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섭 광주시의사회 회장 대담
광주시의사회 사회공헌사업단 본격 출범
이주민·소외계층 의료 지원 시스템 강화
헌신과 나눔, 차세대 의료인들과 유산 계승
광주시의사회 ‘네팔 빙하 대홍수 구호대’가 지난 4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을 방문해 구호활동을 벌였다.광주시의사회 제공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소방관처럼, 의사에게도 헌신은 몸에 배어 있는 소명입니다.” 광주시의사회가 사단법인 사회공헌사업단(단장 홍명표)을 출범하고 의료인의 사회적 책무를 선언했다. 단발성 기부나 봉사를 넘어 체계적인 재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청년 의사들에게 헌신의 유산을 이어가는 의사회의 발걸음이 사뭇 진지하다. 만연한 의료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씻어내고 이웃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려는 이들의 고백과 다짐을 최정섭 광주시의사회 회장으로부터 들었다.
광주시의사회가 지난 9월 18일 회원 성금과 봉사활동을 위한 사회공헌사업단 창단식과 총회를 열었다.광주시의사회 제공
-그동안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사단법인으로 사업단을 공식 출범한 배경이 궁금하다.
▲재난 대응이나 기금마련 등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의사회가 선도적으로 앞장서고 각종 봉사 활동에 대한 연속성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지역 의사들의 바람이었고, 이에 맞춰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국내외서 엄청난 사회적 참사가 이어지는데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별도의 독립적인 법인이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논의가 시작됐다.
초대 단장에는 오랫동안 사회공헌 활동을 해온 홍경표 명예 광주시의사회장이 맡아 주셨다. 저희 사회공헌사업단의 가장 큰 목적은 사회적 재난의 상처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 핵심이고, 두 번째는 그동안 해온 해외 의료봉사, 세 번째는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고려인을 사랑하는 의료인 모임’의 경우도 당초 의료인들의 자발적인 봉사 모임으로 출발했다가 2023년 법인을 설립하면서 다양한 기금마련 행사를 추진할 수 있어 후원에 큰 보탬이 됐다.
저희가 사업단 출범 후 첫 활동이 네팔 대홍수 피해 성금(2천500만 원) 모금과 현지 봉사 활동이었는데 광주의사회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네팔이라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 광주시의사회만의 특징을 살려서 법인을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 광주시의사회 사회공헌사업단의 특색을 이야기하자면.
▲광주에서는 의사들이 여러 봉사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에서 활동한 홍경표 단장님을 비롯한 지역 의사들과 조덕선 SRB 회장 등 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국제협력단을 통해 네팔과 몽골에 광주진료소를 만드는 등 많은 활동을 해왔다. 광주 지역 의료계를 중심으로 창립한 사단법인 아시아 희망나무도 2015년 7월 캄보디아 광주진료소를 개소하고, 서정성 이사장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 선진 의료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초대 네팔 명예영사를 지냈고 고려인 마을 광주진료소를 설립한 전성현 원장은 국제협력단과 아시아 희망나무에서 활동해 왔다. 이번 사업단도 여러 의사분들과 단체들의 활동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광주 지역 의료계에서 그동안 보인 봉사 정신을 잘 담아내고 퍼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정섭 광주시의사회 회장이 지난달 28일 광주특별시 북구 중흥동 무등일보 커뮤니케이션룸에서 조덕진 주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사회공헌사업단은 의사회의 본격적인 ‘사회적 책무’ 선언으로 읽힌다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 같다. 부정적 시선이 팽배한 것도 있지만 그것은 일부 극단적인 의사들에 국한되고 대부분 의사들은 생명 윤리에 대한 소명으로 훈련된 된 직역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광주의 경우 수많은 크고 작은 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의사들에게 사명감과 헌신이 몸에 배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방관이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발견했을 때 몸이 먼저 반응해 달려나가는 것과 같다. 꾸준한 활동을 통해 의사 집단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씻어내는 것도 사업단이 해야 할 역할이다.
-해외 구호뿐만 아니라 이주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하고 계시는데.
▲고려인 진료소에서는 중앙아시아나 몽골, 러시아에서 온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하고, 광산구에 있는 광주이주민건강센터에서는 동남아에서 온 이주민들을 주로 진료하고 있다. 고려인 진료소가 갖는 의미가 크다. 고려인 마을에는 현재 7천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이들이 소위 단기 비자밖에 받지 못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병원에 가서 진료받는 것 자체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전성현 원장의 기부와 제안에 광주시와 광주시의사회 등 각종 의료봉사단체들이 공감해 2018년 3월1일 고려인광주진료소를 개소했다. 처음에는 16명의 규모의 봉사단이 무료 진료와 건강상담을 맡았으나 이제는 그 규모도 68명으로 늘어났다. 매주 진료하려면 시 보조금(2천만 원)으로는 부족하다. 회원들의 기부와 ‘고려인을 사랑하는 의료인 모임’의 콘서트, 체육대회 등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사회공헌 사업단 첫 사업으로 ‘네팔 대홍수 구호’를 추진했다. 현장 이야기를 들려달라.
▲트럭으로 4시간을 이동한 끝에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 상황은 참혹했다. 홍수로 밀려온 흙을 아직도 파내고 있었고 곳곳에는 썩은 내가 진동했다. 전 세계적인 사건인 만큼 구호품이 많을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없었다. 저희가 보낸 성금은 광주에서 10년 이상 살았던 현지인이 구호 물품으로 준비했다. 사업단에서는 1인당 10만 원 상당의 겨울나기 용품과 생필품을 현장에서 직접 나눠줬고 네팔 국영티비도 관심을 보였다. 시장 역시 광주에서 가져다 준 구호품이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최정섭 광주시의사회 회장이 지난달 28일 광주특별시 북구 중흥동 무등일보 커뮤니케이션룸에서 조덕진 주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임기 내에 보람있는 일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임기 초반 2년은 의정갈등, 사회적 갈등 해소에 집중하다 시간이 다 지났다. 그래도 마음에 남는 것은 각종 재난에 의사회가 선도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국내외 재난과 사회적 참사에 가장 빨리, 적극 대응해왔다. 각종 사회적 재난과 참사는 응급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의미가 없다. 리더가 바로 현장에 가야 한다는 게 제 평소의 생각이고, 회원들도 의료인으로서 헌신이 몸에 베여 있었기 때문에 여러 재난과 참사에 뜻을 빠르게 모을 수 있었다.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전남도의사회와 공동으로 진료소를 구축해 대응했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의료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면서 그같은 상황을 목도하다보니 현 제도상 의사들의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서울시의사회의 경우 토요일에 사각지대 분들을 대상으로 무료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어 너무 부럽다. 광주에서는 간헐적인 의료봉사가 있기는 하나 정기적 활동은 못 하고 있어 안타깝다. 차후에라도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료 봉사가 지속 가능하려면 차세대 참여가 필수적인데 젊은 세대와 연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이미 고려인진료소를 통해 이러한 전승이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1세대가 50~60대라면 현재는 30대 초중반부터 40대인 젊은 의사들이 고려인진료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보훈병원 등 여러 병원의 젊은 의사들이 동행하고 있다. 또 지역의 의대, 간호대, 약학과 등 의료 관련 대학과 학과들이 MOU를 통해 진료 봉사를 교과 과정 등으로 은영하고 있다. 개소 초기에는 고려인을 사랑하는 의료인 모임과 같은 소수의 독지가와 후원자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지금은 미래 의사와 약사들이 고려인진료소에서 사회적 헌신을 체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 우리 사회에서 의사 직역이 사회 구성원으로, 이웃으로 친숙하게 버무려지기를 기대한다. 대중과의 친밀도, 사회적 약자와의 접촉을 늘려가겠다.
대담=조덕진주필 mdeung@mdilbo.com
. 정리=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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