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 선 ‘여고생 흉기 살인’ 장윤기. /연합뉴스
‘장윤기 강간살인 사건’을 수사한 광주 경찰의 부실 수사와 유착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성범죄 혐의 간과와 블랙박스 방치 등 초동 수사 미흡은 물론, 현직 경찰 간부인 부친의 증거인멸과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불거지자 경찰청 본청은 광주 광산경찰서에 대한 고강도 감찰에 착수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피의자 장윤기의 자취방에서 발견된 성인용품 ‘리얼돌’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식 보고서를 검찰에 넘기지 않고 누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분석 보고서를 사건 송치 나흘 뒤인 지난 5월 18일경 전달받고도 6주간 방치했다. 경찰은 언론의 추가 취재가 시작되어서야 누락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 관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경찰은 피의자 주거지의 리얼돌을 압수하지 않은 데 이어, 범행에 사용된 자동차까지 현장에 그대로 방치했다. 체포 당일 차량에서 혈흔과 지문만 채취한 채 철수했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문제는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차량을 압수수색하기까지 약 보름 동안, 현직 경찰 간부인 장 씨의 아버지가 범행 차량을 계속 운행하며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뒤늦게 검찰이 차량을 압수수색한 결과, 트렁크에서 과거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와 피해자 혈흔이 추가로 확보됐다.
이와 함께 장 씨의 아버지가 아들의 범죄 흔적을 지우는 과정에서 담당 수사팀이 지속적으로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구체화됐다. 지난 5월 8일 부친이 아들의 원룸을 치우며 리얼돌을 폐기할 당시, 평소 부모에게 주소를 알리지 않았던 장 씨의 원룸 비밀번호를 직접 제공한 것은 사건 담당 경찰이었다. 심지어 폐기 당일 경찰이 수사관 입회하에 구속 상태인 장 씨와 부친 간의 휴대전화 통화를 연결해 준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장 씨는 범행에 사용한 스마트폰을 강물에 버렸다며 은폐하던 중이었다.
경찰이 이처럼 증거 확보를 소홀히 한 사이, 정작 납치 목적의 구체적인 범행 정황은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야 뒤늦게 드러났다. 검찰은 사건 현장 인근 대형 트럭의 블랙박스와 CCTV를 분석해 장윤기가 조수석 뒷문을 열어놓고 피해자를 제압하는 납치 시도 장면을 확보했다. 가슴 등이 훼손된 리얼돌과 함께 장 씨의 왜곡된 성 의식을 입증할 주변인 증언 및 과거 메모 등도 대거 확보해 재판 증거로 신청할 방침이다.
리얼돌 및 범행 차량 방치, 감식 보고서 송치 누락, 구속 피의자와의 사적 전화 연결 등 일련의 수사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경찰청 본청이 전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감찰관 2명은 이날 오후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에서 수사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현지 조사에 착수했다. 본청 감찰팀은 초동 수사 부실 경위는 물론, 현직 경찰 간부인 부친과 수사팀 간의 유착 및 정보 유출 여부 등 제기된 의혹 전반을 강도 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