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대화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432쪽 | 2만2000원
인공지능(AI)과 함께하는 삶이 세상의 표준이 되고 있는 요즘,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갈까. 하루가 다르게 저명한 연사들이 각자의 비전을 제시하는 가운데 정재승 교수의 <서늘한 대화>는 다른 제안을 한다. ‘정해진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인 만큼, 함께 미래에 대해 사유하는 힘을 키우자’고 말이다.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이자 방송 <알쓸신잡>에 출연하는 등 대중에게 친숙한 연사이기도 한 정재승 교수의 8년 만의 신간이다. 강연장, CES 전시장, 연극 무대, 인공지능 대화창 등에서 나눈 40개의 대화를 엮었다. 상대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알파고와 대국한 이세돌 9단, 수도승, 예술인 등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는다. 강연장에서 만난 부모들과 ‘인공지능 시대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질의를 나누고, 기업인들과는 기술이 기업 혁신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논한다.
다양한 대화는 낯설고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로봇과의 섹스는 외도일까? 기술이 발전하는데 내 삶은 왜 나아지지 않을까? 인공지능은 인간을 지배하게 될까? 저자는 대화를 소개할 때마다 설화, 연구 자료, 개인적 경험 등 다채로운 사례를 꺼내놓는다. 어떤 자료들을 바탕으로 고민하고 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막막하게 느껴지던 질문의 긴장감이 줄어든다.
이 책에서 ‘서늘함’은 “두려움에 얼어붙지도, 낙관에 취하지도 않은 채 아직 바꿀 수 있는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의 온도”를 뜻한다. 저자는 “가급적 미래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기 전에 읽어두길 권한다”고 말한다. 총 4개의 파트, 20개 챕터로 나뉜 책은 원하는 부분만 들춰 읽어도 상관없다. AI라는 트렌드에 쫓기고 있고, AI가 잠식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침착한 사유의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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