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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진실은 없어, 그래도 찾아…” 허스트가 韓 젊은이들에 하고픈 말은

“돈은 중요해요. 나는 돈을 존중하고, 돈을 통해 (예술적으로) 많은 걸 이뤄내고 있죠. 그러나 그것은 수단이자 부산물일 뿐입니다. 결코 최종 목적지는 아닙니다.”

3월 개막 亞 최초 회고전 44만명 돌파

이달 폐막…관객과의 대화 위해 방한

“피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하고 사유”

죽음·과학·종교 아우르는 예술관 소개

데이미언 허스트 작가가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돈은 중요해요. 나는 돈을 존중하고, 돈을 통해 (예술적으로) 많은 걸 이뤄내고 있죠. 그러나 그것은 수단이자 부산물일 뿐입니다. 결코 최종 목적지는 아닙니다.”

미술계의 슈퍼스타이자 악동, 문제적 예술가. 늘 여러 개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영국 출신 현대 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는 10일 오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술이 작품이면서 동시에 상품이 되는, 21세기 현대미술의 현실에서 ‘어떻게 예술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행보를 보이면서도, 자극과 충격의 요소를 활용해 상업주의 논쟁을 일으켜 온 허스트는 “예술을 논할 때 너무 돈과 깊이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돌파했다. 그는 “작품의 가치나 진정성은 훨씬 더 크고 복잡한 주제다. 돈과 결부시켜 그것이 ‘있다’ ‘없다’를 판별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죽은 자의 머리와 함께’ 라는 사진 작품을 배경으로,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가운데)가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동미 기자

이날 행사는 지난 3월 20일 개막한 허스트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 ‘데이미언 허스트:진실 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의 연계 프로그램이다. 폐막을 20여일 앞둔 전시는 현재(10일 기준) 관람객 44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최고 히트작으로 꼽히는 ‘론 뮤익’ 전시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관람객의 62%가 20~30대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허스트는 “모든 나라에서 미술관 방문객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의 젊은층은 점점 더 현대미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서울은 정말 놀라운 도시”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작가로서 예술이 사람들을 밀어내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늘 관객과 ‘밀당’을 한다고 했다. “내 작품을 관람객들이 어떻게 생각해도 좋아요. 다만, 끌어당기는 힘만큼은 강해으면 해요. 싫지만 조금은 좋아하고, 반대로 좋지만 조금은 싫어하면서, 질문하고 사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데이미언 허스트 작가가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스트는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이번 전시 도록의 서문을 쓴 이진경 서울과기대 교수, 송수정 학예연구관과 먼저 대담을 가졌다. 이들은 허스트 작업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인 ‘죽음’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허스트는 “예술에서 죽음은 결국 삶에 관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일찌감치 죽음을 사유하게 된 이유는 “어머니로부터 ‘피할 수 없는 것은 마주하라’고 배웠고, 죽음이 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해부학 박물관에서 일하며 죽은 사람의 몸을 그리기도 하고, 지인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을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죽음은 쉽게 배워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결국 작가는 자신의 질문을 해답인양 포장해 작품에 녹여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800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를 해골에 박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다. “저항도 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죽음’을 내 방식대로 해석한 결과물이죠.”

데이미언 허스트 작가가 관객들과의 대화를 위해 자신의 전시 개막 두 달 반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사진은 10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영상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박동미 기자

관객들은 작가로서 허스트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왜 작품의 제목이 유난히 긴지, 단 하나의 작품만 세상에 남긴다면 뭘로 할 것인지, 지금의 명성이 자유인지 제약인지, 사랑은 무엇인지 등 다채롭고 폭넓은 질문을 던졌다. 허스트는 20년째 금주와 금연을 하며 ‘멘탈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최대한 맑은 정신으로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아, 설탕엔 좀 중독돼 있지만요.”(웃음)

이번 서울 전시에서 허스트는 지난 40여년 간 작업한 대표작 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 중 단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어떻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처음엔 “돈이 필요할 수 있으니 ‘두개골(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로 하겠다”고 답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내 “잘린 소의 머리와 파리가 있는 ‘천 년’(1990)을 남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생명의 순환’을 날 것 그대로 구현한 이 작품은 발표 당시 “최고이자 최후의 예술”이라 평을 들었다.

10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와의 대화 ’종료 후, 허스트 작가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 박동미 기자

“어릴땐 진실을 믿었지만, 지금은 믿지 않아요. 과거엔 미술이 진실이고, 작가들이 진실을 추구한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게 과연 존재하나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둠을 뚫고 삶을 살아내기 위해 진실을 찾아 나설 수 밖에 없죠.”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허스트는 ‘진실’을 먼저 언급했다. 그러더니 “사랑은 이 모든 걸 초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을 믿지 않지만, 생존을 위해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며칠 전 미국 록밴드 레드핫칠리페퍼스의 파리 콘서트에 갔었고, 친구이자 이 팀의 베이시스트인 플리가 공연하는 걸 지켜봤다고 했다. “플리는 계속 소리쳤어요. 자신은 화가 너무 많지만, 그래도 사랑과 평화를 좋아한다고…. 진실도 사랑도, 제겐 다 그런 느낌입니다.”(웃음)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는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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