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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택 통매입 넘어 BTR 개발 확대…‘영끌 공급’에 단비될까

정부와 서울시가 자투리땅까지 활용해 주택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기업형 민간임대가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완화할 새로운 주택 공급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선정릉의 홈즈 선정릉 지점 공용 라운지전경. 사진 제공=홈즈컴퍼니

정부와 서울시가 자투리땅까지 활용해 주택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기업형 민간임대가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완화할 새로운 주택 공급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주택을 매입·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지 매입부터 개발까지 직접 나서는 기업이 늘고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면서다. 공공 재정만으로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의 공급을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금 부담 완화와 투자금 회수를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자본 밀려오는 韓 임대시장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형 민간임대 시장에서 전문 운영사와 글로벌 투자자들이 손잡고 임대를 목적으로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MGRV가 올 1~8월 개발을 위해 검토한 토지 면적만 39만㎡에 달한다. MGRV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5000억 원 규모의 임대주택 개발 합작법인(JV)을 설립한 뒤 토지 매입부터 신규 주택 건설에 참여하는 BTR(Build to Rent·건설임대) 방식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종합부동산 기업 홈즈컴퍼니도 임대주택 운영에서 직접 개발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430실 규모의 임대형 기숙사 개발에 나선 데 이어 동대문구 용두동에서도 356실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용두동 사업에는 글로벌 부동산 개발업체인 미국 하인즈가 총사업비 2000억 원 가운데 절반을 투자하면서 해외 자본의 국내 임대주택 투자 수요가 눈길을 끌었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의 자회사 우주도 글로벌 투자사와 손잡고 4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15개 지점 3000호실 규모의 임대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자본의 국내 임대주택 투자는 기존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임대시설로 전환하거나 운영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미국 사모펀드 KKR은 위브리빙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과 동대문구 휘경동의 임대주택 자산을 확보했다. 모건스탠리는 SK디앤디 등과 강동구 길동, 금천구 독산동 등에서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통매입·운영 방식에서 나아가 토지 매입부터 신규 주택 건설에 참여하는 BTR 방식으로 투자 영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건설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취득세 감면과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 세제 혜택도 투자 방식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공공 공급은 재원 확보와 선택지 다양화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임대의 공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남원석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일 열린 서울주거포럼에서 “서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규모가 연간 약 2만5000호 수준”이라며 공공의 공급 여력만으로는 다양한 임대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세제 장벽 해소가 공급 확대 열쇠

하지만 국내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전체 임차 가구(약 840만 가구) 중 기업형 민간임대(공공지원 민간임대 포함) 규모는 약 34만 가구로 전체 임대 시장의 5% 수준으로 집계된다. 이 중 공공지원 성경이 아닌 민간 전문 개발·운영사가 운영하는 규모는 1% 미만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한성숙(오른쪽) 국무총리가 6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 별내’를 방문해 단지의 동네돌봄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이 같은 태동 단계에서 빠르게 확장이 안 되는 데는 임대주택 개발에 투입된 자금이 다시 신규 공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 점이 있다. 장기민간임대주택은 사업 유형에 따라 최대 20년의 임대 운영을 전제로 하지만 부동산 펀드의 투자기간은 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 건설 과정에서 위험을 부담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업자가 준공 이후에도 장기간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면 신규 개발에 투자할 자금이 묶이게 된다”며 “개발사업자가 임대주택을 장기 보유할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회수한 자금을 다시 신규 개발에 투입할 수 있어야 공급이 두 세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건설임대와 매입임대 간 세제 격차다. 개발사업자가 직접 건설한 임대주택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취득세 감면과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인수하는 장기투자자는 매입임대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 과정에서 취득세와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종부세 합산배제 요건도 까다로워져 투자 유인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결국 개발사업자가 임대주택을 지어도 이를 넘겨받아 장기간 운영할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 자금 회수와 신규 공급을 위한 재투자에 제약이 생기는 구조다. 또 토지 매입부터 개발, 운영까지 장기간에 걸쳐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세제와 금융, 임대 관련 규정이 자주 바뀌면 투자자 유치와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건설임대와 매입임대를 구분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분양 중심의 주택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임대주택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사업자가 주택을 건설하고 기관투자자가 이를 장기간 보유하며 전문 운영사가 관리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신규 공급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가 확보되면 청년과 직장인 등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코리빙과 소형 주거시설, 임대형 기숙사 등에서 벗어나 가족형 아파트 등으로 공급이 다양화되고 임대료 안정과 임차인 보호 장치도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에서는 BTR 개발 과정에서 일정 물량을 시세보다 저렴한 ‘부담가능주택(Affordable Housing)’으로 확보하는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조강태 MGRV 대표는 “살 사람이 없으면 결국 지을 사람도 없는 것”이라며 “한국의 BTR 상품을 정의하고 공급을 장려해 임대 생태계가 새롭게 구축되면 사회적 의무도 부과할 수 있고 공급도 다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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