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재정·채무 조정·소비쿠폰… 직접 지원 정책 전면화
코스피 5000 시대 속 지속 가능한 성장 시험대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대통령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재명 정부가 집권 10개월을 맞으며 민생 경제 정책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과 파격적인 채무 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한 가운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향한 직접 지원 정책이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코스피는 취임 7개월여 만에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 재정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과제는 남아 있지만, 2026년 3월 현재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물 경제에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비상경제TF' 1호 지시... 확장 재정으로 내수 점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당일 첫 행정명령으로 지시한 것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 구성이었다. 취임사에서 "민생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대통령의 의지는 이후 정부 정책 기조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2026년 예산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회를 통과한 본예산 규모는 727조 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이는 2025년 윤석열 정부 마지막 예산(673조 3000억원)보다 54조 7000억원 늘어난 수치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주목할 점은 여야 합의로 5년 만에 법정기한 내 예산안이 처리됐다는 것으로, 정책 집행의 안정적 기반을 일찌감치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I·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향후 5년간 150조원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는 2025년 12월 출범해 2026년 한 해에만 30조원 이상을 현장에 집행할 계획이다.
AI 분야에 최대 30조원, 반도체에 21조원이 배정되며, 엔비디아로부터 확보한 고성능 GPU 1만 장은 2026년 2월부터 산학연에 순차 배분된다. 단순한 재정 지출을 넘어 미래 성장동력에 선제적으로 베팅하는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산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상공인 3조 정책자금·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
민생 경제 정책의 핵심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이다. 2026년 소상공인 정책자금 규모는 3조 3620억원으로, 일반 경영안정자금부터 재도전 특별자금까지 상황별로 세분화됐다. 저금리 장기 대출을 통해 임대료·인건비·재료비 등 운전자금 부담을 낮추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연 매출 1억 400만원 미만 소상공인 230만 개사에게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이 지급된다. 전기·가스·수도요금, 4대 보험료, 통신비, 차량 연료비 등 고정비 부담을 직접 줄여주는 조치로, 카드 포인트 방식으로 지급되며 총 57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는 24조원으로 책정됐다. 국비 보조율도 상향 조정해 수도권은 2%에서 3%, 비수도권은 2%에서 5%, 인구감소 지역은 5%에서 7%로 높였다.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은 역대 최대 규모인 4조 5000억원을 발행한다. 폐업 소상공인의 점포철거비는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올리고, 전직·재취업을 연계하는 '희망리턴패키지'도 운영 중이다.
16조 배드뱅크... 113만명 채무 조정 '파격'
가장 눈길을 끄는 정책은 배드뱅크다. 정부는 2025년 2차 추경을 통해 7년 이상 장기 연체자 113만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총 규모 16조 4000억원의 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설립한 배드뱅크를 통해 일괄 매입한 뒤, 파산 수준의 연체자는 100% 빚 탕감, 일반 연체자는 원금 최대 80% 감면 또는 10년 분할 상환을 허용한다. 소요 재원 약 8400억원은 정부 재정 4000억원과 금융권 출연금 4400억원으로 충당한다.
새출발기금도 확대 개편해 총 채무 1억원 이하 소상공인에 대해 원금 최대 90% 감면을 적용하고 상환 기간을 최장 20년으로 연장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음에도 금융 지원만을 받았던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재기의 기회를 열어준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단순 탕감에 그치지 않고 고용·복지 지원을 연계한 종합 재기 지원도 병행하며, 엄정한 소득·재산 심사를 통해 실제로 갚을 능력이 없는 차주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유사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감면 폭이 가장 크다. 2008년 신용회복기금은 원금 최대 50%, 2013년 국민행복기금은 최대 70% 감면에 그쳤다.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해소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14조·최저임금 1만320원
정부는 2025년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총 13조 9000억원(국비 12조 2000억원, 지방비 1조 7000억원)을 집행했다. 1인당 15만~55만원을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해 내수 진작과 소상공인 매출 확대를 도모했다.
한국은행은 소비쿠폰 효과에 대해 "물가보다 성장에 더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으며, 2025년 3분기 성장률은 1.2%를 기록하며 예상치를 상회했다.
최저임금은 2026년 1만 320원으로 결정됐다. 2025년 1만 30원보다 290원(2.9%) 오른 수치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서 이견이 있는 사안으로, 실질 임금 보전과 영세 사업장 부담 완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불법 사금융 피해 대응도 강화했다. 2026년 1분기부터 피해자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전담자를 배정해 피해 신고, 중단 경고, 경찰 수사 의뢰, 법률구조공단 채무자 대리인 선임까지 한 번에 처리되는 통합 방식으로 전환됐다.
'소득 있는 성장' 실험... 성과와 과제
이재명 정부의 민생 경제 정책은 '직접 지원을 통한 소비 진작→내수 활성화→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그리고 자본시장은 이미 뚜렷하게 반응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2025년 6월 코스피 3000선을 회복했고, 10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2026년 1월 22일에는 역대 최초로 5000선을 돌파하며 대선 공약을 현실로 만들었다.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친화 정책이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가 단순한 단기 급등이 아니라 기업 실적 개선과 제도 개혁이 맞물린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확장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채무 증가는 정부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정부는 5년간 210조원의 추가 투자 재원을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로 조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계속 다듬어 나가야 한다. 자영업 구조의 근본적 개선 없이는 채무 탕감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정책 당국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2026년을 'AI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6대 구조개혁(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반드시 반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0개월간의 실험이 단기 부양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앞으로 2~3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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