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광장에 호르무즈 해협을 언급하며 페르시아어로 ‘영원히 이란의 손 안에’라고 적힌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EPA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부가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기업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경제부는 17일 ‘최근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하방 위험 증대 우려’라고 언급했던 것보다 한 단계 높은 수위로, 전쟁 장기화의 여파가 경제 전반에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사용했던 ‘경기 회복’이란 표현도 이번에는 제외했다.
정부는 “반도체 중심 수출호조가 지속되고 소비 등 내수 개선세를 이어왔지만, 중동전쟁 영향으로 소비·기업심리가 둔화하고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 민생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 심리는 107.0으로 전월 대비 5.1포인트 하락했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2024년 12월(-12.7포인트)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93.1) 역시 전월보다 4.5포인트 떨어지며 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하며 전월(2.0%)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특히 중동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류 물가가 9.9% 급등했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재경부는 세계 경제와 관련해 “중동전쟁과 주요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교역·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는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가 하방 국면으로 진입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성중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가 하방에 접어들었다는 건 아니다”라며 “하방 위험이 증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지난달 카드 국내 승인액이 전년 동월 대비 8.4% 증가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고, 감소세를 보였던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도 8.0%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수출 역시 반도체를 필두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3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9.2% 급증했으며,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액도 42.7% 늘었다. 컴퓨터(189%)와 반도체(151%) 등 주력 품목의 강세가 수출 성장을 주도했다.
후행지표 성격이 강한 고용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3월 취업자 수는 20만6000명 늘어 전월(23만4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20만명대 증가세를 보였다.
재경부는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를 위해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유지하며 상황변화 및 부문별 영향을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추경 신속 집행 및 현장애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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