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 가격 공세에 제조 마진 압박 심화··· 수익 모델 변화 필요
포티투닷·카투홈으로 "독자 생태계 구축"
무뇨스 현대차 사장, "자율주행, 미래 아닌 현재"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완성차 산업의 경쟁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기능 제어와 서비스 연계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Software Defined Vehicle)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SDV체제가 구축되면 완성차 기업의 수익 구조도 바뀐다. 사용자는 소프트웨어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며, 지속적으로 자동차 성능을 향상시켜서다. 현대차는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공세를 넘기 위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수익 구조를 구조적으로 바꾼다는 전략이다.
2300만 원대 中 전기차 진입… 제조 중심 경쟁 방식 변화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완성차 업계의 경쟁 방정식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현저히 적고 부품 표준화 속도가 빠른 전기차 특성상, 업체 간 설계 차별성이 점차 희석되는 양상이다.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고 부품 표준화가 빠른 편"이라며 "업체 간 설계 차이가 줄어들면서 하드웨어 사양만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기술 격차 축소는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중국 비야디(BYD)의 가격 경쟁력을 이기려면 결국 국내 완성차업체는 SDV 체제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야디는 배터리 생산부터 완성차 조립까지 모든 공급망을 갖춰 낮은 제조 원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판매중인 BYD 돌핀은 정부 보조금을 반영하면 실구매가는 2300만 원대까지 낮아진다. 여기에 지리자동차 지커(Zeekr)가 5000만 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프리미엄급 중형 SUV ‘7X’를 앞세워 국내 시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제조 중심 수익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리’가 생존 조건… SDV 전환 필수
전 세계 SDV 시장 규모와 전망. /삼정KPMG 경제연구원 자료 참고
제조·판매 중심의 전통적 수익 모델이 흔들리면서, SDV 전환의 전략적 필요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SDV 시장 규모는 2028년 4197억 달러(약 51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 판매 이후에도 소프트웨어를 통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SDV는 수익 구조 혁신의 핵심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는 미래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독립적으로 개발하는 '분리 기술'을 꼽는다. 차량 교체 없이 무선 업데이트(OTA)만으로 기능을 확장·고도화할 수 있어 판매 이후 수익 창출의 기반이 된다. 또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차종 간 공용화를 통해 개발 비용 절감과 신차 출시 기간 단축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지난 15일 ‘세마포 월드 이코노미’에서 “자율주행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고 강조한 것도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한 SDV 전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포티투닷 인수와 ‘카투홈’… 독자적 SDV 생태계 구축
호세 무뇨스 사장이 ‘2026 세마포 월드 이코노미’ 미래 모빌리티 트랙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자율주행 기술 기업인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하고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도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확보하기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협력해 내놓은 ‘카투홈(Car-to-Home)’ 서비스는 SDV 확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사례다. 차량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집안 가전을 원격 제어하는 이 서비스는, 자동차를 이동 수단에서 일상 생활을 아우르는 라이프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향후 구독형 수익 모델로의 연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모빌리티 산업 전문가는 "자체적인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향후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 서비스로 파생되는 막대한 부가가치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운영체제 생태계를 주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제조 마진이 구조적으로 압축되는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주도권 확보가 현대차의 미래 수익성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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