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에너지, 홍콩 상장 첫날 시총 26조원 돌파
16일, 인공지능 기반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전문 기업 시그에너지(Sigenergy, 思格新能源)가 홍콩 증권거래소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80% 가까이 상승하며 시가총액 1,400억 홍콩달러(약 26조원)를 돌파, ‘AI 저장 장치 1호 상장사’ 타이틀을 확보했다. 설립부터 IPO까지 걸린 기간은 4년 미만으로, 중국 기업의 홍콩 증시 상장 사상 최단기 기록이다.
창업자 쉬잉통(许映童)은 화웨이(华为)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핵심 인사다. 1999년 입사 후 무선 소프트웨어 플랫폼 부장 등을 거쳐 화웨이 스마트 태양광 사업부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화웨이를 4년 만에 글로벌 태양광 인버터 시장 1위에 올려놓은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22년 화웨이를 떠난 쉬잉통은 스마트 태양광 부사장이었던 장시엔먀오(张先淼) 등 화웨이 출신 핵심 인력들과 함께 시그에너지를 설립했다. 이들은 기존의 분리형 저장 장치 대신 ‘AI 일체형 광축(태양광+저장장치)’ 시스템에 주력하며 시장 흐름을 바꿨다.
핵심 제품 시그스토어(SigenStor)는 인버터, 배터리, 충전 모듈 등을 하나로 합친 5-in-1 적층형 일체형 기기다. 단순히 AI 기능을 덧붙인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정의 에너지(Software Defined Energy) 개념을 도입해 에너지 스케줄링 자체에 AI를 내장했다. 이를 통해 설치 시간을 단축하고 지능적인 에너지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매출은 2023년 약 5,830만 위안(약 125억원)에서 2024년 13억 3천만 위안(약 2,874억원), 2025년 90억 위안(약 1조 9,450억원)으로 2년 만에 150배 이상 증가했다. 2024년 기준 글로벌 적층형 분산 광축 일체형 시장 점유율은 28.6%로 세계 1위다.
투자 유치 속도도 공격적이었다. 창업 한 달 만에 500만 위안(약 10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같은 해 말까지 A1~A3 라운드를 연달아 완료하며 총 5억 4천만 위안(약 1,166억원)을 조달했다. 힐하우스캐피탈(HillHouse Capital, 高瓴资本)이 엔젤 라운드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월든 인터내셔널(Walden International, 华登国际), 뷔펀드(V Fund, 云晖资本), 이스턴 벨 캐피탈(Eastern Bell Capital, 钟鼎资本)이 함께했다. 힐하우스캐피탈 창업 파트너 리량(李良)은 “쉬잉통이 이끄는 팀이 중국 최고 수준의 제조업 베테랑이 보유한 심층적인 시스템 공학 역량과 강력한 글로벌 현지화 실행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뷔펀드 공동 창업 파트너 슝옌빈(熊焱嫔)은 “당시 매출도 고객도 없던 초기 기업에 투자 전 기업가치 25억 위안이라는 보수적이지 않은 평가를 내렸지만, 이는 AI 시대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이후 B 라운드와 B1 라운드로 총 1억 7천만 위안(약 367억원)을 추가 유치했으며, 투자 후 기업 가치는 41억 7천만 위안(약 9,013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상장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화웨이 출신 창업가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다. IPO를 준비 중인 자동차 애프터마켓 디지털화 플랫폼 카스타임(Casstime, 开思时代)의 장용싱(江永兴), 슈퍼 유니콘으로 불리는 서버 전문 기업 엑스퓨전(xFusion, 超聚变), 애지봇(AgiBot, 智元机器人) 즈훼이쥔(稚晖君) 등이 모두 화웨이 출신이다. 이들은 다년간의 엄격한 훈련과 대규모 조직을 이끈 경험을 공통 강점으로 갖고 있다. 힐하우스캐피탈, 월든 인터내셔널 등 VC들이 시그에너지 초기에 거액을 베팅한 이유도 바로 이 ‘팀의 실행력’이었다.
시그에너지는 에너지 인터넷이라는 비전을 AI 기술과 하드웨어 제조 역량으로 풀어낸 하이테크 유니콘이다. 쉬잉통 회장은 화웨이에서 체득한 시스템 엔지니어링 능력을 바탕으로 레드오션이었던 저장 장치 시장에서 일체형과 AI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홍콩 증시의 흥행은 시장이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서 시그에너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레스, 차량용 변기 특허 취득
10일, 화웨이의 핵심 파트너이자 아이토(AITO, 问界) 제작사로 알려진 세레스(SERES, 赛力斯)가 신청한 ‘차량용 변기 및 차량’ 실용신안 특허가 공식 승인되었다.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차에서 목욕탕과 인덕션까지 나오겠다”, “한 명이 볼일 보면 온 가족이 냄새를 맡아야 하느냐”는 등 조롱과 진지한 토론이 뒤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특허는 단순히 접이식 변기 시트를 수납함에 넣어두는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제출된 이 설계의 핵심은 좌석 아래 숨겨진 슬라이딩 방식의 통합형 변기 시스템이다. 변기 본체와 슬라이드 레일 세트로 구성된다. 평소에는 시트 아래에 완벽하게 숨겨져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며, 필요할 때 시트를 이동시켜 변기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명절 고속도로 정체, 장거리 주행, 오지 캠핑 등 화장실을 찾기 힘든 극한의 상황을 겨냥했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장거리 여행에서 화장실 문제는 더 절실하다.
실용성에 대한 공감과는 별개로 소비자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냄새 격리와 청결 관리, 그리고 프라이버시다. “차 안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 시트 아래로 밀어 넣으면 그 냄새는 누가 책임지나”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네티즌들은 과거 열차처럼 바닥으로 직접 배출하는 방식을 제안하거나, 배설물을 이용해 차를 움직이는 바이오가스(Biogas) 기술을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의 젠에코(GENeco)사는 이미 인간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메탄가스로 달리는 바이오 버그(Bio-Bug)라는 일반 승용차를 선보인 바 있다. 약 70가구의 1년 치 배설물로 한 대의 소형차를 운행할 수 있음이 증명된 만큼,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다.
세레스의 차량용 변기 특허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닌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현재 3열 6인승 SUV 시장에서 차 기업들은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집을 파는 수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내 공간 설명에 전용면적, 풀옵션 인테리어 같은 부동산 용어를 동원하고, 각종 편의 사양을 끝없이 업그레이드하는 양상이다. 지커(Zeekr, 极氪) 9X는 22개 포인트의 안마 시트를, IM모터스(IM Motors, 智己) LS9은 차량 내 샤워 시설과 바닥 난방을, 니오(Nio, 蔚来汽车) ES9은 발 마사지 기능과 3열·1열 간 인터폰 기능을 탑재했다. 냉장고, 대형 TV, 소파, 발 마사지기, 안마 의자, 차량용 노래방, 무중력 모드까지 아이디어를 총동원한 끝에, 세레스는 경쟁사가 아직 건드리지 않은 장거리 이동의 실제 고충인 생리 현상 해결 영역을 공략한 것이다.
다만 문제점을 포착하는 것은 첫 단계일 뿐이다. 차량 내 시나리오에서 화장실 사용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승객과 운전자의 사용 경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고, 사용한 모두가 유용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단계다. 세레스가 사용자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 디자인 경험으로 모든 지적을 잠재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CATL, 1분기 매출 27조원… 컨센서스 40% 상회
15일, 중국 배터리업계 1위 CATL(宁德时代)이 2026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2.45% 증가한 1,291억 3,100만 위안(약 27조원),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8.52% 증가한 207억 3,800만 위안(약 4조 4,821억원)이다. 당초 12개 주요 증권사가 예측했던 매출액(922억 위안)과 순이익(164억 위안)을 각각 40%, 26%씩 상회하는 수치다. A주 시장에서 대형 우량주의 실제 실적이 전문가 컨센서스와 이 정도로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이번 실적은 CATL이 단순한 배터리 제조사를 넘어 ‘에너지 솔루션 및 자원 플랫폼’으로 진화했음을 상징한다.
CATL은 2025년 4분기 순이익 231억 6,700만 위안(약 5조 7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00억 위안을 넘어서며 2분기 연속 200억 위안 이상의 흑자를 달성했다. 1분기 실적 호조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수성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중 확대와 해외 공장의 생산 효율 개선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체 배터리 출하량 200GWh 중 ESS 비중은 25% 수준으로 올라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SS 배터리는 전기차용보다 마진율이 약 3%포인트 높다. 특히 CATL은 단순 셀 공급을 넘어 시스템 통합(SI) 솔루션을 직접 제공하며 글로벌 ESS 시장에서 5년 연속 1위 지위를 수익으로 전환했다.
그동안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었던 해외 생산 거점도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었다. 73억 4,000만 유로(약 12조원)가 투입된 유럽 최대 규모의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은 2026년 1분기 양산을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 현지 공급을 개시하며 물류비 절감과 관세 리스크 해소를 동시에 달성했다. 해외 시장 점유율은 이미 30%를 돌파했으며, 국내외 공장 가동률은 96.9%에 육박해 사실상 풀가동 상태다.
가격 전쟁이 치열한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CATL은 5년 만에 점유율 50%를 재탈환했다. 3월 말 발표한 3세대 선싱(神行) 초급속 충전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기반임에도 5분 충전으로 300km 주행이 가능하다. 삼원계(NCM)보다 저렴하면서 성능까지 갖춘 가성비로 중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리오토(Li Auto, 理想汽车), 니오(Nio, 蔚来汽车), 샤오펑(Xpeng, 小鹏汽车) 등 주요 OEM과의 10년 장기 협력, 배터리 팩·BMS·열 관리 시스템을 통해 경쟁사의 진입 여지를 좁혔다.
실적 발표 당일, CATL은 300억 위안(약 6조 4,848억원)을 출자해 신에너지 광물 투자 플랫폼인 시대자원그룹(时代资源集团)을 설립한다고 공표했다. 단순 배터리 제조를 넘어 리튬, 니켈 등 상류 자원을 직접 확보하고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탄산리튬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고 공급망 탄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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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혜
플래텀 중국 연구소장 / 편견 없는 시각으로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현지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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