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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좋은 시를 찾아서] 주기율표의 빈자리 -흩어진 나를 원소로 묶기

화학적인 용어들이 시 속에 나열되고 있다는 것은, 시 소재의 새로운 영역을 넓히는 그런 시로 읽힌다.

[좋은 시를 찾아서] 주기율표의 빈자리 -흩어진 나를 원소로 묶기

김은국 시인

숨 쉴 때마다

내 안의 수소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이미 젖어 버린 세포로 나열된 나는

조금씩 분해된다

나트륨에 젖은 파도는

내 그림자의 감정을 밀어내는 걸까?

밀려 날 때마다 묻는 몸짓으로

금 간 내 틈을 남몰래 채운다

하루살이처럼 짧은 내 산소를

어디로 보내야 하나?

그냥 내 공허 하나 내줄까?

그러다 이렇게 되묻는다

산소는 필요한 건가?

부유하는 헬륨의 기억 속에

떠도는 헐거워진 손길

Ek-

다시 내 원소들을 탄소에 묶어

내 빈자리의 윤곽을 스케치한다

반복적인 틈새에 갇힌 세월들

눈물은 너와 나를 녹여

섞은 융합의 결정체

흘러야 내 품에 빈칸 하나 생긴다

그 안에 내가 마르고 있다

그 결 위로 드리운 노을의 핏줄이 철철 번진다

Ek-

알려진 바 없는 원소의 이름을 짓는 중이다

◇김은국= 대구 출생. Temple University 약학과 졸업. 워싱턴문인회 시 등단(2020), 수필 등단(2021). 울산광역매일 필진(2025). 필라한국일보에 작품 발표(2024-현재). 제6회 동주해외신인상 수상.

<해설> 화학적인 용어들이 시 속에 나열되고 있다는 것은, 시 소재의 새로운 영역을 넓히는 그런 시로 읽힌다. 이는 시인의 약력에서도 알 수 있는바, 몸의 활동에 따라 생기는 수소, 나트륨, 산소, 헬륨이 어떻게 배열되는지를 비슷한 성질의 원소가 나타날 때마다 그것을 위아래로 겹치게 배열하는 과정을, 시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결정적인 문장으로는 “눈물은 너와 나를 녹여/ 섞은 융합의 결정체”라는 그것, “그 결 위로 드리운 노을의 핏줄이 철철 번진다”는 그것, “알려진 바 없는 원소의 이름을 짓는 중이다”는 그것은 결국 Ek-라고 한다. “흘러야 내 품에 빈칸 하나 생긴다/그 안에 내가 마르고 있다”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화학적 실체를 시의 말로 드러내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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