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80%…2006년 이후 최고
1차 투표 이후 젊은층 공략 성공
북동부 8곳·경합주서 모두 승리
‘우파 바람’ 중남미서 정권 수성
여소야대 의회·재정 압박 ‘과제’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승리한 배경에는 투표율 상승과 막판 지지층 결집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EFE통신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1억5870만명 중 약 1억2820만명(80.8%)이 결선투표에 참여했다.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1차 투표에 비해 결선투표에 참가한 유권자 수는 약 300만명 늘어났다. 무효투표와 백지투표는 총 3.24%로, 1차 투표의 약 4.77%보다 낮아졌다.
룰라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의원에게 약 222만표 뒤졌으나 결선에서는 51.79%를 득표해 48.21%를 득표한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약 443만표 차이로 제쳤다. 브라질 매체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특히 미나스제라이스주에서는 50.4%를 얻어 역전했고, 상파울루시에서는 약 10%포인트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미나스제라이스주는 유권자가 상파울루에 이어 가장 많은 지역으로 1998년 이후 이 지역에서 승리한 대선 후보가 패배한 일은 없었다.
보우소나루 의원 지지세가 강한 남부와 남동부 지역에서도 투표 참여가 증가했지만, 북동부의 룰라 대통령 지지세 결집의 효과가 이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북동부 9개 주 가운데 8곳에서 룰라 대통령은 약 70%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보우소나루 의원은 남부와 중서부, 농업 중심 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로이터통신은 예상을 뛰어넘는 투표 참여가 룰라 대통령의 승리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 선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상파울루에서 대선 결선투표 승리가 확정된 뒤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룰라 대통령은 1차 투표 이후 선거운동 조직을 재정비하고, 온라인 홍보와 거리 유세를 강화했다. 특히 안드레 자노니스 하원의원이 주도한 왓츠앱 지지자 조직과 젊은 유권자의 참여가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룰라 대통령의 18~29세 지지율이 43%에서 52%로 상승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 기간 영세 자영업자 채무 탕감과 주말 대중교통 무료화, 대학생 장학금 확대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브라질 정부는 저소득층 복지 프로그램인 ‘보우사 파밀리아’ 지원금을 15% 인상해 대선 전 미리 지급했고, 주 6일 근무제 폐지를 위한 헌법 개정안도 공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잇따라 우파가 집권하는 중남미 정치 지형에서 룰라 대통령의 승리는 의미가 적지 않다. 최근 칠레, 볼리비아, 콜롬비아, 페루 등에서 우파 또는 중도우파 후보가 승리하면서 이른바 ‘블루타이드’가 확산한 가운데 브라질은 좌파 정부를 유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남미 영향력 확대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노선을 택할지도 관심이다.
룰라 대통령의 다음 임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차 투표와 함께 실시된 지난 4일 총선에서 보우소나루 의원의 자유당(PL)은 상·하원 최대 정당으로 부상했다. 룰라 정부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사면과 사법부 권한 조정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쏟아낸 공약들로 인해 룰라 정부가 받는 재정 압박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82%를 넘어선 상황에서 높은 금리와 가계부채, 생활비 부담에도 대응해야 한다. 아마존 산림보호와 석유 개발·환경규제를 둘러싼 갈등도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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