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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동전쟁 한 달…러시아 웃고 한·일 울었다

한국은 원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정유·석유화학·반도체 등 에너지 집약 산업 비중이 크다. 유가 상승은 생산 비용 증가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실제로 증시 급락과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불안도 동시에...

중동전쟁 한 달…러시아 웃고 한·일 울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 해역의 화물선들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글로벌 경제·안보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단기 충돌로 끝날 것이라는 초기 전망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에너지·물류·금융 시장 전반에 구조적 충격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가별로 손익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전쟁의 경제학’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핵심은 에너지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 충격은 국가별 산업 구조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위기’가 되기도 한다.

미국, 군사적 우위 속 경제·정치 부담 확대

미국은 개전 초기 군사적으로는 압도적 성과를 거뒀다. 이란의 핵심 군사 인프라를 타격하며 중동 내 군사 패권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동시에 걸프 국가들의 안보 의존도를 높이며 전략적 입지도 강화했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실패하면서 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직결됐다. 여기에 2000억달러(약 300조원)에 달하는 전쟁 비용까지 더해지며 재정 부담도 확대됐다.

정치적 리스크도 적지 않다. 동맹국들이 군사 개입을 회피하면서 ‘미국 단독 전쟁’ 구도가 형성됐고, 이는 글로벌 리더십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과의 균열도 심화되며 전통적 동맹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관망 속 전략적 이익

중국은 전쟁에서 가장 ‘조용한 승자’로 평가된다. 시진핑 주석은 공식 입장을 최소화한 채 관망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군사·외교 역량이 중동에 묶이는 동안, 자국의 전략적 여유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제적으로도 상대적 이익이 뚜렷하다. 중국은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해 중동 의존도가 낮고, 이란과의 원유 거래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고유가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 제조업에 주문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동남아 국가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생산 차질을 겪자, 글로벌 바이어들이 중국으로 주문을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은 외교적으로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 위안화 결제 확대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달러 중심 에너지 질서에도 균열이 감지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러시아, 최대 수혜자 부상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로는 러시아가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공급이 막히자, 러시아산 원유와 LNG, 알루미늄, 비료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은 배럴당 93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전쟁 이후 단기간에 수십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유럽 정부는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 석유 수출이 최대 400억 달러(약 60조원)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에너지 공급 안정을 이유로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일부 완화하면서, 러시아 경제에는 예상 밖의 숨통이 트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위축됐던 경제가 중동 전쟁을 계기로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일본, 에너지 의존 구조의 취약성 노출

반면 한국과 일본은 대표적인 피해 국가로 꼽힌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비전투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원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정유·석유화학·반도체 등 에너지 집약 산업 비중이 크다. 유가 상승은 생산 비용 증가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실제로 증시 급락과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불안도 동시에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물가 상승률 전망은 높였다.

일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에너지의 약 40%를 석유에 의존하고, 이 중 95%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유가 급등으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고, 석유화학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자동차 산업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에너지 수입 의존형 경제 구조’의 취약성이 이번 전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경제·사회 전반 붕괴 위기...유럽, 동맹 균열

전쟁 당사자인 중동 지역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전쟁 한 달 동안 중동 국가들이 최대 194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추산했다.

물류·금융·관광 허브로 성장해온 걸프 국가들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일자리 감소와 빈곤층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며 사회 불안도 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은 경제적 부담과 외교적 딜레마를 동시에 안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나토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 개입 요청을 거부하면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표면화됐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외부가 아니라 동맹 체제의 약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입장에서는 미국을 지지할 경우 경제 부담이 커지고, 거리를 둘 경우 안보 공백이 발생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에너지 구조’가 승패 갈랐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각국의 에너지 구조와 공급망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시켰다.

에너지 자립도와 공급 다변화에 성공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충격을 흡수했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동시에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와 같은 자원 보유국의 이익은 커지고, 한국·일본 등 제조업 중심 국가는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다.

결국 이번 전쟁은 ‘누가 싸웠느냐’보다 ‘누가 구조적으로 준비돼 있었느냐’가 승패를 가른 사례로 평가된다. 글로벌 경제 질서 역시 에너지와 공급망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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