아이들은 낯선 어르신에게 먼저 다가가기를 망설였고, 어르신들 역시 아이들을 조심스럽게 대했다.

그 거리를 좁힌 것은 거창한 프로그램보다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스틱을 활용한 소통활동과 윷놀이가 이어지자 아이들이 먼저 어르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활동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을 옆에서 돕는 아이도 생겼다. 어르신들도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잘했다며 칭찬을 건넸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도움을 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모습으로 바뀐 셈이다.

첫날에는 생활·안전교육을 시작으로 스틱 소통활동과 윷놀이가 진행됐다. 저녁에는 세대별 삶과 경험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튿날에는 어르신들이 치유장비를 체험하는 동안 아이들은 나무 블록을 활용한 카프라 활동을 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참가자들의 반응은 첫날과 확연히 달라졌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또 같이 놀고 싶다”며 헤어짐을 아쉬워했고, 어르신들도 아이들과 지내는 동안 웃을 일이 많았다며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 의성지역 아동들이 지난 5~6일 경북 영주 산림치유원에서 열린 ‘1·3세대 행복동행 소통프로그램’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쓴 손편지와 직접 만든 향낭주머니. 편지에는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세요’ 등 어르신들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봉양온누리마을학교 제공

손편지와 향낭주머니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짧은 만남을 마치는 기념품이라기보다 함께 지낸 어르신들의 건강을 바라는 아이들의 작별 인사였다.

이번 행사는 세대교류 프로그램의 의미가 단순히 한자리에 모이는 데 있지 않다는 점도 보여줬다. 서로 다른 연령대가 일정 시간 생활을 공유하고 함께 활동해야 낯섦이 대화와 친밀감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출발 당일 현장을 찾은 최유철 의성군수는 “아이들은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험을 배우고, 어르신들은 아이들의 밝은 에너지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며 “앞으로도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신원호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서로에게 좋은 친구이자 든든한 이웃이 되기를 바란다”며 지속적인 교류 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미조 봉양온누리마을학교 플래너는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했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르신을 돕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공감과 배려의 가치를 몸으로 경험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성 만남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어울리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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