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이건희 감염병 극복 심포지엄]
전국 병원 데이터 실시간 분석
국가통합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26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열린 제2회 이건희 감염병 극복 연구역량 강화 사업 국제심포지엄(LISID)에서 임승관 질병관리청장, 서길준 국립중앙의료원장(앞줄 오른쪽 여덟번째부터)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부가 미래 팬데믹 발생시 백신 개발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고 전국 병원의 임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계해 분석하는 ‘국가 통합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에 나선다. 연구 인프라와 진료 현장 사이의 정보 칸막이를 허물어 감염병 대응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밀 방역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과 국립중앙의료원은 26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제2회 이건희 감염병 극복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감염병 대응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코로나19 이후 호흡기 감염병이 상시적 위협으로 부상함에 따라 임상 연구부터 의료 대응까지 연구개발(R&D) 전주기를 아우르는 국가 방역 체계가 필수적”이라며 “최근 질병청 내에 신설한 인공지능(AI) 전담 부서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데이터 통합과 공공 AI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백신 개발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인 ‘임상시험 검체분석의 국제 표준화’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정부는 코로나19 당시 검체분석 시설 부족으로 겪었던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 임상시험 검체 분석 관리기준(GCLP)에 부합하는 인프라 확충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산 백신 후보물질의 효능을 자체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의존도를 낮춰 백신 확보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차장은 “지난해 7월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글로벌 실험실 네트워크(CLN)에 공식 가입한 것을 기점으로, 현재 2곳인 국내 GCLP 분석 기관을 4곳 이상 늘려갈 것”이라며 “국산 기술로 개발한 백신의 효능을 국내에서 즉각 입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차기 팬데믹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상시 감시망도 강화된다. 전국 14개 거점 병원이 참여하는 ‘국가 임상기반 면역감시체계(K-PREMISE)’를 통해 환자의 검체와 임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할 방침이다.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경우 그 위험도와 기존 백신의 유효성을 현장에서 즉각 판별해 방역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K-PREMISE 1단계 사업으로 상시 감시의 기틀을 닦았다면 2단계 연구에서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한탄바이러스 등에 대한 면역학적 분석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표준화된 임상 데이터와 고품질 면역 분석 자료가 국내 기업에 제공되면 백신 개발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은 물론,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병원에 파편화된 진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통합할 해법으로는 ‘공통데이터모델(CDM)’이 제시됐다.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는 각 병원 서버에 그대로 둔 채, 분석 결과값만 실시간으로 취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활용하면 환자의 기저질환이나 투약 이력이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원성호 렉스소프트 대표는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정확성, 일관성 등 4개 영역에서 총 1500여개의 표준 벤치마크 항목을 적용해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며 “진단과 처방, 검사 내역을 하나의 임상적 흐름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하면 의료현장의 변화를 방역 정책에 즉각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 전 단계에서 환자의 증상만으로 감염병의 전조를 포착하는 증후군 감시체계 고도화도 추진된다. 응급실 내원 환자들이 호소하는 발열, 기침 등의 증상 패턴을 분석해 원인 불명의 감염병 확산 조짐을 조기에 발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AI를 활용해 특정 지역이나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탐지함으로써 미지의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방역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민관 협력의 결정체인 이번 국가 대응 모델은 이건희 감염병 극복사업을 기반으로 공공 방역 시스템을 한단계 격상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서길준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연구 현장과 진료실, 방대한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선진적 대응 체계를 정립하고 있다”며 “어떤 감염병 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가동되는 범국가적 시스템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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