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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에서 개발로’…동방에프티엘-이스라엘 ProPhet Bio 협력이 던지는 질문
국내 API 전문기업 동방에프티엘이 이스라엘 AI 신약개발 기업 ProPhet Bio와 협력하여 AI 기반 KRAS G12D 항암 신약 개발에 나섰다.
양사는 한-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의 지원을 받아 후보물질의 기술성과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는 공동 연구를 본격화한다.
이번 협력은 API 기업의 역할을 제조에서 개발 단계로 확장하는 실험으로, 한국 API 산업의 글로벌 신약개발 생태계 확장에 대한 가능성을 시험한다.
한국의 원료의약품(API) 산업은 오랫동안 제조 역량은 축적했지만, 신약개발과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의 연결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API 기업이 신약 ‘설계’ 단계부터 연구개발 파트너로 참여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API 전문기업 동방에프티엘이 이스라엘 AI 신약개발 기업 ProPhet Bio와 손잡고 AI 기반 KRAS G12D 항암 신약개발 과제를 추진한다.
양사는 한–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KORIL-RDF)의 Feasibility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돼, 양국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후보물질의 기술성 및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는 공동 연구를 본격화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과제의 표적은 KRAS G12D다. KRAS는 대표적인 암 관련 유전자 변이 표적으로 꼽히지만, 오랜 기간 ‘공략이 까다로운 표적(undruggable target)’로 불려 왔다. 최근 들어 특정 변이를 겨냥한 저해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후보물질 발굴과 최적화에서 기술적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췌장암과 대장암 치료 영역에서 KRAS G12D 저해제는 미충족 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s)가 높은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다.
ProPhet Bio는 AI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 가운데 유망 후보를 선별·고도화하는 접근 전략을 취한다. 동방에프티엘은 이 과정에서 AI가 제안한 구조를 실제 저분자 의약품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저분자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구조 구현, 합성 경로 설계, 공정개발(스케일업) 및 품질 확보까지 개발과 제조를 연결하는 구간이 이번 협력의 핵심 접점이다.
ProPhet Bio가 글로벌 AI 신약개발 컨소시엄인 AION Labs의 스타트업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AION Labs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글로벌 제약사들이 참여해 설립한 AI 신약개발 벤처 스튜디오로, 유망 기술을 조기에 발굴해 산업화하는 협력 구조를 지향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동방에프티엘이 이러한 해외 네트워크를 단순한 기술 교류가 아닌 실질적인 공동개발 파트너십으로 확장한 사례로 해석된다.
KORIL-RDF의 Feasibility 프로그램 선정은 이번 공동 연구의 제도적 기반이기도 하다. 국경을 넘는 신약개발 협력은 연구 인력, 데이터, 실험·생산 인프라, 규제·품질 시스템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한–이스라엘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조성한 협력 프레임 안에서 후보물질의 기술성 및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민간 기술 협력에 공공 지원이 결합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방에프티엘은 이번 과제를 ‘API 기업의 역할을 제조에서 개발 단계로 확장하는 실험’으로 규정하고 있다. 회사 측은 “GMP 제조 역량과 해외 네트워크, 저분자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연구개발 및 생산 파트너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단순 위탁생산을 넘어 후보물질을 개발 가능한 형태로 구현해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 개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제조·품질 시스템의 신뢰성과 맞물려 있다. 글로벌 신약개발에서 후보물질이 임상 단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조·품질 체계가 전제 조건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동방에프티엘은 2025년 10월 화성 향남제약단지 제3공장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MFDS)가 실시한 신규 GMP 실사에서 지적사항 ‘0건(Zero Observation)’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해 WHO로부터 제품에 대한 PQ 승인과 제조시설 GMP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일본 PMDA GMP 인증 역시 2013년 이후 유지돼 2025년에도 유효성이 재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AI 신약개발이 확산될수록 ‘설계–합성–공정–품질’을 촘촘히 연결하는 파트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방에프티엘은 이번 공동개발을 통해 후보물질 검증을 진행한 뒤, 후속 개발 단계로의 확장 가능성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한국 API 산업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API 기업은 계속 제조 하단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개발 단계의 파트너로 확장할 수 있는가. 동방에프티엘과 이스라엘 파트너의 공동개발 사례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실질적인 사례로 주목된다.
다만 이러한 전환이 개별 기업의 노력에만 의존할 경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있다. 민간의 개별 시도를 넘어 산업 기반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과 제도 설계가 병행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공식화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밝혀온 만큼, 이러한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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