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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책과 삶]호킹은 개인인가, 집단인가, 기계인가

휠체어에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며 기계음으로 말하던 ‘고독한 천재’. 스티븐 호킹은 이론물리학자에게 추론의 힘이 중요하기에 루게릭병이 심각한 장애물은 아니라고 말해왔다. 대중은 그가 ‘세속적인 일상’을 살 수 없기에 되레 24시간 우주를 탐구할 수 있었다고 믿었다.

[책과 삶]호킹은 개인인가, 집단인가, 기계인가

호킹 주식회사

엘렌 미알레 지음 | 김연화 옮김

동녁사이언스 | 513쪽 | 2만9500원

휠체어에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며 기계음으로 말하던 ‘고독한 천재’. 스티븐 호킹은 이론물리학자에게 추론의 힘이 중요하기에 루게릭병이 심각한 장애물은 아니라고 말해왔다. 대중은 그가 ‘세속적인 일상’을 살 수 없기에 되레 24시간 우주를 탐구할 수 있었다고 믿었다. 호킹의 업적은 굳어가는 신체에 갇힌 위대한 정신만의 산물이었을까.

인류학자이자 과학기술철학자인 저자는 호킹과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100여회의 인터뷰를 통해 ‘아니요’라고 답한다. 호킹이라는 존재는 고감도 스위치로 작동하는 음성 합성기,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띄우고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24시간 그의 그림자가 되어 오직 ‘예’와 ‘아니요’로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하는 보조자들이 통합된 인격체에 가깝다. 문자 그대로 ‘행위자-네트워크’이자 ‘사이보그의 전형’인 호킹이 하는 일은 일종의 ‘경영’이다. 저자는 이 네트워크를 ‘호킹 주식회사’라 이름 붙인다.

매년 케임브리지대학의 ‘파트 3:고등수학 자격증’을 통과한 100명의 인재 중 1명이 호킹의 제자가 되는 영광을 얻었다. 호킹은 연구 결과를 수식보다 훨씬 직관적인 펜로즈-카터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하기를 요구했다. 완벽한 이해와 세세한 계산식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가 학생들의 손에 놓였고, 호킹은 그 결과를 눈으로 보고 암기만 하면 됐다. 논문엔 호킹의 이름만 적혔다.

갈릴레이 사후 딱 300년 되는 날에 태어나, 과거 뉴턴이 맡았던 루커스 수학 석좌교수직에 임명된 일은 호킹이 스스로를 위대한 과학자 계보에 끼워넣는 데에 활용됐다. 언론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그는 자신의 답변을 재활용했으며, 언론은 그 답변이 새로운 지평을 여는 양 대서특필했다. 그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했던 영화 제작자들은 호킹의 모호한 답변 속에 길을 잃고 익숙한 신화를 재생산했다. 호킹을 다루지만 호킹의 전기가 아닌 이 책이 호킹의 ‘탈육체화된 정신’ 신화를 부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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