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으로 비운항‧감편, 현지 투어도 영향
여행사, 단거리·프리미엄 전략으로 돌파구 모색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 등으로 여행업계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티웨이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으며, 노선 감편과 비운항 결정이 줄을 잇고 있다. ‘준코로나 수준’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 등으로 여행업계에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 AI 생성
긴축 모드 돌입, 곳곳에서 변수
항공사들은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유가 급등으로 유류비 부담이 커졌고, 고환율로 인해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 지출도 상승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4월1일 “비상경영까지는 아니더라도 긴축 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라며 “수요가 부족한 노선은 운영을 이어가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한항공의 비상경영 선언은 여행업계에 심리적 충격을 안겼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항공 공급이 흔들리면서 여행사 상품 운영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비운항과 감편이 이어지면서 상품 구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어서다. 상장여행사인 A사의 경우, 중동 항공사 비즈니스석을 활용해 6월 출발 유럽 상품 모객을 완료했으나 중동 하늘길 중단과 유류할증료 인상이 겹치면서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동 전쟁의 여파는 전방위로 미치고 있다. 베트남·필리핀 현지 투어 운영사들이 기존 계약 금액으로는 투어 운영이 어렵다는이유로 계약금액 조정을 요구하거나 운영 중단을 통보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항공에 이어 현지 투어마저 갑작스럽게 운영 불가 처리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한 여행사 동남아팀 관계자는 “현지에서 투어비를 올려달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어 주시하고 있다”라며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전년과 비교해 4~5월 비수기 성적이 나쁘지는 않겠구나 기대했지만, 지금은 중동 전쟁으로 전망이 어두워졌다”라고 설명했다. 한 스위스 철도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 이용 비중이 높았던 만큼 유럽 여행이 다소 위축되며 철도 수요도 줄었고, 고환율도 문제”라고 말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미주·대양주 등 장거리 노선이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다소 영향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발권일 기준으로 3월은 4~5월분 선발권 덕택에 선방했지만, 4월 이후 신규 예약이 감소할 수 있어 반갑지도 않은 상황이다. 유류할증료 인상 소식이 3월 중순부터 쏟아지면서 여행사와 소비자들은 3월 발권 시 당월 기준 유류할증료가 적용된다는 점을 활용해 예약 수요를 당겼다. 한 OTA는 3월 발권량이 평소 대비 4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여행사들은 다양한 전략을 통해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 전경 / 여행신문 CB
관건은 그 이후…여름 성수기가 시험대
여행업계의 우려는 여름 성수기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항공 비운항이 지속되면 여름 성수기 수요를 크게 확대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웹투어 관계자는 “4월1일 하루만 봐도 베트남 지역은 신규 계약 문의가 줄었다”라고 전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전쟁이 마무리되고 유가가 제자리를 찾아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하루하루 너무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이라 단기 예측도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환율이 1,500원대 초반을 오르내리며 여행 수요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현재 유가 흐름이 유지될 경우 5월 발권분에는 유류할증료 최고 단계인 33단계가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만큼 여행업계의 그늘은 갈수록 짙어질 전망이다.
여행사들은 단거리 집중과 프리미엄·테마 상품 강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노랑풍선의 4~5월 예약 상황을 보면, 중국과 일본 등 단거리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단거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하나투어는 일본·중국 단거리에 집중하며 테마 상품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교원투어는 미주 지역 메이저리그 직관 투어·대륙 횡단 상품 등 차별화된 테마 상품을 앞세우고, 단거리는 프리미엄 비중을 확대해 수요를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참좋은여행도 일본·중국·동남아 등 유류할증료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단거리 지역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는 미리 확보해 둔 하드 블록을 활용한 프로모션으로 유류할증료 부담을 줄이는 전략도 병행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상화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도 나왔다. 제주도는 유가 상승과 여행 심리 위축으로 경영 위기를 겪는 관광사업체를 위해 제주관광진흥기금 300억원을 활용한 특별 융자 지원을 결정했다. 정부는 이른바 ‘전쟁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3,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융자지원을 추가 진행할 방침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메르스와 코로나 때처럼 업계 의견을 취합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지원책을 건의하는 역할을 준비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한편, 중동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각 4월1일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 안에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선포하는 등 이란 정권을 압박하고 있어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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