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에 대한 시장 요구에도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강남권 고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어나는 흐름이다. 정비사업 주택은 거래하기 어려워 사업 속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도 투기 과열 가능성을 더 심각하게 보는 탓이다. 재건축 사업 일정에 쫓기는 강남권 집주인들은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1년 만에 20억 원이나 가격을 낮춰 매믈을 내놓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에 대해 살펴보고는 있다면서도 당장 반영할 상황은 아니라며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행법의 예외 사유를 확대하는 안에 대해서는 검토 여지가 있지만 서울시가 요구해온 3년 한시 완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여서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제한하는 건데 해당 제도를 풀어버리면 투기과열지구 취지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조합원 지위 승계 예외 확대 요구에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하지만 관련해 홍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재개발사업 현장에서는 “현행법에 일부 예외 규정이 있지만 모든 지역에 적용하기는 어려워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기존의 국토부 입장을 반복했다. 국감 당시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일 뿐, 당장은 제도 변경이 쉽지 않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후 주택·토지를 취득하더라도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없다. 다만 1세대 1주택자의 10년 보유·5년 거주나 가구원 전원의 생업·질병·취학·결혼에 따른 이주 등 제한적 예외에 해당하면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정부는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는 주택 거래가 단기간에 늘면 집값을 자극할 걸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분담금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자산을 정리하려 해도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조합원까지 묶어두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주택을 샀다가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물딱지’ 피해도 완화 필요성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황 의원은 조합원 지위를 넘겨받을 수 있는 예외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과 맞물려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 수십억원씩 가격을 낮춰서라도 처분하려는 집주인도 늘었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선 이같은 매도자 사정에 따라 집값을 10억~20억 원 낮춘 매몰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신현대9·11·12차) 전용면적 111㎡는 지난해 7월 75억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지난달엔 55억 9000만원에 팔리며 20억 원 가까이 떨어졌다. 압구정2구역은 지난달 31일 사업시행계획인가 총회를 열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2차 전용면적 107㎡은 지난 9월 48억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최고가였던 61억 5000만원에 비해 13억 원 넘게 하락했다. 신반포2차 조합은 지난달 서초구청에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서를 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위한 정비사업 속도 제고를 위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에 나서려면 불필요한 규제들을 해소해야 한다”며 “강남 집값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국토부가 지나친 투기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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