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피지컬 AI 스타트업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Project Prometheus)'가 설립 4개월 만에 100억달러(약 14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로 따지면 약 380억달러(약 53조원)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 회사는 아직 프로토타입도 선보이지 않았다. 얀 르쿤(Yann LeCun)의 AMI랩처럼 회사의 핵심 인물이 누구냐 하는 점에 거액의 투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는 피지컬 AI 모델에 주력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JP모건과 블랙록 등이 참여한 100억달러의 투자를 마무리했다. 주도 투자자는 따로 없으며 향후 몇 달 내 투자자 명단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외신들은 예상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베이조스 본인을 포함한 여러 투자자들의 초기 자본금 62억달러로 설립됐다. 제프 베이조스가 구글 출신 비크람 바자이와 함께 공동 창업, 공동 CEO를 맡고 있다. 아마존 CEO에서 물러난 뒤 베이조스가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가 공동 창업, 공동 CEO로 있는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피지컬 AI 스타트업이다. (자료 출처=블룸버그 X 화면 캡처)
비크람 바자이는 MIT 물리화학(Physical Chemistry) 박사이자 구글 X(구 구글 문샷 팩토리, 혁신적인 아이디어 중심으로 기술 개발하는 사업부) 출신이다. 구글의 웨이모(자율주행 차량), 윙(Wing, 드론 배송) 초기 연구에 관여했다. 또 구글의 생명과학 프로젝트였다가 독립 분사한 베릴리(Verily)의 공동 설립자였으며, AI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포사이트 랩스(Foresite Labs)'를 설립한 인물이다. 포사이트 랩스는 약 4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포사이트 캐피털의 지원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해 반도체 생산, 항공우주, 자동차, 로보틱스 등 현실 산업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리 AI 모델과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이를 적용한 물리적 제품을 자체 생산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회사에는 메타, 오픈AI, xAI, 구글 딥마인드 등 주요 AI 기업에서 스카우트한 연구원들을 포함해 수백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율 웹 브라우징 도구 '에이스(Ace)'를 개발한 스타트업 제너럴 에이전트(General Agents)를 인수하며 인력을 추가 영입했다.
블룸버그는 이 회사가 AI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실리콘밸리 투자자 대신, 제조업 등 물리적 산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사모펀드와 국부펀드 등 비(非)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의 정보통에 따르면,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의 투자자 중 실리콘밸리 투자사는 DST글로벌과 ARCH 벤처 파트너스 정도다.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를 설립하고 공동 CEO를 맡고 있는 비크람 바자이. (자료 출처=비즈니스 스탠더드 화면 캡처)
이 관계자는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가 중동과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의 국부펀드들과도 투자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두 공동 창업자들이 잠재 투자자들을 함께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조스가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면 바자이가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누적 투자금만 160억달러지만, 수백억 달러 규모, 최대 1000억달러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지주회사를 설립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조 전환 펀드를 가동해, 회사가 개발한 AI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을 직접 인수하는 것도 지주사 설립의 목표로 거론된다. 결국 인수된 기업들의 실제 운영 데이터를 다시 AI 모델에 투입하는 자기 강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JP모건과 블랙록이 잠재 투자자로 지목되고 있다.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거액의 투자에는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 CEO였다는 이력뿐 아니라 그의 또 다른 소유 기업 블루 오리진과의 향후 관계성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 기업 블루 오리진의 CEO는 아마존 출신 데이브 림프(Dave Limp)지만, 제프 베이조스는 블루 오리진의 기술 브리핑과 비즈니스 검토에 직접 참여하는 등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의 피지컬 AI 모델 적용 분야 중 하나로 항공우주 산업을 밝히고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 '오픈AI 마피아' 신조어 등장
한편, AI 영역에서는 기술의 실체나 수익이 현실화 되기 전에 핵심 인력의 인지도만으로 기술 투자를 받은 업체들의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AMI랩이 있다. 이 회사는 10억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설립자는 앞서 언급한 딥러닝의 선구자이자 지난해 말까지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Chief AI Scientist)로 근무했던 얀 르쿤(Yann LeCun)이다.
지난해 2월 설립된 싱킹 머신 랩(Thinking Machines Lab)도 설립 4개월 만에 20억달러를 투자 받았는데 오픈AI CTO를 포함한 핵심 인력들이 설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설립된 휴먼&(Humans&) 역시 앤트로픽, xAI, 구글, 오픈AI 등에서 인력이 모여 제품 없이 4억8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 외에도 코어 오토메이션(Core Automation), 머지 랩(Merge Labs), 인플렉션 AI(Inflection AI) 등 유사한 사례들이 있다. 이른바 '네임드' AI 기업의 연구원들이 모이면 거액의 투자가 몰리는 모습이다. 앤트로픽도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최근에는 '오픈AI 마피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과거 페이팔이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을 배출하며 실리콘밸리를 재편하는 현상을 가리켜 만들어진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에 비유한 말이다. 과거에는 스타트업 시드 투자가 최대 수백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수억, 수십억 달러에 이르러 사실상 시리즈 C 라운드급에 준한다.
박현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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