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⅔’ 연습생 인생…미스춘향→아이돌→프로듀서→배우
아이돌 제작 내려놓고 다시 무대에 선 이유
노래는 기본, 정서·서사 안은 배우
관객과 만나는 ‘브람스’, 오는 10월25일까지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가수 겸 배우 조승희(35)의 인생을 따라가면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초등학생 시절 연습생으로 시작해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미스춘향을 거쳐 걸그룹 파이브돌스와 다이아의 멤버로 무대에 섰다. 이후에는 아이돌 제작과 프로듀싱까지 직접 경험하며 다수의 아이돌을 발굴했고, 이제는 다시 배우와 뮤지컬이라는 자신의 가장 오래된 꿈으로 돌아왔다. 특히 수없이 돌아간 것처럼 보였던 시간이 결국 자신을 위한 ‘프로듀싱’의 과정이었다.
조승희는 지금, 수없이 돌아온 끝에 가장 오래 품었던 ‘배우’라는 꿈을 다시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에 그가 바라보는 내일은 과거와 다르다. 더 이상 하나의 역할에 자신을 가둘 생각이 없다. 프로듀서로 쌓은 경험은 배우로서 자신을 이끄는 힘이 됐고, 노래 역시 포기하지 않는다. 연기를 중심에 두고 뮤지컬과 드라마, OST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목표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조승희는 오랫동안 그의 활동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도 “이제는 꾸준히 오래오래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돌아가는 길이 길었던 만큼,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오래 걸어가겠다는 각오다.
◇ ‘엄친아’의 반항 아닌 꿈 향한 도전…믿는 도끼를 ‘金도끼’로!
조승희에게 연예인의 꿈은 아주 오래전 시작됐다. 초등학생 시절 한 대형 기획사의 오디션 전문 사이트를 통해 노래를 불렀고, 한 달 동안 주간 1위를 기록하면서 캐스팅됐다.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지만, 학생으로서 공부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집안의 반대는 컸다.
그의 마음속 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어릴 적 한동네에서 함께 자란 배우 문근영, 박신혜,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본명 정윤호), 방탄소년단(BTS) 제이홉(본명 정호석) 등 또래들이 차례로 데뷔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연예인이 되고 싶다’라는 마음은 더욱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신문방송학과 진학을 준비했다. 그러다 진로를 연극영화과로 틀었다. 주변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조승희는 “3개월 안에 무조건 들어간다”라고 마음먹었고, 잠을 줄여가며 입시를 준비했다. 결국 수시로 4개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뮤지컬 오디션에 지원했다. 뮤지컬 ‘아이돌’의 주인공을 맡으며 무대 경험을 쌓았다. 이후에도 아이돌과 배우의 세계를 오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의 인연은 훗날 조승희가 연예계 전반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밑거름이 됐다.
◇ 모든 운의 시작은 미스춘향 ‘眞’부터…참가자가 인정한 인성 ‘甲’
조승희의 인생은 한 번에 배우의 길로 향하지 않았다. 라섹 수술을 위해 고향인 광주에 갔다가 우연히 미스춘향 지원 공고를 발견한 것이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당시 수술로 인해 눈이 보이지 않았던 조승희는 언니에게 “지원서 좀 써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이러한 상태에서 합숙에 들어가니 막막함이 몰려왔다.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화려한 의상이나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도움 없이 스스로 대회를 준비했다. 말 그대로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선크림 정도 바른 상태였다.
그런데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경험이 무기가 됐다. 연극영화과에서 익힌 무대 경험과 뮤지컬을 하며 쌓은 노래 실력을 활용해 자기소개와 돌발 질문을 준비했다. 몇천 명 가운데 추려지는 과정에서 본선에 올랐고, 당시 연습생 소속 회사의 반대에도 끝까지 설득해 대회에 참가했다.
본선은 10일간의 합숙이었다. 당시 연습생 생활을 하던 조승희에게 합숙은 낯선 환경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보다 어린 참가자들을 챙기고 함께 움직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조승희는 “내 기수부터는 지각을 못 하게 다른 참가자들을 깨우러 다녔다. 1분, 30초 늦는 것도 없었다. 연습생 시절을 워낙 빡빡하게 보내서 그런지 우리 조 모두 벌점도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화목하게 지낼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결과가 나왔다. 조승희는 진(眞)이 됐다. 그는 “그저 열심히 했다. 엄마도 ‘내 딸이니까 지켜보자’라는 마음으로 오셨다가 깜짝 놀라셨다. 수상 후 엄마를 30분 동안 찾아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모든 운을 다 쓴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 지나고 나면 또다시 ‘연습생’…기다림은 도전을 멈추지 못했다
미스춘향을 시작으로 파이브돌스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아이돌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활동 기간은 길지 않았다. 계약 문제와 멤버들의 변화가 겹치면서 팀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정리됐고, 잔여 계약 기간 때문에 당장 자유롭게 새로운 길을 선택하기도 어려웠다.
팀 활동이 끝난 뒤에도 끝이 아니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다시 연습생처럼 생활했다. 말 그대로 자시 연습생이 됐다. 그 기간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됐다.
당시 소속사에서는 매일 연습하는 조승희를 지켜보며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세웠고, 그룹을 세팅하기까지 다시 1~2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팀이 다이아였다.
다이아에서 그는 단순히 멤버로만 존재하지 않았다. 연습생 경험이 거의 없던 멤버들이 많았던 만큼 리더로서 책임이 컸다. 걸음걸이와 인사부터 연습 태도, 지각과 식사 시간까지 하나하나 알려줘야 했다.
조승희는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이 있었고, 리더에게 책임감을 많이 줬다. 나도 본의 아니게 악역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미 오랫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으니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먼저 경험한 멤버의 책임감과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소속사가 믿고 맡긴 ‘아이디어 뱅크’…아이돌 이어 프로듀서로도 ‘인정’
새로운 그룹이 꾸려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프로듀싱에 눈을 떴다. 의견을 내기 시작했고, 실제로 그의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경우도 많았다.
다이아의 ‘그 길에서’에는 H.O.T.의 ‘행복’을 오마주한 요소도 담았다. 조승희는 “김광수 대표님이 ‘네가 알아서 한번 해봐’라고 하실 때가 있었다. 나한테도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많이 맡기셨다”라면서도 “내가 제안했는데, 당시에는 채택되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나중에 다른 그룹에서 크게 성공한 경우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후 그는 아이돌 제작이라는 또 다른 세계에 깊숙이 들어갔다. 남자 그룹을 준비하던 시기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고, 이후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며 기획자로서의 경험을 쌓았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에서 배출한 그룹 엑스원(X1) 관련 프로젝트에서는 레이블을 맡아 바이럴부터 기획까지 폭넓은 업무를 경험했다. 중·고등학생 멤버들의 학교와 숙소로 오가는 일정, 향후 계획까지 직접 들여다보면서 단순한 콘텐츠 기획 이상의 영역을 키웠다.
이러한 경험은 결국 직접 그룹을 만드는 단계까지 이어졌다. 조승희는 “그때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오디션을 보고 멤버를 뽑고, 계약을 진행하고, 트레이닝 선생님과 작곡가를 섭외했다. 뮤직비디오와 세계관까지 기획했다. 내가 함께한 아이돌들이 새로운 무대에 서는 과정도 경험했다”라고 전했다.
◇ 쓴소리와 함께 성장 경험…그가 바라본 아이돌들의 현재
프로듀서로서의 삶은 또 다른 부담을 안겼다.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전면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조승희는 “언론 매체에서는 나를 대상으로 기사를 쓰고 싶어 했다. 어쩔 수 없이 노출됐고, 이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는 ‘관종(관심받고 싶은 사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욕도 많이 먹었다”라며 씁쓸했던 과거를 돌아봤다.
회사 사정으로 결국 해당 프로젝트와도 이별해야 했다. 지금은 한발 물러서서 과거 함께했던 아이돌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성공 사례가 없느냐? 실패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각자 자리에서 잘살고 있다. 지금 인지도가 없다고, 잘 안됐다고 해서 그 친구들이 못하거나 별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업 구조상 평가의 잣대가 될 수는 있지만, 분명히 빛나는 친구들이다”라며 “‘언젠가 우리 성공해서 만나자’라고 이야기한다”라고 서로를 응원했다.
조승희의 마음에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공존한다. 그는 “나도 내 영역에서 성공해야 그 친구들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 나도 그렇고 그 친구들도 그렇고 함께 성장하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진심을 털어놨다.
◇ 기다림과 방황의 시간…돌고 돌아온 배우 인생의 자양분
조승희가 다시 선택한 영역은 배우다. 그렇다고 “프로듀싱을 그만두니까 배우를 한다”라는 단순한 도전이 아니다. 그는 “배우의 꿈은 죽을 때까지, 끝까지 하고 싶은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배우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꿈이었다. 오히려 프로듀서로 살아온 시간이 배우로서의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그는 “내가 프로듀싱하면서 했던 말들이 있다. ‘이렇게 하면 좋아할 거야’ ‘자신감을 가져’ ‘이걸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등의 말들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플레이하는 사람이 되니까 이걸 잊어버리더라. 두려워지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순간도 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래서 지금 조승희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은 명확하다. 그는 “‘아냐. 이렇게 하면 좋아하겠지. 잘해야겠지’라고 다시 생각한다. 지금은 나를 프로듀싱해야 할 때인 것 같다”라고 다짐했다.
최근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진 작품은 뮤지컬 ‘광화문연가’다. 중학생 시절부터 좋아했던 ‘노래방 18번’이었던 노래들이 실제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다.
조승희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다. 그는 “노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정서와 서사를 잘 풀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소개했다.
최근 뮤지컬 ‘빨래’에도 오디션을 지원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작가 지망생 ‘선영’ 역에 도전했다.
극 중 ‘선영’은 꿈을 향해 나아가다 좌절하고,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선영’은 작가가 되기 위해 돌고 돌아 5년의 세월을 보내듯, 조승희 역시 긴 기다림과 고뇌의 시간을 통과했다. 그래서 그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좌절만이 아니다.
그는 “기다리는 시간, 고민하는 시간, 빨래를 널면서 느끼는 애환 같은 것들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정확하게 내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깝고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환희나 기쁨, 열정 같은 것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대학 시절 과제로 뮤지컬 ‘모차르트!’와 ‘빨래’를 보고 레포트를 썼던 기억도 있다. 이제는 직접 그 무대에 서고 싶다. 여기에 또 하나의 로망 ‘렌트’도 있다.
특히 배우 전미도를 좋아한다는 조승희는 “따뜻하고 여리여리한데, 그 안에 가지고 있는 감성이 있다. 나도 전미도 배우와 같은 포근한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라고 털어놨다.
◇ “이젠 오래오래” 팬들에게 서운하지 않은 간절한 보답
조승희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는 오랜 시간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이다. 활동했다가 멈추고, 다시 시작했다가 또 공백이 생기는 시간을 지켜본 팬들의 상심과 서운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가고 싶다.
그는 “이제는 배우로서 길게, 오래오래 꾸준히 계속 활동할 계획이다. 좋아하는 노래도 연기하면서 보여드리고 싶고, 드라마 OST로도 만나고 싶다. 하지만 베이스는 연기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돌에서 프로듀서로, 프로듀서에서 다시 배우로. 수없이 역할을 바꿔온 조승희가 이제는 자신의 인생 자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바라보고 있다. 자신을 프로듀싱하면서 저를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서운하지 않은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돌고 돌아 다시 무대다. 다만 이번에는 누군가가 정해준 콘셉트가 아니다.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자신이 직접 만들어갈 배우 조승희의 길이다. 조승희는 “배우로서 열심히 해서 계속 전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뮤지컬 무대에서도 자주 뵀으면 좋겠다”라고 인사했다.
길게 돌아온 만큼 이번에는 오래 걸을 생각이다. 아이돌로 무대를 경험했고, 프로듀서로 사람을 바라봤으며,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기획과 제작을 배웠다. 이제 그 모든 경험을 자신의 연기에 쏟아붓는다.
‘지금은 나를 프로듀싱할 때.’ 조승희가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뮤지컬 ‘브람스’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