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완공’ 약속 믿고 사전 계약
대출 지연으로 자금 융통 막혀
피해자들 집단소송 참여자 조직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한 신축 예식장 건물 모습이다.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다. /권민주 기자
올해 1월 11일 결혼을 준비하던 최보람(36) 씨는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 들어설 신축 예식장을 계약했다. 건물이 완성되기 전이어서 실물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 조감도에 마음이 끌렸다. 최 씨는 다른 예식장에 걸어두었던 가계약금까지 포기하며 계약했다. 당시 예약 담당자는 그에게 ‘7월 홀 완공’을 약속했다. 최 씨는 11월 본식 예정이었기에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계약자 ㄱ 씨(28)도 사정은 비슷했다. 2027년 4월 4일 결혼 예정인 ㄱ 씨는 신축 시설인 만큼 주차 환경이나 뷔페 음식 품질이 기존 식장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사가 계획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도 있었지만 무사히 완공될 것이라는 믿음이 더 컸다.
하지만 계약자들이 품었던 기대와 설렘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불투명한 공사 일정과 예식장 쪽 늑장 대응 탓에 업체를 믿고 계약한 예비부부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여전히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예식장 ‘심포니홀’ 현장. /권민주 기자
여전히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예식장 ‘심포니홀’ 현장. /권민주 기자
‘심포니홀’ 공식 조감도. /예식장 공식 SNS 갈무리
이 예식장이 예고한 첫 예식은 9월 5일 토요일이었다. 그러나 계약자들은 7월 초까지도 뷔페나 예식장 관련 일정 안내를 받지 못했다. 특히 묶음 상품으로 판매한 ‘홀·드레스·메이크업’ 중 메이크업 담당자 포트폴리오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ㄱ 씨는 “당시 부케 관련 문의를 남겼지만 ‘대외비’라는 답변만 받았다”며 “계약자에게도 숨겨야 하는 정보라면 대체 누구에게 공개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계약자들은 예식장 쪽에 향후 공사 일정과 제휴업체 업무 진행 현황 공개를 요구했다. 7월 10일 예식장 쪽은 누리소통망(SNS)에 ‘일부 자재 공급 지연으로 정식 개장을 8월 말로 조정한다’는 공지글을 올렸다. 다만 9월 첫 예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당초 공지대로면 개장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현재 예식장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예식장 뷔페가 들어설 6층 공사 현장에 널부러진 안전모. /권민주 기자
예식장 뷔페가 들어설 6층 공사 현장. /권민주 기자
예식장 뷔페가 들어설 6층 공사 현장. /권민주 기자
뷔페가 들어설 6층에는 식당 집기류 대신 인부들이 쓰던 안전모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현장에서는 노동자 한 명이 바닥에 있던 페인트통을 수레로 옮기고 있었을 뿐, 그 외 작업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홀이 들어서는 7~8층 상황도 비슷했다. 중앙 통로 등 일부 구조물은 설치돼 있었지만 벽면이나 바닥, 천장 마감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공사 중단은 ‘금융기관 대출 지연’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식장이 입점한 건물 소유권 은 신탁회사에 있다. 대출 채무를 일정 수준 이상 상환해야만 소유권을 기존 소유주 측으로 다시 이전할 수 있는 구조지만 대출 채무를 갚기 위한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신탁회사 측은 사전 승인 없이 진행되는 공사 즉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무단 행위가 발각되면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는 경고문이 붙으면서 공사 재개는 한층 더 어려워졌다.
4일 공사 현장을 찾은 계약자가 신탁회사 경고문을 발견한 후 계약자 단체 SNS에 공유했다. /독자 제공
예식장 ‘아트레홀’ 공사 현장이다. 여전히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모양새다. /권민주 기자
‘아트레홀’ 공식 조감도. /예식장 공식 SNS 갈무리
예식장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영업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오가지 않아 다른 층 분양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만 원활히 진행된다면 11월에는 정상적으로 예식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예식장 쪽은 당장 식을 진행할 수 없게 된 9월과 10월 예약자를 대상으로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른 예식장을 이용할 경우 본식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11월 이후로 일정을 연기하면 무료로 예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본식 날짜나 시간이 바뀌면서 발생하는 타 업체 위약금이나 청첩장 재인쇄비 등은 보상할 의사가 없다.
그러나 예식이 임박한 상황에서 일정을 변경하고 새로운 예식장을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예식장 ‘심포니홀’ 신부대기실 모습. 구조적인 문제로 조감도와는 다른 모습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권민주 기자
예식장 ‘심포니홀’ 신부대기실 공식 조감도. /예식장 공식 SNS 갈무리
최 씨는 결국 부산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예식장을 알아보고 있다. 창원 안에 있는 다른 예식장들은 원하는 시간대에 이미 예약이 마감됐기 때문이다. 최 씨는 “처음부터 다시 결혼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ㄱ 씨는 다른 예식장 계약에는 성공했지만 시간대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선호도가 높은 점심 시간대 예식을 계약했지만 지금은 오후 시간대로 밀렸다.
이 외에도 예식 당일에 맞춰 예약한 포토부스, DVD 제작, 스냅 촬영 등 관련 계약을 모두 변경하거나 취소해야 할 상황이다. 예식일이 얼마 남지 않으면 계약 취소 위약금까지 발생하는 등 모든 피해를 예비 부부들이 감당하고 있다.
창원지역 다른 예식장 관계자는 “최근 쉴 틈 없이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제는 잔여 시간마저 대부분 차 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피해 계약자 일부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현재 계약자 540여 명이 포함된 단체 SNS를 중심으로 집단소송에 참여할 인원을 모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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