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ㆍ한국투자증권, 국고채·삼성전자 내세웠지만 “사실상 달성 불가 조건”…퇴직연금 자금 흡수 통로
금융당국 "사실상 회사채인데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포장" 불편
해외 전문가들 “구조적으로 신용상품”…투자자 오인 소지 많아
DLB.[사진=김지은 기자]
증권사들이 파생상품 형태를 띤 원리금보장형 상품인 파생결합사채(DLB)를 공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초자산으로 국고채 금리나 개별 주식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 달성 가능성이 없는 조건을 설정해 증권사의 사실상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1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국고채 3개월 금리가 3개월 만기에 8% 이상으로 오를 경우 % 수익을 제공하는 DLB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3% 수준인 국고채 금리가 3개월 이후에 8% 이상으로 급등하 가능성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이는 ‘형식적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8%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거의 같은 수준의 금리인 3 %를 지급한다.
하나증권은 2일에도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만기일인 7월 16일까지 2배 이상 오를 경우에 연 수익 3.71%를 지급하는 상품을 151억원 규모로 모집한다고 공시했다. 조건 미달성시 금리도 3.70%로 비슷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이같은 DLB를 1조3,266억원어치 팔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일 삼성전자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만기 1년에 주가가 500% 이상 급등할 경우에 연 3.3310%를 보장하는 DLB 상품을 130억 규모로 모집한다고 공시했다. 조건 미달성시 연 3.33%의 수익을 지급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부터 이같은 DLB 상품을 9조3,074억원어치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품이 파생상품 외형을 활용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겉은 파생, 속은 채권”…글로벌 IB도 같은 시각
DLB는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구조는 발행사의 신용에 기반한 채권과 유사하다. 특히 기초자산 조건이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회사채와 본질적으로 같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DLB 상품이 사실상 발행사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채인데도 불구하고 파생상품의 외피를 입고 원리금보장상품인양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퇴직연금법과 규정상 DLB 상품이 은행의 정기예금처럼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분류돼 있는 점을 이용해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유치 경쟁을 위해 DLB 상품을 과도하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LB 상품이 원리금 보장상품인 것처럼 설명돼 있지만 본질적으로 발행사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채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오인할 소지가 크다"며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JP모건 체이스의 구조화금융 담당 관계자는 “기초자산 조건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면 투자자는 해당 자산이 아니라 발행기관의 신용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며 “상품의 본질은 파생상품이 아닌 신용상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파생상품 전략가 역시 “구조화 상품은 외형상 파생상품이지만 실제 리스크는 발행사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는 조건보다 발행사의 신용도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파생상품과 채권의 경계에 위치한 상품 구조는 투자자 입장에서 혼선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상품 설명과 실제 리스크 간 괴리가 클수록 투자자 보호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퇴직연금 자금 유입…“원리금보장 착시”
DLB 판매 확대의 배경에는 퇴직연금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 퇴직연금 규정상 DLB 상품이 원리금보장형으로 분류되면서 정기예금과 유사한 상품으로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퇴직연금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증권사들의 DLB 발행 규모가 최근 수조원대로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록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원금 보장’이라는 표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발행사의 신용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일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구조화상품 시장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퇴직연금 자금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특성이 강한 만큼, 상품 구조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투자될 경우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달은 3%, 운용은 고수익”…증권사 자금조달 창구
증권사 입장에서는 DLB가 자금 조달과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매력적인 상품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연 3%대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더 높은 수익률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증권사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산정시 일반 회사채 대비 위험가중자산 반영 비율이 낮아 자본 부담이 줄어드는 점도 발행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구조화 상품은 자본 효율성을 높이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규제 체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발행이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DLB는 조달 비용 대비 운용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며 “자본 규제 부담을 낮추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 발행 유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파생상품 외형 활용한 자금조달”…투자자 주의 필요
전문가들은 DLB가 파생상품이라는 외형과 달리 신용상품 성격이 강한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투자자는 기초자산이 아니라 발행기관의 신용 위험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안정형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초자산 조건이 투자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제시되는 만큼, 해당 조건이 실제로 의미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파생상품 외형을 활용한 자금 조달 구조가 확대될 경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굿모닝경제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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