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골프 붐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호황도 잠시, 팬데믹 특수가 끝난 엔데믹 시대를 맞아 거시경제 변화와 시장 포화, 내부 통제 실패, 그리고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사법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지며 기업의 펀더멘털이 근본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본문 중에서]
대한민국 실내 스포츠 산업의 지형을 바꾼 골프존홀딩스(대표이사 최덕형)는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개발 및 제조, 직영·가맹점 운영을 통해 압도적인 시장 1위를 굳혀 온 기업이다. 골프가 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절, IT 기술과 결합한 시뮬레이터 모델을 앞세워 골프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그 과정에서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골프 붐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호황도 잠시, 팬데믹 특수가 끝난 엔데믹 시대를 맞아 거시경제 변화와 시장 포화, 내부 통제 실패, 그리고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사법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지며 기업의 펀더멘털이 근본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본업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고객 및 가맹점주들과의 갈등, 그리고 끊이지 않는 오너 일가 중심의 불투명한 경영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드러난 재무지표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상의 부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2025년과 2026년에 연이어 발생한 대형 악재까지 겹치며 기업 전반에 구조적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호가 커지고 있다.
매출 줄고 비용은 그대로... 영업레버리지 역풍에 구조적 침체
(단위: 억 원, 출처: 금융감독원)
최근 재무현황을 종합하면 골프존홀딩스의 실적 악화는 일시적 둔화가 아니라 수요 구조 변화와 비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침체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2022년 4,888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매출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며, 2025년 3,543억 원으로 주저앉았다. 신규 가맹점 오픈이 한계에 다다르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던 시뮬레이터 판매가 급감했고, 해외 골프 여행 재개 및 테니스 등 대체 스포츠의 부상으로 MZ세대 중심의 라이트 유저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게임 이용료 수익마저 큰 타격을 입었다.
2022년 944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불과 3년 만에 280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하락률이 무려 70.3%에 달한다. 장비 유지보수, 인건비, 플랫폼 운영비 등 고정비 부담은 여전한데 매출 외형이 줄어들면서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역으로 뼈아프게 작용한 결과다.
외형 축소에 더해 각종 과징금, 추징금, 소송 비용 등 막대한 영업외비용이 겹치면서 기업이 실제 손에 쥐는 현금 창출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미래를 위한 R&D나 신사업 투자는 더욱 요원해진 상황이다.
세무조사·랜섬웨어·대법원 패소까지... 구조적 위기 직면
골프존은 2025년 초, 법인세법 및 부가가치세법 위반 등으로 71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스크린골프 운영 과정에서 비용을 과대 계상하고 감가상각비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사실이 국세청 특별세무조사에서 적발된 것이다.
2013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특별세무조사 적발로, 누적 추징금만 무려 514억 원에 달한다. 이는 회사의 연간 순이익을 초과하는 수치로, 시장에서는 골프존의 회계 시스템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2024년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랜섬웨어 사태로 역대 최대 규모인 75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여파가 2025년 내내 회사의 경영 부담으로 작용했다.
(골프존 스크린골프) 출처: 기업내부자료
이러한 잇따른 경영 참사 배경에는 오너 일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감사위원회는 회계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고, 이사회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등 경영진을 견제할 장치가 철저히 무력화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카카오VX 등 경쟁사들이 공세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구시대적 경영 구조는 골프존홀딩스의 전략적 유연성과 시장 신뢰도를 동시에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이 누적된 경영 문제와 리스크가 실적 하락으로 표출된 시기였다면, 2026년은 골프존홀딩스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르는 결정적 해가 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2026년 2월 말~3월 초에 확정된 대법원의 골프 코스 저작권 파기환송 판결이 있다.
지난 7년간 골프 코스 설계사들과 벌여온 기나긴 법적 공방에서, 대법원은 "골프 코스 설계도면 역시 기존 코스와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갖춘 저작권 보호 대상 창작물"이라며 골프존 승소를 판결했던 2심을 뒤집고 설계사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장 대법원 판결 직후 골프존은 소송 대상이 된 28개 주요 골프 코스의 스크린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는 촌극을 빚었다. 설계사들이 청구한 수백억 원대 손해배상금은 차치하고라도, 골프존이 현재 서비스 중인 약 400여 개의 코스 전체에 대해 개별적인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선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이 천문학적인 비용은 가맹점주의 시스템 이용료 인상이나 소비자 게임비 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며, 이미 카카오VX 등 경쟁사로 이동하고 있는 고객 이탈을 더욱 가속화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골프존홀딩스의 캐시카우였던 본업의 수익성은 3년 연속 폭락해 바닥을 뚫었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 아래 방치된 회계 및 보안 시스템은 500억 대가 넘는 누적 벌금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설상가상으로 대법원의 저작권 철퇴는 남의 창작물에 무임승차해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렸던 과거의 사업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선언했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혁, 여기에 로열티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독자적인 가상현실 기술 혁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한때 대한민국 스크린골프 시장을 지배했던 제국의 균열은 더욱 빠르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시장과 투자자들 역시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실적 추이와 2026년 기업의 근간을 뒤흔든 사법 리스크의 거대한 여파를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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