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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동 리스크, 가격 넘어 '생산 차질'로 확산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국내 산업의 생산 차질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불안이 석유화학 원료와 첨단소재로 이어지면서, 일부 품목은 공급 차질 시 즉각적인 공정 중단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동 리스크, 가격 넘어 '생산 차질'로 확산

출처=한국무역협회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국내 산업의 생산 차질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불안이 석유화학 원료와 첨단소재로 이어지면서, 일부 품목은 공급 차질 시 즉각적인 공정 중단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대(對)중동 수입은 원유·LNG 등 에너지 비중이 절대적이다. 2025년 기준 중동 수입액 736억 달러 가운데 원유가 521억 달러로 70.9%를 차지했고, 석유제품(15.3%), 천연가스(7.7%)가 뒤를 이었다. 에너지뿐 아니라 나프타·LPG 등 석유화학 원료 역시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문제는 공급망 충격이 가격이 아닌 ‘물량 부족’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지역 생산 원자재의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이 구간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 LNG의 20~25%가 지나가는 핵심 병목 구간이다. 해상 운송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단기간 내 대체가 어렵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에 따르면 중동 리스크 영향을 크게 받는 8대 핵심 품목은 원유, LNG, 나프타, LPG, 헬륨, 브롬, 알루미늄, 암모니아다. 이 가운데 원유·나프타·헬륨은 ‘공정 유지 우선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공급이 끊길 경우 단기 생산 차질 가능성이 높은 품목들이다.

특히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로, 국내 소비 비중이 석유제품 가운데 49.4%로 가장 높다. 한국은 나프타를 주로 중동에서 수입하며, NCC(나프타 분해설비) 구조상 대체 투입이 제한적이다.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에틸렌·프로필렌 생산 감소로 이어지며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헬륨 역시 구조적 취약성이 큰 품목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필수적인 냉각용 가스로, 한국의 카타르 의존도는 64%에 달한다. 글로벌 생산이 미국·카타르 등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단기 대체가 사실상 어렵다. 최근 중동 사태로 글로벌 헬륨 가격은 약 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는 여전히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세계 6위 수준의 비축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사태 장기화 시 영향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해협 봉쇄 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30% 이상이 차단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NG와 브롬, 암모니아는 ‘수급 안정 중점 관리’ 품목으로 분류됐다. LNG는 카타르 생산 차질과 함께 대체 공급선 확보가 쉽지 않아 발전과 산업용 원료 수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브롬은 반도체 공정 소재로, 원료 공급이 이스라엘 등에 집중돼 있어 중장기 수급 불안이 우려된다. 암모니아는 비료 원료로 농업과 화학 산업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LPG와 알루미늄은 물리적 공급 부족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물류 차질과 국제 가격 상승을 통해 제조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이번 리스크의 성격을 ‘공정 중단형 공급망 위기’로 규정했다. 에너지 공급 차질이 석유화학 원료, 산업 소재를 거쳐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연쇄 구조라는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공정 안정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응 방향도 기존과 달라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수입선 다변화를 넘어 평시 물량 선확보, 비상시 국내 전환이 가능한 조달 전략, 대체·절감·재활용 중심의 기술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산업은 비용 상승을 넘어 생산 차질이라는 구조적 충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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