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열린 제19회 울산공업축제 가장행렬. 울산공업축제는 1963년 울산공업단지 조성을 기념해 시작한 축제로 1988년까지 매년 열리다 35년 만인 2023년 부활한 축제다. 사진제공=울산시
울산시가 시민배심원단의 숙의를 거쳐 84개 대형 행사 중 20개 사업에 대해 폐지 의견을 모으면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지역 축제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단순한 예산 절감을 넘어 그동안 양적 팽창과 연예인 초청 위주로 비판받던 지역 행사를 주민 참여와 지역 고유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9월 19일 울산대 국제관에서 열린 ‘축제·행사 시민배심원단’ 토론회를 통해 시비 1억 원 이상 투입되는 84개 사업 중 20건의 폐지 의견을 도출했다. 주민등록 인구 분포에 맞춰 무작위로 선발된 배심원단 99명이 사업 효과성과 예산 타당성을 종합 검토한 결과다.
폐지 의견이 모인 사업은 총 20개다. 분야별로는 문화·공연 분야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가족사랑 콘서트’, ‘고-래트로’, ‘불후의 명곡 in 울산’, ‘아이러브 울산 시민콘서트’, ‘울산 직장인 가요제’, ‘중기 씨의 패밀리 DAY 콘서트’, ‘2026 국제민간교류(공연)’가 포함됐다.
축제·행사 분야는 6건으로 ‘국제목판페스티벌’, ‘울산공업축제’, ‘울산 떡·빵앗간 축제’, ‘울산음식문화축제’, ‘울산 펫 페스티벌’, ‘태화강국가정원여름축제’ 등이다. 체육·건강 분야는 ‘세계명문대학 조정페스티벌’, ‘이장·통장 가실 운동회’, ‘자전거 대축전’, ‘해오름생활체육대축전’ 등 4건이다. 경제·산업 분야는 ‘ULSAN EXPORT PLAZA’, ‘울산혁신콘퍼런스’, ‘보건의 날 기념 울산건강박람회’ 등 3건이다.
울산시는 부서별 심층 검토를 거쳐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해 이를 2027년도 본예산 편성에 최종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그간 지역 축제가 안고 있던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자체마다 우후죽순 생겨난 축제들이 초청 가수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구성, 특정 시기 집중, 차별화 부족 등으로 예산 낭비 논란을 빚어 왔기 때문이다. 과거 축제평가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나 역대 시정의 정비 시도가 있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본격적인 구조 개혁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울산시민연대는 논평을 통해 “울산의 축제·행사 난립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배심원단의 결정을 환영했다. 시민연대는 “시민이 직접 예산을 들여다보고 필요성을 판단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단순한 폐지에 그치지 않고 울산의 역사와 문화, 산업과 지역성을 제대로 담아내고 시민이 직접 즐길 수 있는 축제에 집중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행사의 필요성, 지역성, 시민 참여도, 효과성을 지속해서 점검할 상시 평가 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행정 주도의 일방적 행사나 관행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시민 눈높이에 맞는 축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지역 문화의 질적 도약을 이끌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영환 울산시 재정기획관은 “이번에 발표하는 20개 사업은 시민배심원단이 폐지 의견을 제시한 사업으로, 사업 폐지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시민배심원단의 의견을 사업 부서에 전달하고 해당 사업의 효과성과 예산 투입의 적정성, 향후 운영 필요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2027년도 예산 편성 작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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