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백악관 홈페이지)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미국이 이란에 요구한 '최후통첩'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실상 전면전 직전 단계까지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불발 시 이란 핵심 인프라를 공격하겠다는 경고장을 내놓으면서 경제 시장 전반이 극도의 긴장 상태에 진입했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당초 예고한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까지 결렬될 경우 "이란의 교량과 발전소 등 핵심 인프라를 단시간 내 모두 파괴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제시된 '45일 휴전 후 종전 합의' 중재안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실상 군사 충돌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같은 긴장 고조가 단순한 지정학적 이벤트를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며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 역시 1500원대를 돌파하며 '뉴노멀' 구간에 진입했다. 전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주총장 앞에 전시된 삼성전자 HBM4와 HBM4E 실물 모습. (사진=채윤정 기자)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는 환경에서는 산업별 영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우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업종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IT 업종 실적은 전반적으로 상향"이라며 "주요 전기전자 기업들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와 가격 인상 구조, 환율 상승 효과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며 "특히 IT 업종은 실적 방어력이 높은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예로 이날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장 초반 '20만전자'를 탈환하는 등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드 사이클 앞뒤로 전개되는 판가 상승 구간 이후 물량 확대 구간이 중복 발현될 때,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은 더욱 폭발적으로 개선됐다"며 "그 구간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2분기 사이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동차 업종 역시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는 섹터로 꼽힌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과 신차 효과가 실적을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하이브리드차(HEV), 유럽 전기차(BEV) 수요 대응을 통해 전동화 차량 중심의 판매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며 "신차 효과를 통한 실적 개선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합산 매출이 73조7000억원 수준으로 분기 최대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관세 부담과 환율 변동에 따른 비용 증가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존재하는 구조다.
정유·화학 업종은 보다 복합적인 흐름을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확대가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제품가격 상승과 정제마진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며 업황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원유 도입 가격과 물류비 상승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원가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전 연구원은 "유가가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하락하기는 어려운 만큼 비용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그룹 사옥 전경. (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
건설 업종은 현재보다 이후를 봐야 한다. 중동 재건 수요가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발주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동 재건 비용은 최소 3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종전 이후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기업 전반은 환율 상승이라는 기회와 비용 증가라는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간이다. 원가를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실적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내수와 유통 업종은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과 고금리 환경이 소비를 위축시키면서 실적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이번 중동 리스크 국면은 '시장 전체'보다 '업종별 차별화'가 핵심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의 하락 흐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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